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법원 뭐길래…사법부는 진흙탕을 마다하지 않았을까

권오성 | 기사입력 2018/08/01 [09:49]

상고법원 뭐길래…사법부는 진흙탕을 마다하지 않았을까

권오성 | 입력 : 2018/08/01 [09:49]

 

靑·국회 동향 파악… 지렛대로 조선일보 활용 /상고법원 도입 전방위 여론전/2015년엔 설문조사 등 기재 홍보전략/비용 등 구체적 방법·보도날짜도 계획/여론 무관심 속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

세계일보


‘상고법원이 뭐길래, 사법부는 진흙탕을 마다하지 않았을까.’

판사들이 작성한 것이라고 믿기 힘든 문건 내용의 대부분은 ‘상고법원’에서 비롯됐다. 대법원에 올라오는 사건이 엄청 많아 판결이 오래 지연되거나 사건 당사자가 제대로 판결을 못받는 등 각종 부작용이 생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핵심 대책으로 추진한 게 상고법원이다. 대법원은 국민 다수의 권리와 이익에 영향을 주는 등 중요한 사건에 집중하고 개별 사건 당사자의 권리구제 기능에 대한 최종심(3심) 판단은 상고법원에 맡겨 신속하고 충실한 재판을 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이를 관철하기 위해 양 전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는 상고법원 설치 법안의 키를 쥔 청와대와 국회, 정치권을 움직일 여론 동향에 각별히 신경썼다. 특히 여론의 관심도와 호응도가 저조하자 여론전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조선일보를 주요 지렛대로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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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및 판사사찰`` 의혹과 관련한 미공개 문건이 31일 공개됐다. 법원행정처는 31일 오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의 조사보고서에 언급된 410개 문서 파일 중 미공개 문서 파일 228건의 비실명화 작업을 마치고 이를 법원 내부 통신망과 언론을 통해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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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공개된 ‘조선일보를 통한 상고법원 홍보전략’ 문건을 보면 법원행정처는 2015년 5∼6월 조선일보에 설문조사·지상좌담회·칼럼 등을 싣는 홍보전략을 짰다. 설문비용 지원 및 이메일·전화·대면 등 구체적인 조사방법과 문항, 보도날짜까지 계획했다. 조선일보를 활용한 홍보기사 계획이 담긴 ‘조선일보방문설명자료’문건에선 “국민들로부터 가장 신뢰를 받는 최고의 언론사”라고 치켜세웠다. 또 행정처 인사들이 조선일보 기자와 저녁을 하며 나눈 내용을 담은 ‘조선일보첩보보고’ 문건에는 조선일보를 “최(고)유력 언론사”라고 언급하며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등 주요 관심 사건에 관해 (결론이 아닌) 선고 예정 기일 등 사건진행 정보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언론의 상당한 호감 확보 가능”이라고 적었다.

그러나 모두 부질없는 짓이었다. 상고법원 설치법안은 여론의 무관심 속에 19대 국회 임기만료와 함께 폐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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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은 2015년 8월 한 전 총리의 유죄가 확정된 직후 새정치민주연합의 계파별 온도 차까지 계산하며 대응전략을 세우기도 했다. 관련 문건은 “당 내부에 친노와 비노 간 계파별 온도 차가 있다”고 분석하면서 유죄판결에 대한 당내 반발 무마에 이용하자는 전략을 제시했다. 특히 “이번 대법원 판결로 친노는 자연스럽게 ‘친문(문재인)’으로 재편성되고, 내년 국회의원 선거 공천 과정에서 문재인 대표의 색깔이 한층 더 두드러질 것이라는 예상이 있다”고 전망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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