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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만 된다면.." 기꺼이 혐오의 편에 서는 정치인들
 
국민정책평가신문   기사입력  2018/06/14 [20:46]

 [평등UP ①] '선거를 이기는 혐오'에서 '혐오를 이기는 선거'로

[오마이뉴스 한채윤 기자, 편집:김예지]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혐오선동세력이 다시 분주하다. 예비후보들에게 혐오를 다짐받는 질의서를 보내고 있으며, 스스로 후보로 나서 혐오선동을 하는 이들도 눈에 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지방선거와 혐오에 대한 평등UP 연속기고를 한다. 혐오를 직접 마주하는 현장 활동가의 고민을 통해 민주주의 사회에서 혐오는 용납될 수 없음을 전하고, 해외 사례 등을 통해 실천적인 방안도 모색하고자 한다. -기자말

4. 3 충남도의회 앞에서 진행된 인권조례 폐지 반대 기자회견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오랫동안 한국 사회는 '빨갱이 혐오'를 활용하는 정치를 해왔다. 기득권을 쥔 자들은 한국 사회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마다 '빨갱이'라고 낙인을 찍어서 입을 틀어막았다. 자유와 평화, 인권과 평등을 바라는 시민들의 움직임은 정부에 의해 묵살 당했고, 때론 잔혹하게 학살당했다. 빨갱이 혐오뿐만 아니라 전라도 혐오를 부추기며 지역 차별의 선거를 치르고, 학벌, 연령, 성별 등의 편견은 항상 선거에서 강력하게 작동했다.

하지만, 이젠 달라졌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시민의 힘으로 대통령 직선제부터 정권 교체까지 '무혈 혁명'을 이루어냈다는 자부심을 가지자는 평가도 나온다. 그렇다. 세상은 분명 변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딘가 어색하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특정 혐오를 강화하던 시대는 아니지만, 오히려 이제는 혐오가 선거를 이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특정 그룹을 향한 혐오를 활용해서 정치 세력화를 도모하는 이들이 등장했다. 그들에게 '보편적 인권'이란 단어는 없애야 할 걸림돌이다.

인권조례 폐지의 배경에 놓인 혐오

최근 충청남도와 계룡시, 증평군 세 지역의 의회에서 '인권 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아래 인권조례)가 폐지되었다. 목포시, 공주시, 부여군, 아산시 등도 조례가 폐지될 뻔했다. 인권 조례를 제정한 전국의 광역 지방자치단체 16곳과 기초 지방자치단체 87곳에서 이런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헌법에 근거해 더욱 세세하게 주민들의 인권 증진을 위해 노력하자는 조례는 왜 제거의 대상이 되었을까? 설사 그런 주장을 하는 이들이 일부 있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공익을 추구하는 의회에서 승인된단 말인가? 이런 의문에 답을 찾기 위해 조례가 폐지된 3개 지역의 상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조례를 폐지한 충청남도의 경우 인권조례를 제정한 것은 2012년으로 6년간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도의회는 2018년 2월 2일에 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을 의결했고 도청과 시민 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5월 10일에 최종적으로 폐지를 공포했다.

국가인권위원회뿐만 아니라 UN에서도 직접 서신을 보내 폐지하지 말 것을 호소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도의원들이 눈치를 보는 곳이 따로 있다는 의미다. 이쯤에서 인권조례가 폐지되자마자 가장 먼저 환영 성명서를 낸 곳이 '동성애동성혼개헌반대국민연합'이었음을 떠올릴 수 있다. 

두 번째는 충청북도 증평군이었다. 2017년 11월에 인권 조례를 제정했지만 6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4월 20일에 군의원의 만장일치로 폐지했다. 폐지 사유는 '소수의 인권 보장을 위해 다수의 인권을 역차별하는 문제가 있고, 이를 둘러싼 주민 갈등이 발생하는데 이에 따른 부작용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조례가 없어지는 것이 더 타당하다'는 것이었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의회의 결정이 잘못되었다고 판단될 때 지방자치단체장은 의결사항을 이송받은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그런데 증평군청은 조금도 고심하지 않고 바로 재의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는 의회와 군청이 함께 의식한 것이 있음을 의미한다. 두 달 뒤로 다가온 지방선거가 결코 무관하지 않음을 쉽게 눈치챌 수 있다. 

곧이어 4월 30일에는 계룡시의회가 인권조례를 폐지했다. 계룡시는 2016년 10월에 인권 조례를 제정했는데 앞의 두 곳과 달리 조례를 폐지해달라는 주민발의안이 의회를 통과했다. 2017년 9월 20일부터 12월 19일까지 3개월간 개신교 단체를 중심으로 서명 운동이 벌어져 도합 1559명의 주민 서명을 모았다. 계룡 시청은 이 중에서 허위와 중복 등을 제외한 1075명의 서명을 유효하다고 판단해 폐지안을 의회로 보냈다.

