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에만 400만마리 죽었는데, 또?”…‘폭염에 적조까지’ 어민 속타는 여수 해역

권오성 | 기사입력 2018/07/27 [10:53]

“지난 겨울에만 400만마리 죽었는데, 또?”…‘폭염에 적조까지’ 어민 속타는 여수 해역

권오성 | 입력 : 2018/07/27 [10:53]

 

전남 해상, 폭염에 적조까지 겹쳐 ‘비상’

“적조 확산 막자”…하루 황토 120t 살포

중앙일보

지난 2월 한파 당시 여수 지역의 한 어민이 폐사한 물고기들을 들어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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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한파 당시 430만 마리 폐사 ‘악몽’

지난 26일 오후 전남 여수시 화정면 월호 해상. 125t급 해양환경정화선 4척에서 시뻘건 황토가 쉴새 없이 쏟아져 나왔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 속에 발생한 적조(赤潮) 확산을 막기 위한 황토살포 모습이었다. 작업에 투입된 전남도청과 여수시청 직원 등은 황토살포기와 고압 물뿌리기를 쏘아대며 연신 비지땀을 흘렸다. 이날 적조 방제에는 황토살포선 8대와 바지선·예찰선 등 30여 척의 선박과 150여 명의 인력이 투입됐다. 신창우 전남도 해양보전팀장은 “겨울철 한파에 이어 최근에는 고수온과 적조 주의보가 동시에 발령되면서 양식어가들의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사상 초유의 폭염이 연일 기승을 부리면서 전남 지역 어민들의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지난겨울 발생한 한파 피해를 채 복구하기도 전에 폭염과 적조가 동시에 기승을 부리고 있어서다. 지난 2월 전남 해역에서는 참돔과 감성돔 등 430만여 마리가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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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조 확산을 막기 위한 황토살포 모습. 현재 여수 해역에는 고수온 주의보와 적조주의보가 동시에 발령돼 양식어장 피해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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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온과 적조 동시 출현…이례적 현상에 ‘비상’

불과 5개월 전 한파 피해를 봤던 어민들은 또다시 자연재해로 인한 폐사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무엇보다 올여름에는 고수온 현상과 적조가 함께 출현했다는 소식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통상 ‘고수온 주의보’가 발령되는 28도 이상이 되면 활동성이 크게 떨어졌던 적조가 되레 확산 조짐을 보여서다.

현재 여수 해역에는 ‘고수온 주의보’와 ‘적조 주의보’가 동시에 발령된 상태다. 고수온과 적조 주의보가 동시에 발령된 것은 올해가 처음이어서 관계 당국과 어가들은 비상이 걸렸다. 여수의 경우 이날 수온이 최고 29도까지 오른 가운데 적조 생물종인 코클로디니움의 개체도 확산 조짐을 보였다. 이날 여수시 남면 함구미 해상은 1㎖당 코클로디니움이 860개체나 발생했다. ‘적조 주의보’는 코클로디니움이 바닷물 1㎖당 300개체 이상, ‘적조 경보’는 1000개체 이상 출현할 경우 발령한다. 유해성 적조생물인 코클로디니움은 다량의 점액질로 어류를 질식사시키는 특성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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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시 남면 화태도 해상에서 진행된 황토살포 모습. 현재 여수 해역에는 고수온 주의보와 적조주의보가 동시에 발령돼 양식어장 피해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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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펄 끓는 바닷물 ‘29도’…코클로디니움 확산 조짐

적조 발생 시기가 예년보다 크게 앞당겨진 점도 어민들의 시름을 깊게 하고 있다. 전남에서 양식 어가가 가장 많은 여수에서는 지난 25일 올해 첫 적조 주의보가 발령됐다. 가장 최근 적조 피해를 봤던 2016년 8월 16일보다 20일가량 빨리 적조가 나타났다. 전남도는 예년보다 일찍 발생한 적조 확산을 막기 위해 이날 하루 동안 여수 해역에만 황토 120t을 살포했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바닷물의 온도도 크게 치솟은 상태다. 지난 23일 여수 신월~장흥 회진 해역의 수온은 29.3도까지 올라갔다. 같은 날 신안 압해~영광 안마도 해역과 해남 화산 해역은 최고 28.9도로 치솟아 수산 당국을 긴장시켰다. 앞서 전남 함평의 주포항 인근 양식장에서는 지난 18일 돌돔 6만5000마리가 폐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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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시 남면 화태도 해상에서 진행된 황토살포 모습. 현재 여수 해역에는 고수온 주의보와 적조주의보가 동시에 발령돼 양식어장 피해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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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민들 ‘속수무책’…차광막·액화산소 주입 ‘발 동동’



지난 2월 여수에서 발생한 어류 폐사도 어민들의 공포감을 키우고 있다. 당시 여수에서는 설 명절을 앞두고 참돔·줄돔 등 361만여 마리가 폐사해 큰 피해를 줬다. 어민들은 양식장 위에 차광막을 설치하거나 가두리 양식장 물속에 액화산소를 주입해 수온을 낮추는 작업을 하느라 쉴새 없이 땀방울을 쏟아내고 있다. 전남도 역시 어가마다 액화산소를 공급하는 한편, 선박 운항 등을 통한 양식장 내 물 순환 작업을 독려하고 있다. 여수 개도에도 가두리양식장을 하는 이승재(58)씨는 “자식처럼 키우던 돔 9만 마리를 잃은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무더위와 적조가 동시에 나타나는 바람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있다”고 말했다.

여수=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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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한파 당시 여수 지역의 한 어민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죽은 물고기들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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