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공정위 전관예우에 칼 빼들다

고종만 | 기사입력 2018/06/21 [09:48]

검찰, 공정위 전관예우에 칼 빼들다

고종만 | 입력 : 2018/06/21 [09:48]

검찰이 20일 세종시에 있는 공정거래위원회를 압수 수색했다. 공정위 기업집단국과 운영지원과를 집중적으로 압수 수색했다고 한다. 공정위 현직 간부들이 자신들의 입김이 통하는 유관 기관에 퇴직 간부들을 몰래 취업시켜주고, 기업 공시(公示) 의무를 위반한 대기업들의 불법을 눈감아줬다는 혐의와 관련해서다. 공정위와 대기업 사이의 부적절한 유착이 드러날 경우 사건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에 따르면 공정위 일부 간부들은 퇴직하는 간부급 공무원(1·2급)들을 공정경쟁연합회 등 공정위와 관련된 업무를 하는 민간 기관에 취업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4급 이상의 일반직 공무원은 퇴직 후 3년간 업무 관련성이 있는 기관에 취업할 수 없다. 공직자윤리위의 별도 승인이 있으면 예외적으로 가능하다. 그런데 이런 승인 절차 없이 퇴직 간부들을 유관 기관에 취업시켰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한 것이다. 검찰은 공정위 퇴직 간부 10여명이 이런 식으로 재취업한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대상엔 지철호 공정위 부위원장(차관급)과 김학현 전 부위원장도 포함됐다. 지 부위원장은 2015년 9월까지 공정위 상임위원을 지내다 중소기업중앙회 상임감사를 맡았고 지난 1월 공정위 부위원장에 올랐다. 김 전 부위원장도 공정위 상임위원을 지낸 뒤 2013년 3월 공정경쟁연합회 회장으로 갔다가 부위원장이 됐다. 이에 대해 지 부위원장은 "중소기업중앙회에 취업할 당시 취업 심사 대상인지 불분명했다"며 "나중에 인사혁신처에서 검토한 결과, 별문제가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김 전 부위원장은 "2013년 공정경쟁연합회 회장으로 취임할 당시 협회는 공직자 취업제한 심사 대상이 아니었다"고 했다. 

검찰은 공정위 간부들이 퇴임 간부들의 취업 자리를 조직적으로 봐줬는지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공정위가 일자리가 필요한 퇴직 간부들의 명단을 추려 유관 기관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분이 사실로 확인되면 시장의 공정 경쟁을 유도한다는 공정위가 불공정 취업을 알선했다는 비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와 별도로 공정위가 주식 현황 등 신고 자료를 누락한 기업들을 제재하지 않고 묵인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재벌기업을 담당하는 기업집단국 전·현직 간부들이 조사 대상 기업 사주의 차명주식 등을 발견하고도 이를 묵인해줬다는 것이다.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기업은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된다. 이들은 공정위에 주식 소유 현황 등을 정확하게 신고해야 한다. 검찰은 네이버와 신세계 등 30여 곳의 기업이 공시 의무 등을 어겼는데도 공정위가 문제 삼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 2월 이중근 부영 회장을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수사하는 과정에서 공정위 직원들이 주식 현황 신고 누락 사실을 묵인한 단서를 확보한 뒤 이번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공정위 직원들이 기업의 주식 소유 현황 허위 신고 등을 고발하지 않는 과정에 기업들과 뒷거래가 있었는지도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수사가 관련 기업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검찰은 또 공정위가 일부 기업의 담합 사건에서도 검찰 고발 없이 부당하게 사건을 자체 종결한 혐의도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집단국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은 지난해 9월 신설된 '재벌 개혁' 전담 조직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맹위를 떨치다 기업들의 반발로 2005년 폐쇄된 조사국의 후신(後身)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재벌 개혁 공약에 따라 12년 만에 부활했다. 직원 50여 명의 대규모 조직이다.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와 부당 내부거래 등을 집중 조사해 대기업들 사이에서 '저승사자'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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