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국엔 큰소리, 러엔 저자세… '뭇매' 맞은 트럼프

노종관 | 기사입력 2018/07/18 [08:47]

동맹국엔 큰소리, 러엔 저자세… '뭇매' 맞은 트럼프

노종관 | 입력 : 2018/07/18 [08:47]

美·러 정상회담 후폭풍/‘러 스캔들’ 관련 푸틴 비판 안해/ 정보당국보다 러 더 신뢰 분노감/ 민주 이어 공화당내서도 맹비난/ 민주 척 슈머 “미국민에 대한 모독”/ 공화 폴 라이언 “러는 민주주의 적”/ NYT “美 아닌 푸틴편서 문제 제기"/ WP "유럽서 美와 결속 의구심"/ 보수매체 WSJ·폭스도 비판나서

세계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의 대통령궁에서 첫 공식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후 정치권과 언론의 거센 비판에 시달리며 정치적 위기에 몰렸다.

미 언론과 정치권은 1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미·러 정상회담에서 보인 태도에 혹평을 가했다. 동맹 관계 훼손을 불사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적성국인 러시아에는 저자세를 보였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스캔들’ 등의 논란과 관련, 푸틴 대통령을 비판하지 않았다. 러시아 스캔들은 지난 2016년 대선에서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이다. 러시아 정부가 당시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이메일 등을 해킹해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다는 게 핵심 의혹이다. 미 정보기관은 ‘러시아 개입’ 결론을 내렸고, 특검은 최근 러시아 정보 요원 12명을 기소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이날 약속이나 한 듯 대선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푸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개입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했다”며 “러시아는 절대 개입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미국 내부 문제에 개입할 계획이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미국 특검의 공식 요청이 있으면 1999년에 체결된 조약에 따라 합동으로 범죄수사를 할 수 있다고 공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공조 수사 발언에 대해 “믿을 수 없는 제안”이라고 높이 평가한 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개입한 게) 아니라고 했으며, 러시아는 그렇게 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세계일보

16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미·러정상회담을 마친 뒤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2018러시아월드컵 공인구를 선물로 전달하면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헬싱키


미 정보당국보다 러시아를 더 신뢰하는 듯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워싱턴 정가는 발칵 뒤집혔다.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에서도 목소리를 키웠다.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미국의 적을 옹호한 대통령은 없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힐난했다. 공화당 서열 1위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리의 동맹이 아니라는 걸 인식해야 한다”며 “러시아는 여전히 미국과 세계의 민주주의를 해하려 한다”고 말했다.

언론의 비판 칼날은 더 매서웠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아닌 푸틴 대통령 편에서 미 정보당국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고 분노했다. CNN방송은 “미국 대통령이 정보기관을 신뢰하지 않고, 상대국의 발언에 무게를 실은 것은 유례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보수 매체인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폭스뉴스도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발언 내용을 비판했다. 미국 밖의 우려감도 팽배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번 회담 이후 미국과 유럽의 결속이 끝났다는 의구심이 유럽에서 일고 있다.

세계일보

귀국한 트럼프 무거운 발걸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부인 멜라니아와 함께 16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 도착해 걸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 직후 저자세를 보였다는 이유로 정치권과 언론으로부터 “수치스러운 대통령”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워싱턴


혹평이 난무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귀국편 전용기에서 “정보기관 요원들을 매우 신뢰하며, 밝은 미래를 만들려면 과거에만 집중할 수는 없다”고 트윗을 올렸지만 울림이 약했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