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줄고 최저임금 영향…외식업·자영업 폐업 속출

김웅진 | 기사입력 2018/07/31 [12:13]

회식 줄고 최저임금 영향…외식업·자영업 폐업 속출

김웅진 | 입력 : 2018/07/31 [12:13]

 “회식이 실종됐어요. 그래서 죽을 맛입니다.”

요즘 외식업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나오는 얘기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한달, 중견기업 이상의 직장인들에게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ㆍ일과 삶의 균형) 훈풍이 불고 있지만, 자영업자들에게 혹독한 칼바람이 돼 돌아오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청탁금지법과 미투운동에 이어 7월부터 주52시간 근무제까지 도입되면서 직장인 회식문화가 축소됐고 이로 인해 영업환경도 벼랑 끝에 몰리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관련기사 2ㆍ16면

지난 30일 서울 여의도서 횟집을 운영하는 황모(45) 씨는 식당을 찾은 기자에게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30% 가까이 줄었다”고 했다. 그는 “올들어 최저임금이 16.4%나 올라 직원을 6명에서 4명으로 줄였다”며 “주 52시간제 이후부턴 회식 단체손님도 줄어 단골들 조차 얼굴보기가 힘들어졌다”고 했다. 이 가게는 새벽 1시에 마치던 영업시간을 최근 밤 11시로 단축했다.

마포구 상암동 오피스 인근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날 800여 세대를 갖춘 대규모 오피스텔 바로 앞 상가는 한적한 모습이었다. 이 상가에서 맥주집을 운영하고 있는 한모(40) 씨는 “보통 맥주는 회식 후 2, 3차로 많이 찾는 분위기였지만 요즘은 2~3명의 간단한 친목모임 외 단체손님은 거의 없다”며 “한여름에도 이러니, 올 겨울은 어떻게 장사를 해야하나 막막하다”고 했다.

인근의 또 다른 상가. 이곳 2층에서 수 년간 자리를 지켰던 고기집 문앞에도 ‘임대문의’라는 글자가 큼지막하게 붙어있었다. 같은 상가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한 상인은 “작년부터 손님이 줄어 직원들을 정리하더니, 최근들어 경영이 더 어려워지면서 가게를 내놓은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실제 주 52시간제 시행 후 직장인들의 회식문화는 크게 줄어들고 있다. 여의도 한 증권사에서 근무하는 김모(31) 씨는 “주 52시간제 후부터 선택적 근무제가 활성화되고 있다”며 “자신이 초과근무를 한 만큼 다른날 업무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목ㆍ금 오전 근무만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했다.

김 씨는 “법인카드를 쓰는 팀 차원의 회식은 7월에 한 번도 한 적이 없고 동기모임조차 하자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며 “후배들과 한 잔 걸치기 좋아하는 부장급 상사들도 법적 테두리가 생긴 이후, 최대한 이에 맞춰가자는 분위기로 바뀌어가고 있다”고 했다.

지난 2016년 시행된 청탁금지법과 올해 역대 최고의 최저임금 인상에 이어 주 52시간 도입 정책은 이처럼 자영업의 발목을 잡는 악재가 되고 있다. 여기에 소비부진, 출혈 경쟁까지 더해 음식, 숙박업과 도소매업을 중심으로 자영업자들이 줄줄이 가게 문을 닫는 상황이다. 통계청 국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 폐업률은 전년 대비 10.2%포인트 높은 87.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음식, 숙박업과 도ㆍ소매업 등 자영업 4대 업종은 지난해 48만3985개가 새로 생기고, 42만5203개가 문을 닫았다. 10개가 문을 열면 8.8개는 망한 셈이다. 최저임금 인상폭이 2년새 30%에 육박하게 되면서 올해는 폐업률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대학 교수는 “자영업이 무너지는 상황인데 더 큰 문제는 이들이 자영업에서 밀려나도 고용 상황이 좋지 않아 취업할 곳을 찾기도 어렵다는 것”이라며 “내수 촉진 등 지원을 통해 급격한 퇴출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연합신보 기자 김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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