이 안건을 다루던 날, 의장은 갑자기 '정회'를 선언하고 모든 의원들에게 의장실로 모이라고 했다. 다른 안건들은 공개적으로 의원들끼리 서로 토론을 하고 질의응답을 한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30여 분의 비공개 토론 후 회의가 재개되었고, 이내 만장일치로 폐지안이 통과되었다. 폐지 사유는 '동성애와 성적 지향, 성소수자를 인권으로 포장하여 청소년에게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렇듯 인권 조례 폐지 사유에는 모두 '동성애'가 있다. 그런데 이상하다. 정작 조례에는 '동성애, 성적지향, 성소수자' 등의 단어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반대하는 이들이 핑계를 대는 부분은 계룡시 인권 조례의 2조 1항과 같은 문구다.

"인권이란 대한민국 헌법 및 법률에서 보장하거나 대한민국이 가입·비준한 국제인권조약 및 국제관습법에서 인정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자유와 권리를 말한다."

어떻게 이 부분이 이성애자 역차별, 동성애 조장, 에이즈 확산, 주민 갈등을 유발한단 말인가. 동성애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인권의 보편성이나 인간의 존엄성 자체를 반대하고 무시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혐오의 덫에 빠져들고 있는 지방선거

지방 선거에는 두 가지 힘이 작동한다. 당 대표와 지역의 당협위원장을 맡은 국회의원들이 가진 편견과 혐오가 그대로 지역의 정치인에게 투영된다. 공천권을 쥐고 있는 정치인의 뜻을 거스르면 후보 공천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선거구가 작게 쪼개어진 지방 선거에서 지역 내의 교회와 성직자들이 큰 입김을 행사한다.

계룡시의 경우, 교회를 중심으로 1075인이 모여 인권 조례 폐지에 동의를 했는데, 이 숫자는 2014년 지방 선거에서 당선된 계룡시 시의원이 받은 득표수와 비슷하다. 1082표로 당선된 의원이 있다는 점에서 다시 선거에 출마할 의원들에겐 당락을 결정짓는 세력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선거란 2등보다 단 한 표만 더 나와도 1등으로 당선되는 원리이며, 2등이나 3등까지 당선되는 지방 선거에서는 1등과 수백, 수천 표가 차이가 나더라도 순위 안에만 들면 당선이 된다. 그래서 주민들의 일부를 '비정상, 비국민'으로 낙인을 찍더라도 자신에게 돌아올 표를 확보할 수만 있다면 기꺼이 혐오의 편에 서는 것이다. 혐오라는 카드가 선거를 조정하는 셈이다. 

보수개신교는 동성애 반대 활동을 6.13 지방선거까지 연결시키겠다고 이미 선언했다. '동성애 동성혼 개헌 반대 국민연합'은 지난 5월 11일 '지방인권조례 폐지 전국 확산대회'를 개최했고, 기독교인이 힘을 합쳐서 유권자의 10%만 조직하면 전국의 조례 폐지가 가능하다고 선언했다. 여기에 호응하듯 자유한국당은 선거를 앞두고 당의 윤리 규칙의 20조에서 '성적 지향'을 삭제했다. 자유한국당의 후보들에게 성적소수자 인권은 무시해도 된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소속의 유익환 충남도의회 의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중앙 정부도 UN 인권이사회의 권고사항 중 성소수자 관련한 것은 수용하지 않았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지 않고 있으므로 도의회가 인권조례를 폐지한 것은 무리가 아니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자신들의 결정을 합리화하는 듯한 주장이다. 결국 지난 국회의원 선거, 대통령 선거에서 허용되었던 혐오가 다시 지방의 인권 조례를 사라지게 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선거와 선거는 이렇게 꼬리를 물고 연결된다. 

혐오 없는 선거 만들기 시민선언 제안 ⓒ지방선거혐오대응네트워크
선거로 혐오를 이겨야 할 때 

이제 우리는 '선거를 이기는 혐오'에서 '혐오를 이기는 선거'로 그 구도를 바꾸어야 한다. 어찌해야 선거에 혐오가 끼어들지 못하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때마침 전국의 인권 단체들이 '혐오 없는 선거 만들기 시민 선언'을 제안했다. "겨우 이것밖에?"라는 생각도 들겠지만 이는 앞으로 호락호락하지 않을 싸움의 서막이기도 하다.

결코 혐오에는 투표하지 않겠다는 유권자로서의 자각이야말로 변화의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6.13 지방 선거에서부터 혐오를 이기기 위해 노력하자. 그래야 다음 선거에서 더 큰 희망을 품을 수 있을 테니. 

덧붙이는 글 | 글쓴이 한채윤님은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활동가이자 지방선거혐오대응네트워크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평등UP 기고글은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홈페이지 equalityact.kr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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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6/14 [20:46]  최종편집: ⓒ 정책평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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