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친서서 비핵화 언급 안한 배경은

서정태 기자 | 기사입력 2018/07/16 [10:39]

김정은, 친서서 비핵화 언급 안한 배경은

서정태 기자 | 입력 : 2018/07/16 [10:39]

 

‘보상 전 공개 약속은 위험부담’ 판단한 듯/전문가 “친서엔 포괄적 뜻 표명”/일각선 “北, 협상 장기화 대비 포석/일 틀어질 때 책임론 회피 의도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공개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보낸 친서에 비핵화에 대한 언급이 빠진 데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세계일보

공개된 김정은 친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보낸 친서가 12일(현지시간) 공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김 위원장에게서 받은 아주 멋진 글. 큰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는 글을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캡처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외교 친서 성격상 비핵화를 직접 언급하지 않은 것은 크게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반응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교 친서에 구체적으로 비핵화를 언급하는 것보다 (북·미) 합의 이행의 의지와 존중, 배려의 포괄적 뜻을 담는 게 맞는 것 같다”며 “‘비핵화 약속을 지키겠다’는 식의 어투보다 정상 간 합의 정신을 지키겠다는 표현을 쓰는 게 친서 성격상 더 어울린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피하는 대신 ‘두 나라의 관계개선’이라거나 ‘조·미 사이의 새로운 미래’라는 식으로 관계개선에 초점을 두고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도출된 북·미) ‘공동성명의 충실한 이행’을 강조했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 없이 북·미 간 관계개선이 이뤄질 수 없다는 점에서 맥락상 비핵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는 있으나 문제는 북한의 비핵화 추가 조치 이행이 늦어지면서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 자체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일보

13일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과 브뤼셀 등의 순방을 마치고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를 통해 귀국하는 모습.


김 위원장은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의 공개된 대화에서도 비핵화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았다.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된 가장 큰 이유가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 표명 때문이었지만 언론에 공개된 자리에서는 단 한 번도 직접 언급을 한 적이 없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 표명은 그와 직접 만난 한·미 대통령과 고위 관료의 전언 형식으로 공개됐을 뿐이다. 전직 외교·안보 고위 관료는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공개 석상에서 섣부른 언급을 피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은 자신들의 비핵화에 상응하는 요구조건이 분명한데 미국으로부터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받아내기 전에 최고지도자가 직접 나서 비핵화 약속부터 공개적으로 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내부적으로 당·정·군 엘리트층과 주민 설득을 위해서는 미국에 비핵화를 먼저 공개적으로 약속하기에 앞서 그에 응당한 보상을 받아내야 내부 설득 명분이 생긴다는 얘기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자칫 비핵화 검증 방식과 수위 등 디테일을 논의하다 일이 틀어질 경우에 대비해 미국이 북한에 책임을 돌릴 수 있는 빌미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의도일 가능성도 있다.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북한은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 나왔지만 아직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불가역적 비핵화(CVID)를 이행할 준비는 되어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확고부동한 보상을 챙기기 전에는 먼저 비핵화 약속을 공개적으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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