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통신비 인하, 알뜰폰이 해낼 수 있다"

남현숙 | 기사입력 2018/06/19 [11:05]

"가계통신비 인하, 알뜰폰이 해낼 수 있다"

남현숙 | 입력 : 2018/06/19 [11:05]

 이석환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
"2만원대에 10GB, 혁신요금제도 내놔"
"망 도매대가 인하·전파사용료 감면 절실"
"알뜰폰=노인폰? 낡은 이미지부터 벗겠다"

 

 


휴대폰 요금은 언제나 모두의 관심사다. '가계통신비 인하' 공약은 선거철마다 돌아온다. 소비자가 보기엔 여전히 더 내려야 할 것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온 게 '알뜰폰'이다. 가계통신비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목표로 출범한 알뜰폰은 최근 월 2만원대 데이터 10기가바이트(GB)를 제공하는 등 파격적인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전망은 밝지 않다. 출범 8년째, 알뜰폰 업계는 여전히 적자수렁에 있다. 가입자 유입은 굼벵이마냥 느리기만 하다. 시장점유율 12%에 매출 점유율은 3%에 불과하다. 전망은 더 불투명하다. 정부가 보편요금제라는 저가요금제 출시를 이동통신 3사에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중저가 요금제에 기반하던 알뜰폰 입장에서는 날벼락이다.

벼랑 끝에 선 알뜰폰을 구출하기 위해 이석환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이 나섰다. 그는 2월부터 알뜰폰 사업자의 모임인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직을 맡고 있다. 정부와 이통 3사에 지원을 요청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회원사를 향해 각고의 노력을 주문하는 악역까지 도맡고 있다.

-사면초가다. 방법이 뭔가.
▲작은 것부터 시작하려 한다. 알뜰폰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소비자가 여전히 많고 오해가 적지 않다. 얼마 전 지인을 만났다. 내가 알뜰폰협회장이라니까 "알뜰폰? 그거 노인들이 쓰는 휴대폰 아니야?"라고 묻더라. "인터넷 검색도 돼? 카카오톡도 되고?"라는 질문이 이어졌다. 심각했다. 이미지 개선이 시급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먼저 이름부터 바꿀 생각이다. 알뜰폰이라는 브랜드명을 대체할 이름을 공모해 6월 말까지 새 브랜드를 선정하려고 한다.

-정말 이름이 문제일까? 저가 항공사는 '저가'라는 딱지를 대놓고 쓰지만 잘만 크고 있다.
▲그렇다. 그래서 소비자와의 접점도 넓혀갈 계획이다. 이통 3사는 소비자가 길을 가다 매장을 보고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우리 생활에 가까이 있다. 그런데 알뜰폰은 그런 접점이 제한적이다. 광고나 프로모션도 적극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우체국이 알뜰폰 판매 창구로 쓰이고 있는데, 우정사업본부와 협력해 여기도 더 젊고 세련된 콘셉트로 재단장할 계획이다. 알뜰폰 공동콜센터도 고민 중이다. 주말과 야간에 콜센터가 열리는 곳이 거의 없다. 개별 사업자로는 얼마 안 되지만, 주말과 야간에도 도난ㆍ분실 신고, 정지 신청이 필요한 소비자가 많다. 아예 통합으로 해보는 게 어떨까 싶다.

-국민의 가계통신비 절감이라는 고유의 목표, 지난 8년간 얼마나 성과를 냈나.
▲성과는 분명히 있었다고 본다. 알뜰폰이 이동통신시장에서 가입자 수로는 약 12% 수준인데, 매출 비중은 약 3%밖에 안 된다. 거의 원가에 가깝게 저렴한 상품을 공급하고 있는 것이다. 알뜰폰은 그동안 저렴한 요금제로 승부해왔다. 이통 3사 독과점시장에서 미꾸라지 역할을 해왔다고 자부한다. 지금도 월 2만원, 3만원에 데이터 10GB짜리 상품을 내놓지 않나. 이통 3사의 5:3:2의 고착화된 구도를 깨는 데 알뜰폰의 역할이 크다. 통신 소비자의 이용 패턴이 데이터 중심으로 완전히 넘어갔다. 그래서 작년부터 데이터 제공 혜택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 지금보다 잘할 수 있다.

