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탈원전' 선언한 날… 한수원 '500억 배상보험' 들었다

김동수 | 기사입력 2018/06/22 [08:38]

작년 '탈원전' 선언한 날… 한수원 '500억 배상보험' 들었다

김동수 | 입력 : 2018/06/22 [08:38]

한국수력원자력이 3억3600만원을 들여 500억원 보상 한도의 '임원 배상 책임보험'을 지난 19일 갱신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임원 배상 책임보험은 사장·이사 등 임원이 주주 등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할 경우 이를 대신 보전해 주는 상품이다. 7000억원을 들여 2022년까지 연장 운영하기로 했던 월성 원전 1호기의 조기 폐쇄를 결정하는 등 탈(脫)원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우려해 보험에 가입한 것이다. 

한수원은 원래 이 같은 보험에 가입해 있었으나 "발전 공기업은 책임보험이 필요 없다"는 감사원 지적을 받고 2005년 보험 계약을 해지했다. 그러나 12년 뒤인 작년 6월 19일, 3억3100만원을 내고 500억원 한도의 1년 만기 보험에 가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고리 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에서 탈원전 정책을 공식 선언한 날이었다. 한수원은 작년 5월 '보험 가입 추진안'에서 "신(新)정부 출범으로 신규 원전 건설 중단 위험, 원전 수출, 지역 민원 등에 따른 경영 리스크(위험)를 보험을 통해 제도적으로 보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수원은 작년 신고리 5·6호기 공사 일시 중단에 따른 1228억원의 손실도 떠안았다. 

한수원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결정하기에 앞서 법무법인 두 곳에 이사들이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하는지 물었다. 폐쇄를 결정한 15일 이사회에서도 "소송 문제가 없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감사원은 2005년 "한수원은 한국전력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주주가 소송을 걸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책임보험에 가입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한수원은 그해 8월 계약을 해지하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 

그러나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 사정이 달라졌다. 한수원 관계자는 "새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일반 국민이 손실에 대해 배상 청구를 할 가능성이 있어 책임보험에 가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결정한 15일 이사회에서 한 이사는 "(월성 1호기가) 폐쇄되면, 그만큼의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다른 발전기를 돌려야 한다. 국민 관점에선 전기요금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이사회 결정 이후 일반 국민으로부터 소송 문제가 없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한수원 법무실장은 "국민 누구나 소송을 할 수는 있지만,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느냐가 문제"라며 "이사진의 책임은 우선 회사가 묻는 것이고, 그다음 주주인 한전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일반 국민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지만, 그 손해를 인정하기가 힘들 것 같다"며 "법원이 각하하거나 기각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했다. 

한수원은 이사회에 앞서 법무법인 태평양과 대륙아주에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결정할 경우 이사들이 민·형사상 책임을 지는지 여부를 물었다. 법률 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한수원 법무실장은 이사회에 "민사상 책임이 발생할 가능성은 아주 낮다"며 "형사상 배임죄도 성립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했다. 

한수원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가 정부의 요청이란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사회에서도 "정부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정책 이행을 요청하고 있다"고 했다. 

한수원은 법무법인 두 곳에 산업통상자원부가 한수원에 지난 2월 보낸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등과 관련 필요한 조치를 해주기 바란다"는 내용의 공문이 법적 구속력이 있는지도 문의했다. 한수원은 법률 검토 결과 공문이 행정 지도로 사실상의 구속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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