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니아가 바꾼 트럼프 정책 … 밀입국자 자녀 격리 철회

김웅진 | 기사입력 2018/06/22 [08:26]

멜라니아가 바꾼 트럼프 정책 … 밀입국자 자녀 격리 철회

김웅진 | 입력 : 2018/06/22 [08:26]

여론 들끓어 중간선거 악영향 우려 주요 사안서 입장 철회 매우 이례적 세 자녀 둔 이방카 “이번 조치 감사”

중앙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불법 입국자와 미성년 자녀를 격리 수용하는 정책을 결국 철회했다. 이날 워싱턴 DC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커스텐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왼쪽)이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뒤 건네준 행정명령을 받아 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내외 압력에 굴복해 불법 입국자의 미성년 자녀를 격리하는 정책을 철회하고 이들을 함께 수용하도록 결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정책 사안에서 자신의 입장을 철회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그만큼 이번 사태를 정치적 위기로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밀입국을 시도하다 적발된 외국인들을 그들의 자녀와 함께 수용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우리는 매우 튼튼한 국경을 보유할 것이나 그 가족들은 함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우리는 가족이 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 싶지 않고, 동시에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불법으로 들어오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불법 입국자를 추방하는 대신 모두 기소해 구금하는 ‘무관용 정책’(zero tolerance)을 유지하되 여론의 악화를 불러온 미성년 자녀 격리 수용은 시정하겠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까지만 해도 아동 격리 수용의 불가피성을 적극적으로 설파해왔다. 

그는 미국자영업연맹(NFIB) 행사에서 “부모로부터 아이를 떼어내고 싶지 않지만, 불법 입국하는 부모를 기소하려면 아이를 격리해야 한다”면서 “밀입국하는 부모를 기소하지 않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론은 들끓었다. 국내외 인권단체 뿐 아니라 프란치스코 교황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등 각계 지도자들이 공개적인으로 유감을 표했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오는 11월 중간선거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번 행정명령에 트럼프 가족의 ‘반기’도 영향을 끼쳤다. 트럼프는 서명 후 “이방카가 강하게 (이 문제를) 느낀다. 아내(멜라니아)도 강하게 느낀다. 나도 그렇다. 가슴이 있는 누구라도 그렇게 느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 17일 멜라니아 여사가 이례적으로 발표한 논평을 연상시키는 발언이다. 그 자신이 슬로베니아 이민자 출신인 멜라니아는 트럼프의 ‘무관용 정책’을 비판하며 “가슴으로 다스리는 나라가 필요하다”고 촉구한 바 있다. 세 아이의 어머니인 맏딸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도 트럼프의 행정명령 서명 직후 트위터를 통해 “우리 국경에서 가족들의 별거를 끝내는 중요한 조치를 해준 데 대해 대통령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밀입국자 무관용 정책은 지난달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지침으로 본격 시행됐다. 미 언론에 따르면 세관국경보호국(CBP)은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서 지난 5월 5일부터 이달 9일 사이에 어린이 2342명을 부모로부터 격리 수용했다. 특히 아이들이 철망으로 둘러싸인 수용소에 격리된 채 부모를 찾으며 우는 음성 파일이 최근 방송 뉴스 등을 통해 전파되면서 여론이 급격 악화됐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운 입법을 통해 불법 입국을 근절하겠다는 의지는 확실히 했다. 전날 공화당 의원들을 만나서도 “우리는 계속 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우리가 원하지 않고 용인하지 않는 사람, 범죄 등이 들끓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b

연합신보 기자 김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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