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 예고수당 얼마냐"…알바 내쫓는 편의점주

김웅진 | 기사입력 2018/07/16 [11:11]

"해고 예고수당 얼마냐"…알바 내쫓는 편의점주

김웅진 | 입력 : 2018/07/16 [11:11]

 내년도 최저임금 8350원으로 책정 "더이상 인건비 감당 못해"
'아르바이트 무더기 해고' 극단적인 카드까지 꺼내
심야 시간 영업 중단 하면 1차 해고 피해자는 야간 편의점 알바생 될 듯

아시아경제


 지금도 인건비 감당이 힘든데 내년에 더 올리면 어떻게 버틸 수 있겠어요. 야간영업을 접고 시간제 아르바이트(알바)를 해고하려고 합니다. 해고 예고수당은 얼마를 줘야 하나요?"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9% 오른 8350원으로 책정된 지난 주말 주요 포털사이트 커뮤니티에는 알바생 해고 방안을 알려달라는 편의점주들의 글들이 빗발쳤다. 인건비 직격탄으로 월 평균 수익이 급감한 점주들이 정부에 대한 항의로 야간 영업을 중단하고 '알바 무더기 해고'라는 극단적인 카드까지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점주들의 강력 반발에 알바생들의 불안감도 커지는 모양새다. 일자리나 근무 시간이 줄어들 위기에 처한 일부 알바생들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분 대신 계속 근무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전편협)는 16일 오후 2시 전체회의를 열어 매달 하루 공동 휴업, 내년 1월부터 심야 할증과 카드 결제를 거부하는 방안 등을 세부 논의한다. CUㆍGS25ㆍ세븐일레븐ㆍ 이마트24 점주 대표들을 비롯해 10명이 참석한다. 홍성길 전편협 사무국장은 "현재 각 사마다 의견을 모으고 있는 중"이라며 "편의점 7만점마다 각각 처한 상황이 전부 달라 어떤 단체 행동이 가장 효과적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전편협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월 1회 공동 휴업(심야시간 동시휴업)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날 회의에서 심야시간 동시휴업안이 결정되면 7만개 편의점 심야 시간대(밤 12시~다음 날 오전 6시)에 고용된 알바생들이 제일 먼저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우려된다. 7만개는 주요 5개 편의점(CUㆍGS25ㆍ세븐일레븐ㆍ이마트24ㆍ미니스톱) 가맹점 4만여개와 홈플러스365, 개인편의점 등까지 합한 숫자다. 실제 주요 포털사이트 커뮤니티 등에는 인건비 감당이 버거운 편의점주들이 야간에 근무하는 알바생을 해고하겠다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동시에 알바 자리를 없애 일자리를 줄이는 것만이 정부를 압박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여론도 형성되는 중이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편의점 1곳당 알바생 3.5명을 고용하고 있고, 대다수는 야간 알바생을 쓰는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 중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모연(47ㆍ가명)씨는 "내년 시급이 도저히 감당이 안 돼서 지금부터 대비하려면 운영 비용을 비축해 놔야 하는데 사람을 자르는 수밖에 없다"며 "시급이 주간보다 1.5배 높은 심야 근무자부터 당장 내보내려 하는데 '해고 예고수당'도 만만치 않아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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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 예고수당이란 고용주가 근로자를 즉시 해고하는 대신 30일분의 통상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제도다. 한 달치 월급과 맞먹는 규모라 이 금액이 부담스러워 해고조차 마음대로 못 하는 형편이다.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8시간 동안 주 5일 근무하던 아르바이트생을 당장 내보내려면 현재 최저임금 기준으로 180만7200원의 해고 예고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이는 주휴수당을 포함한 월급(215만9479원)의 83%에 달한다. 해고 예고수당은 최저임금의 1.5배인 야간 시급이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30일 전 해고 통보만 하면 수당을 주지 않아도 된다. 인천 연수구에서 편의점을 하는 정동수(39ㆍ가명)씨도 "지난 주말 사이 아내와 가게 보는 시간을 늘리고 아르바이트생부터 빨리 내보내자고 결론 지었다"며 "오늘 알바생에게 다음 달 17일부터 나오지 않아도 된다고 통보할 것"이라고 한숨 지었다.

편의점 업계에선 동시휴업과 별개로 심야 영업 자율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현재는 본사와 계약 때문에 심야 영업을 하지만 비용 대비 수익을 계산하면 문을 닫는 게 낫다는 것이다. 가맹사업법도 24시간 운영을 더 쉽게 중단할 수 있도록 지난 4월 개정됐다. 과거엔 직전 6개월 동안 밤 12시부터 새벽 6시까지 영업 비용이 이익보다 높으면 심야 영업 중단을 본부에 신청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법 개정 후 현재는 직전 3개월 동안만 적자를 내도 본부에 신청 가능하며 가맹본부 심의 후 최종 결정된다.

편의점 관계자는 "지금도 울며 겨자먹기로 24시간 영업을 이어가는 점주들이 많아 인건비 부담이 더 커지면 야간 영업을 이어가기 힘들 것"이라며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여파는 소상공인 폐점과 아르바이트생 해고로 직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신보 기자 김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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