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이 부를 '무인혁명'

김웅진 | 기사입력 2018/08/07 [09:45]

최저임금 인상이 부를 '무인혁명'

김웅진 | 입력 : 2018/08/07 [09:45]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재계는 물론, 학계·정관계 등에서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긍정적 면을 기대하는 시각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한 애널리스트는 “‘하우스 뷰(회사 차원의 시각)’는 부정적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기대하는 면이 있다”고 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기대할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바로 최저임금 인상이 부를 또 하나의 산업혁명이다.

옥스퍼드대 경제사 교수인 로버트 C. 앨런은 저서 ‘세계경제사’에서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난 이유로 영국의 고임금 구조를 꼽았다. 빠른 도시화가 진행된 영국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이 높아 자본가들이 산업‘혁명’을 일으키고자 하는 수요가 컸다는 것이다. 영국은 자본 서비스 가격 대비 임금 수준이 인도의 3배 이상이었다(아래 그래프 참조). 자본가 입장에서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 기계를 개발할 유인이 있었다는 것이다.

또 하나. 세계경제사에 따르면 1800년 기준 영국 성인의 식자율(자신의 이름을 쓸 수 있는 비율)은 53%로, 오스트리아와 헝가리, 폴란드, 스페인에 비해 2배 이상 높았다. 이 나라들의 식자율은 20~22%에 그쳤다. 영국보다 높은 유럽 국가는 지금도 외국어 능력이 탁월하다고 평가받는 네덜란드 한곳(68%)뿐이었다. 앨런은 영국 식자율이 높았던 이유로 도시화를 꼽았다. 도시화 속에서 자신의 이름을 쓸 줄 아는 고학력자(?)가 늘어나고, 이들의 임금을 감당할 수 없어 산업혁명이 촉발됐다는 해석이다.

조선비즈

세계경제사 중 발췌



최저임금을 높여야만 하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또 다른 한 애널리스트는 갈수록 심화하는 취업난 속에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20대의 목소리가 높다는 의견도 전했다. “‘기득권’에 대한 젊은 층의 불만이 생각보다 훨씬 거셉니다. 이렇게 누적되다 보면 실력 행사가 일어날 수 있죠. 정부로서도 어쩔 수 없는 면이 있을 거예요”라고 했다.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취업난은 더 심화될 수 있지만, 일단 민심은 ‘강력히’ 인상을 원한다는 것이다.

아무튼, 최저임금 인상으로 우리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현재 정치 구조상 최저임금을 다시 낮추거나 제자리걸음하는 일은 일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이제는 이 시스템에 적응해야 한다. 정부 측 얘기대로 매출을 올리거나, 아니면 폐업해야 한다.

한계 자영업자는 퇴출당할 것이고, 고용은 위축될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최저소득은 보장되는 것이기 때문에 소비는 ‘일부’ 살아날 수 있다(정부 측 기대대로 된다면).

기업은 무인화의 속도를 높일 텐데, 사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저렴한 노동자(중국인)가 끊임없이 유입돼 덜 진행된 측면이 있다. 최저임금 1만원 시대는 무인화 열풍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무인화는 제2의 산업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잠깐. 우리는 과연 무인화를 맞아들일 준비가 됐는가. 옆 나라 중국은 무인화가 잘되고 있는데(올해 무인편의점 시장은 전년비 500% 증가가 예상된다고 한다. 출처 : BCG), 중국 소비자들은 우리에 비해 기본적으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훨씬 적극적이다. 처음 보는 기계가 있으면 점원이 있다고 해도 호기심 때문에라도 단말기 앞에 서는 이가 많다고 한다.

무인화의 첫걸음은 소비자들이 이를 받아들이느냐다. 사실 아직 우리는 무인 단말기를 불편해하고, 되도록 직원이 상대하는 곳을 찾는다. 그런 만큼 훨씬 더 편리해져야 한다.

권명준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이 때문에 공장 자동화, 그중에서도 소프트웨어주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IoT와 클라우드, AI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삼성에스디에스(018260)SK(034730)가 투자 매력이 있다고 했고,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현대중공업지주와 한화(000880), 에스에프에이(056190), 에스엠코어에 주목하라고 했다. 한국투자증권은 키오스크 단말기와 관련된 케이씨에스(115500), 푸른기술을 추천했다.

연합신보 기자 김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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