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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한테 내 머리는 움직이는 좌변기?
 
김종분   기사입력  2018/07/12 [10:28]

 

한겨레

 

난 눈썹 위쪽에 있는 ‘나무숲(머리)’의 밀도가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맞다. 남자들의 영원한 고민거리인 머리털 되시겠다. 아버지의 강력한 유전 덕분에 ‘조기 탈모’ 증세가 30대 초반부터 찾아 왔다. 나이를 먹으면서 ‘나무 분포도’에 대한 지대한 관심은 아주 쪼~금 사그라진 편이지만, 그래도 하나둘 빠지는 머리카락만 생각하면 눈물 난다. 같은 처지에 있는 이들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으리라. 이런 개인 치부(恥部)를 들춰내면서까지 쓸 수밖에 없는 웃지 못할 상황이 있었으니. 

호연지기를 기르고도 남을 광활하고 탁 트인 전망이 내 동공을 쫙~ 당기는 찰나였다. ‘따뜻한 건더기가 있는 국물’이 어느새 이마에 난 솜털을 가로지르며 눈 밑으로 흐르고 있었다. 갈매기가 머리통에 똥을 싸지르고 유유히 사라진 것이다. 이 넓고 넓은 바다와 땅, 많고 많은 사람 중에 왜 하필 내 머리 위에 이런 몹쓸 짓을!

사실 고백하건대 난 전에도 회사 근처에서 두 번씩이나 ‘닭둘기(닭과 다를 바 없는 비둘기)‘에게 당한 적이 있다. 머리 정수리 쪽에 정통으로 똥이 떨어지자마자 화장실로 뛰어간 경험이 지금도 생생하다. 전생에 새와 연관이 있나? 아니면 새들이 하늘 위에서 내 두상을 보면 마치 ’걸어 다니는 양궁 과녁’이나 ’움직이는 좌변기’처럼 보였던 것일까? 여하튼 독하다던 암모니아 성분이 두피를 뚫고 흡수되기 전에 빨리 화장실로 가야 했고, 그 광경을 본 가족들은 못이기는 척하며 웃고 있었다.

주위에 이런 얘기를 하면 “야 로또를 샀어야지! 쯧쯧”하며 혀를 찬다. 하기야 평생 한 번 맞을까 말까 하는 떨어지는 똥을 그것도 세 번씩이나 조준사격 당했으니 그럴 만도 하겠다. 이쯤에서 소심하게 외치고 싶다. “머리털 없는 것도 서러운데 사람 많은 곳에서 그런 개망신까지 당할 만한 죄를 지진 않았단다. 새님들아.” 이 아픈 상처를 ‘누가’ 아니, 어떤 ‘버드’(bird)가 날 보듬어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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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7/12 [10:28]  최종편집: ⓒ 정책평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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