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제식구 감싸기’ 원천봉쇄한 靑… 軍개혁-인적청산 이어질듯

서정태 기자 | 기사입력 2018/07/17 [09:44]

‘軍 제식구 감싸기’ 원천봉쇄한 靑… 軍개혁-인적청산 이어질듯

서정태 기자 | 입력 : 2018/07/17 [09:44]

 

[기무사 계엄령 문건 파장]문재인 대통령 “모든 자료 제출” 지시 왜?

동아일보

宋국방 “대통령 지시 신속히 이행” 송영무 국방부 장관(왼쪽)이 16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군기무사령부 계엄령 문건 관련 부대장 긴급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김용우 육군참모총장과 이석구 기무사령관을 비롯해 수도방위사령관 등 20여 개 부대 지휘관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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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무 국방부 장관뿐만 아니라 군 전체에 ‘유야무야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낸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16일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의 ‘계엄령 검토 문건’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문건과 관련해 국방부, 기무사와 각 부대 사이에 오고 간 모든 문서와 보고를 즉시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10일 인도 방문 중 “문건 작성과 관련해 독립수사단을 구성해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가 관련 문건을 청와대로 즉시 제출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독립수사단 수사와 별개로 계엄령 검토 문건과 관련된 모든 경위를 문 대통령이 직접 파악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청와대의 자체 조사 결과에 따라 계엄령 문건 파문이 대대적인 국방개혁과 군 인적청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軍 수뇌부 겨냥한 靑의 강력 경고

이날 문 대통령의 지시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아직 (문건 작성의) 위법 여부도 판단하지 않고 있다. 문건 제출 지시는 군 통수권자로서 진상을 먼저 파악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변호사 출신인 문 대통령이 직접 2017년 3월 당시 문건 작성을 전후해 위법 사항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어디까지가 문제인지 들여다보겠다는 의미다.

청와대는 “책임 소재는 조사가 끝난 뒤에 물어도 늦지 않다”고 밝혔지만, 문 대통령이 직접 조사에 나섰다는 점만으로도 이날 수사를 시작한 군 독립수사단에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청와대와 군이 사실상 같은 사안을 동시에 들여다보게 됐기 때문이다.

중복 수사 논란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문건 제출 지시를 내린 것은 “군의 자체 조사 결과와 청와대의 조사 결과를 비교해 보겠다”는 의미다. 그 과정에서 군이 ‘제 식구 감싸기’와 비슷한 행태를 보인다면 절대 묵과하지 않겠다는 것. 사실상 청와대가 나서기 전에 군이 스스로 문제를 찾고, 문제가 있다면 과감하게 도려내라는 지시다.

○ 4월 30일, 靑에서는 무슨 일이

또 문 대통령의 지시가 군뿐만 아니라 청와대 참모진에 대한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4월 30일 국방부와의 회의에서 계엄령 검토 문건을 인지하지 못한 참모들에게 “이번에는 제대로 조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것.

4월 30일 송 장관과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등은 청와대에서 기무사 개혁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당시 송 장관은 계엄령 검토 문건을 별도로 보고하지 않고, 기무사의 과거 정치 개입 사례의 하나로만 보고했다. 국방부도 “(당시) 송 장관이 문건의 존재와 내용의 문제점은 언급했지만 문건을 청와대에 전달하진 않았다”라고 밝혔다. 회의에 앞서 국방부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에도 같은 보고를 했다. 청와대가 해당 문건의 인지 시점에 대해 “두부 자르듯 잘라 말할 수 없다”, “회색 지대가 있다”고 한 이유다. 송 장관이 청와대에 문건 관련 보고를 한 4월 말은 진보진영을 중심으로 이 문건의 계엄령 검토가 ‘내란음모죄’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논란이 점화된 뒤다. 이 때문에 “송 장관은 물론 청와대 참모진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부는 이날 청와대 회의 직전 이 문건에 대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게 먼저 보고를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책상에 계엄령 문건이 올라온 것은 회의 두 달여 뒤인 지난달 28일이었다.

○ ‘인적청산’ 등 대대적 개혁으로 이어질 듯

청와대는 이 문건에 대한 대응을 송 장관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군 전체의 문제로 보고 있다. 만약 문건 작성 및 보고 과정에서 군이 조직적으로 불법 사실을 알고도 묵과했다면 대대적인 후속 조치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문건이 여당 일각의 주장대로 ‘내란음모죄’ 소지가 있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심판을 앞두고 업무가 정지된 상황에서 계엄령 준비를 가능하게 했던 군 지휘체계에 대한 개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군 조직 내 주요 파벌에 대한 조사와 대규모 쇄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가 문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밝히며 “군 통수권자로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청와대의 수사개입 논란이 불가피한데도 자체 조사에 나서면서 청와대가 이번 사안을 단순한 법적 다툼의 사안이 아닌 군 조직 자체의 문제로 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지난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게) 보고 누락’은 미국과의 관계 때문에 배치된 사드를 철수할 수도 없었고, 지난 정권의 군 수뇌부를 겨냥할 수도 없었다”며 “하지만 온전히 국내 문제인 계엄령 문건 파문은 그 결과가 다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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