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없었다”던 임종헌, 실제론 처벌 각오하고 있었다

권오성 | 기사입력 2018/08/03 [10:02]

“불법 없었다”던 임종헌, 실제론 처벌 각오하고 있었다

권오성 | 입력 : 2018/08/03 [10:02]

 이탄희 판사, 지난 2월 부당 지시 반발

“행정처, 청와대처럼 운영 말라” 지적에

임 전 차장 “형사처벌 달게 받을 것”

불법성 알고도 ‘경위서’에서 거짓해명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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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행정처는 국제인권법연구회 산하 소모임인 인사모의 예규 위반행위에 대하여 검토한 적은 있지만, 이는 특정 학회 활동 견제 및 특정 세미나 발표에 대한 연기, 축소 압력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 농단’ 실무에 깊숙이 개입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해 3월 법원행정처에 낸 ‘경위서’ 내용이다. 임 전 차장은 경위서에서 “불법 행위는 없었다”고 거듭 주장했다. 임 전 차장의 이런 주장은 사법행정권 남용 사례가 구체적으로 확인된 지금까지도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다’라는 법원행정처 기조를 떠받치고 있다.

하지만 임 전 차장이 당시 자신이 하는 업무의 ‘불법성’을 알고 있었으며, 이 때문에 “형사처벌도 달게 받겠다”는 말까지 한 사실이 확인됐다. 2일 <한겨레> 취재 결과, 지난해 2월18일 이탄희 판사는 행정처 근무 거부와 사직 의사를 밝힌 뒤 임 전 차장과 전화통화를 했다고 한다. 이 판사는 지난해 2월 요직인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로 발령난 직후, 그간 행정처가 벌인 법관 사찰과 국제인권법연구회 와해 공작을 확인한 뒤 행정처 근무를 거부해 ‘사법행정권 남용’을 세상에 알린 장본인이다. 이 판사는 “(연구회 와해 등은) 불법 소지가 있다”, “행정처를 청와대처럼 운영해선 안 된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처럼 처벌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는데, 이에 임 전 차장은 “법원에는 단결된 하나의 목소리가 있어야 한다”며 “처벌도 달게 받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법률가인 임 전 차장 스스로 행정처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지던 법관 뒷조사와 성향 분류, 법원 내 특정 연구모임 와해 시도 등의 불법성과 처벌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런데도 한 달 뒤 작성해 행정처에 낸 경위서에는 “진실과 거리가 먼 명백한 허위보도로 인해 30년 법관 생활을 불명예스럽게 마감했다. 불법 행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임 전 차장의 상관이던 당시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도 법원 내부전산망에 “연구회 활동과 관련해 어떠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며 임 전 차장의 주장을 거들었다.

임 전 차장의 “처벌 감수” 발언은 대법원 자체 조사과정에서 확인됐으며, 조사 결과를 넘겨받은 검찰 역시 임 전 차장의 발언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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