-알뜰폰 자체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결국 정책 환경이 중요할 텐데.
▲전파사용료 감면, 도매대가 인하가 절실하다. 알뜰폰 가입자당 월 전파사용료는 400원 정도 된다. 알뜰폰업계 전체에서는 이게 한 연간 350억원 정도다. 안 그래도 적자에 시달리는데 전파사용료까지 내자면 정말 어렵다. 장기 면제를 해달라고 기획재정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 1년씩 임시 면제가 아닌 장기 면제가 특히 절실하다. 알뜰폰 사업자들도 장기적으로 투자하고 싶고 계획도 꾸리고 싶다. 그런데 전파사용료 때문에 미래 예측이 너무 어렵다. 임시 1년 면제가 되나 안 되나 이거에 목숨이 달려 있다 보니 장기 전략을 세울 겨를이 없다.

도매대가도 마찬가지다. 통신사들이 과도한 망 임대료 수준을 낮춰주지 않으려 한다. 그나마 해줘도 저가 요금제 부문, 음성통화 부문에서만 내려준다. 자기들에게 별 도움이 안 되는 부분이다. 고가 요금제 부분은 이통 3사가 독차지하고, 알뜰폰은 돈 안 되는 저가 부문에 남으라는 얘기다. 올해 도매대가 협상도 아주 어려울 걸로 예상한다. 데이터 부분을 이통사에서 싸게 받아야 우리도 가입자에게 좋은 요금제를 제공할 수 있다. 지금 일부 알뜰폰업체가 판매하는 저가 10GB짜리 상품은 원가 이하에 파는 거다. 

-보편요금제가 시행되면 알뜰폰은 어떻게 될 것 같나.
▲월 2만원대에 데이터 1GB짜리 상품이 이통 3사에서 출시된다고 내부적으로 계산해봤다. 정부에서 보편요금제 특례조항 등 지원책도 마련한다지만, 알뜰폰 가입자 100만명이 빠져나갈 수 있다. 보편요금제의 가입 대상이 되는 알뜰폰 가입자만 거의 30%는 된다. 우려가 크다.


-자급제폰시장이 커지고 있다. 이 부분을 왜 활용 못 하나.
▲알뜰폰은 자급제에 적극적으로 찬성했다. 그동안 알뜬폰은 이통 3사의 약정이 끝나고 유심 변경이 자유로워진 소비자가 마케팅 대상이었다. 이제는 자급제 단말기 구매 소비자도 우리의 잠재 가입자가 된다. 자급제 단말기를 목돈 주고 사는 게 부담이 되는 소비자에겐 알뜰폰이 무이자 할부를 제공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렇게 해서 자급제 소비자를 알뜰폰이 잘 흡수한다면 호재가 될 것이다. 또 휴대폰 교체주기가 길어지는 것도 좋은 시그널이다. 이제는 다들 3년 이상씩 쓴다. 그런 소비자는 유심만 바꿔 알뜰폰에 가입하면 1~3만원씩 더 아낄 수 있다.


-알뜰폰업계 내부를 향해선 무엇을 주문하고 있나.
▲회원사들과 회의하면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언제까지 손만 벌릴 거냐." 정부ㆍ이통사에 지원만 바랄 게 아니라 시장 환경 변화에 맞춰 우리도 변해야 한다. 가계통신비 인하 목소리가 높은데 우리가 바로 그 적임자임을 자처하고 목소리를 크게 내야 한다.

또 혁신적인 서비스도 만들어내야 한다. 작은 시장에서 우물 안 개구리처럼 있으면 안 된다. 이통 3사와 경쟁할 각오와 체력을 키워야 한다. 목숨 걸고 덩치를 키우면서 한번 부딪쳐보든지, 지금처럼 영세사업자로 만족하면서 외부 탓만 할 거면 사업을 접든지 빨리 결정해야 한다. 이제 시간이 없다. 절체절명의 시기다. 알뜰폰의 존재 이유를 국민에게 뚜렷히 각인시키기 위해 나부터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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