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경제 실패·치안 붕괴…멕시코, 89년 만에 좌파 정권

김희준 | 기사입력 2018/07/03 [09:23]

부패·경제 실패·치안 붕괴…멕시코, 89년 만에 좌파 정권

김희준 | 입력 : 2018/07/03 [09:23]

 

오브라도르 압도적 당선

분노한 민심 ‘변화’ 택해…부패척결·복지확대 공약 “독재 없이 변화 이끌 것”

‘멕시코의 트럼프’ 별명…무역 등 미국과 마찰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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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멕시코 대선에서 좌파 성향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65)의 당선이 확실시된다. 89년 만에 처음으로 좌파 정권이 출범하게 됐다. 우파 정권의 부정부패, 경제 실패, 치안 불안 등에 분노한 국민들이 변화를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 89년 만의 첫 좌파 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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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대선 예비 개표 결과를 통해 ‘함께 역사를 만들어 갑시다’의 오브라도르 후보가 53.0∼53.8%를 득표해 당선될 것이 확실시된다고 밝혔다. 실제 2일 오전 중간 개표 결과(개표율 50.0%) 오브라도르 후보는 53.6%를 얻었다. 중도우파 야당 연합의 리카르도 아나야 후보는 22.6%, 집권당인 중도우파 제도혁명당(PRI)의 호세 안토니오 미드 후보는 15.3%를 득표했다.

오브라도르 후보는 당선이 확실시되자 “국민 통합을 이루고 독재 없이 변화를 추진하겠다”며 “부정부패와 면책 척결에 우선순위를 두겠다”고 했다. 아나야 후보와 미드 후보는 출구조사 직후 패배를 인정했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은 정권 이양에 협조하겠다고 했다. 차기 대통령 취임은 오는 12월1일이며 임기는 6년이다.

이날 대선과 함께 치러진 상·하원, 멕시코시티 시장과 8개 주지사, 기초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회 선거에서도 좌파가 승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3400여 직위를 선출하는 이번 선거는 멕시코 사상 최대 규모로, 지난해 9월부터 130여명의 후보와 정치인이 살해당해 ‘핏빛 선거’라는 오명도 남겼다.

■ ‘멕시코의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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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브라도르는 멕시코시티 시장을 지낸 대선 3수생이다. 1953년 타바스코주 마쿠스파나에서 태어나 멕시코국립자치대를 졸업했다. 23세 때 제도혁명당에 입당했으며 민주혁명당(PRD)으로 당적을 옮긴 뒤 당대표 등을 역임했다. 2000년부터 2005년까지 멕시코시티 시장을 지냈다.

2006년과 2012년 대선에도 출마했다. 당시엔 강경 좌파로 분류됐으나 이번 대선에선 우파 정당과도 연합했다. 좌파이면서도 민족주의 성향을 띠고, 경제적으로는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다. 이 때문에 ‘멕시코의 트럼프’ ‘좌파의 트럼프’로 불린다.

그는 89년 만의 첫 좌파 대통령이자, 1997년 이후 의회 다수석을 확보한 첫 대통령이 된다. 우파 정부의 기득권과 부패, 경제와 치안 실패 등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좌우 정권교체의 배경으로 분석된다. 1929년부터 이어진 제도혁명당·국민행동당 등 우파의 초장기 집권은 부패의 온상이 됐다. 니에토 대통령을 포함해 최소 10명의 주지사가 현재 부패 혐의에 연루돼 있다.

멕시코에서 지난해 공식 집계된 살인사건은 2만5339건으로, 1997년 이후 가장 많았다. 올 들어 5월까지만 1만3298건이다. 중남미 2위의 경제규모지만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2.1%에 그쳤다. 유가 하락과 함께 페소화의 가치도 급락하고 있다. 국민의 40%가량이 빈곤선 이하의 삶을 살고 있다.

■ 부패 척결·서민 복지 확대

오브라도르는 노령자 은퇴연금 증액, 대학생 교부금 신설, 공공일자리 230만개 창출, 농민 지원 확대 등 공공지출 확대를 약속했다. 그러나 세금도, 국가 부채도 늘리지 않겠다고 했다. 대신 부패 척결 등으로 450억달러의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를 미국의 ‘뉴딜정책’에 비유했다. “고위 공직자의 봉급을 반으로 깎겠다” “3년 후 재신임 투표를 실시하겠다” 등도 약속했다. 그러나 ‘좌파 포퓰리즘’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부패 척결만으로 수백억달러를 만들 수는 없으며 결국 국가 부채 증가와 경제 불안을 야기할 것이라는 것이다.

■ 트럼프와 마찰 빚을 듯

그는 이민 문제 등과 관련해 미국에 “상호 존중”과 “대등한 관계”를 요구하겠다고 했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도 자국민에게 도움이 안된다며 재검토를 공언해왔다. 이 같은 ‘멕시코 우선주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와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파장은 불가피하다. 멕시코는 미국과 이민 문제에서 직접적으로 얽혀 있고, 마약 문제에서는 수십년간 공조를 이어왔다. 특히 멕시코는 미국의 해외 교역에서 3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미국과 멕시코 모두에 이익이 되도록 할 일이 많이 있다”며 “그(오브라도르)와 함께 일하기를 무척 고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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