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에 30억 줬다, 파렴치 족속들"… 檢, 이팔성 비망록 법정공개

권오성 | 기사입력 2018/08/08 [08:44]

"MB에 30억 줬다, 파렴치 족속들"… 檢, 이팔성 비망록 법정공개

권오성 | 입력 : 2018/08/08 [08:44]

 

2008년 2월 23일 - "MB 만나 산업B·의원직 얘기… 그가 조금 기다리라고 했다"

2008년 3월 28일 - "MB와 인연 끊어야 할지… 여러 가지로 괴롭다"

조선일보

이명박 전 대통령 재판에서 이팔성 〈사진〉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비망록이 공개됐다. 검찰은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에서 이 전 회장이 2008년 1~5월 작성한 41장 분량의 비망록 사본을 공개했다. 이 전 회장은 이때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이사로 있었다. 이 전 대통령은 2007~2011년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나 맏사위 이상주씨를 통해 이 전 회장에게서 22억5000만원의 현금과 1230만원어치 양복을 뇌물로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회장은 2008년 2월 23일 자에 '통의동 사무실에서 MB(이 전 대통령) 만남. 나의 진로에 대해서는 위원장, 산업 B, 국회의원까지 얘기했고 긍정 방향으로 조금 기다리라고 했음'이라고 적었다. 여기서 '위원장'은 금융위원장을, '산업 B'는 산업은행 총재를 뜻한다고 검찰은 말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 취임 직후인 같은 해 3월 7일 박영준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은 이 전 회장에게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 자리를 제안했다. 이 전 회장은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다"라며 거절했다. 이에 이 전 회장은 같은 달 23일 '이명박에 대한 증오감이 솟아나는 건 왜일까'라고 비망록에 썼다. 이 전 회장은 비슷한 시기 이상득 전 의원을 만나는 자리에 '1. KDB(산업은행) 2. 우리'라고 적은 인사 청탁 메모를 가져가기도 했다.

그는 같은 달 28일엔 '이명박과 인연을 끊고 다시 세상살이를 시작해야 하는지 여러 가지로 괴롭다. 나는 그에게 약 30억원을 지원했다. 옷값만 얼마냐. 그 족속들은 모두 파렴치한 인간들'이라고 적었다. 검찰은 "거액의 돈을 건넸는데도 (자신이 원하는) 인사상 혜택이 없어 분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회장은 이상주씨에 대한 불만도 적었다. 그는 3월 3일 자에 '왜 이렇게 배신감을 느낄까. 이상주 정말 어처구니없는 친구다. 소송해서라도 내가 준 8억원 청구 소송할 것이다'고 썼다.

이후 5월부터는 이 전 회장을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앉히기 위해 여러 검토 작업이 진행된 정황이 비망록에 담겼다. 이 전 회장은 같은 해 6월 우리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으로 취임했다. 2011년 연임에 성공해 2013년 6월까지 재직했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이 건넨 돈의 상당 부분이 성동조선 등 기업에서 나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법정에서 수사관들이 압수 수색을 위해 이 전 회장 자택에 들이닥치자 그가 비망록 내용을 정리한 명함 크기의 메모지를 씹어 삼키려 했다는 일화도 공개했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