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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러움에 반하고 달달함에 빠지다
 
김종분   기사입력  2018/08/10 [07:19]

 

WE LOVE Belg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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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지칠 때면 길바닥에라도 주저앉아 편히 쉬고 싶어진다. 하지만 아무리 힘들더라도 시간에 쫓기면 이조차 사치로 느껴진다. 목적지에 빨리 도착해야지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는 것 같다. 여유를 즐기기 위해 떠난 여행인데 평소보다 더 힘든 강행군의 연속이다. 그곳이 유럽이라면 더 그렇다. 노천카페에 앉아 여유 있게 점심을 먹은 뒤 커피를 시켜 일행과 이런저런 얘기 나누는 모습을 꿈꾸지만, 막상 그 모습을 보고 부러워하는 행인이 현실이다. ‘내가 이러려고 유럽으로 여행왔나’하는 자괴감이 들지만, 다음날도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비슷한 일정이 이어진다. 파리, 로마, 런던 등 유명 유럽 도시를 여행한다면 이런 일정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이럴 땐 일정에 쫓기지 않는 여행지를 선택하면 유럽 여행에서 꿈꾸던 여유를 한껏 느낄 수 있다. 유명 도시와는 다른 그만의 매력이 있다. 오히려 익숙한 도시만 다닌 이들보다 새로운 유럽의 민낯을 볼 수 있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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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브뤼셀 그랑플라스는 바로크, 고딕 양식의 건축물로 둘러싸여 있다. 밤이면 광장 건물 조명 빛을 배경으로 여행객과 현지인들이 맥주를 마시며 노래를 부르고 이야기를 나누는 풍광이 펼쳐진다.


◆그랑플라스의 분위기에 취하다

파리에서 버스로 3시간 거리에 있는 도시 벨기에 브뤼셀은 유럽 여행 때 주로 찾는 도시는 아니다. 한국에서 출발하는 직항 비행기도 없다. 파리나 암스테르담 등 서유럽을 찾는다면 ‘한 번 들러볼까’하는 도시다. 벨기에 면적은 우리나라 경상도 정도다. 수도 브뤼셀에서 주변 도시를 여행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그리 부담되지 않는다. 주요 여행지가 아니기에 큰 기대 없이 가지만, 오랜 유럽의 정취를 그대로 품은 모습에 푹 빠져든다. 그것도 주위를 신경 쓰지 않고 다른 이들처럼 아무데나 철퍼덕 앉아서 말이다. 거대하거나 색다른 조형물을 보고 감탄하는 다른 유럽 여행지와 달리, 분위기에 취하는 여행지가 벨기에다. 시작은 브뤼셀의 그랑플라스(Grand-Place)다. 넓은 장소를 뜻하는 광장이 그대로 명칭이 됐다.

유럽 대부분 도시 중심가에 광장이 있다. 파리 에펠탑 앞 샹드 마르스 광장, 베를린 포츠담광장, 로마 스페인광장 등 광장마다 이름이 있는데, 브뤼셀의 그랑플라스는 그 자체가 이름이다. 사방이 뻥 뚫린 다른 광장과 달리 그랑플라스는 바로크, 고딕 양식의 건축물로 둘러싸여 있다. 15∼17세기 건축 양식의 건물이 광장 주변을 모두 돌아가며 서 있어 안락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랑플라스는 13세기 상인과 시민들이 천막을 치고 물건을 교환하던 시장이었다. 상인들의 힘이 강해지면서 이들은 상인조합인 길드를 형성했고, 광장 가장자리 주변에 집과 길드 하우스를 지으며 광장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역사적 사건의 장소가 되기도 했던 광장은 1695년 7만명의 프랑스군이 브뤼셀을 공격해 제 모습을 잃었다. 이후 상인들이 그랑플라스 재건에 나서 성당, 시청사, 길드 하우스, 왕의 집 등 현재 모습을 찾았다. 그랑플라스 광장의 모든 건축물이 역사와 문화적인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지만 가장 상징적인 건물은 시청사다. 시청사는 건물 중앙 첨탑을 중심으로 건물 왼쪽과 오른쪽이 비대칭을 이룬다. 이 건물을 설계한 건축가는 이 실수를 못 이겨 자살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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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랑플라스의 연인들.


지금은 현지인과 여행객들이 광장에서 어울리는 모습이 그랑플라스를 대표한다. 밤이면 건물 조명 빛을 배경으로 여행객과 현지인들이 맥주를 마시며 노래를 부르고 이야기를 나누는 풍광이 매일 펼쳐진다. 이런 분위기라면 연인들의 자연스러운 스킨십이 어찌 보면 당연할 듯싶다. 도심 속 개방된 장소로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고 자유롭게 이용하는 광장의 사전적 의미처럼 거리낌없이 자유롭게 모두가 어울리는 그랑플라스의 분위기에 빠져들게 된다. 한두 시간 광장에서 펼쳐지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외국 여행을 왔다는 기분을 만끽하게 된다. 단순히 고풍스럽고 멋진 건물만이 아니라 이런 분위기를 즐길 수 있기 때문에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가 그랑플라스를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으로 꼽았으리라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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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줌싸개 소년 동상은 17세기에 만들어져 ‘브뤼셀에서 가장 나이 많은 시민’으로도 불린다.


브뤼셀 하면 도시보다 유명한 것이 ‘오줌싸개 소년’ 동상이다. 그랑플라스에서 5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에 있는 동상은 일단 그 크기에 실망하게 된다. 60㎝에 불과하다. 2∼3m 정도 떨어져서 봐야 돼 더 작아보인다. 17세기에 만들어져 ‘브뤼셀에서 가장 나이 많은 시민’으로 불리기도 하는 동상은 오랜 기간만큼 벨기에를 대표했기에 무게감도 다르다. 2016년 브뤼셀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 사건 때 ‘오줌싸개 소년’ 동상은 ‘반테러’의 상징이 됐다. 동상이 폭탄이나 기관총, 테러리스트에게 오줌을 싸는 모습을 담은 이미지를 많은 이들이 SNS로 공유하며 테러에 반대했다. 그랑플라스 광장 인근에선 ‘오줌싸개 소녀’ 동상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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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셀 건물 곳곳엔 스머프 등 벨기에 만화 캐릭터가 그려져 있다.


숲 속의 버섯 집에서 사는 파란 난쟁이 스머프도 벨기에 출신이다. 파파 스머프를 비롯해 똘똘이, 투덜이, 덩치 스머프와 여자 스머프 스머페트 등이 각자 재능에 따라 직업을 갖고 공동체 생활하는 모습을 그렸다. 자신들을 잡아먹으려는 마법사 가가멜을 매번 골탕먹이는 스머프들의 모습을 30대 이상이라면 기억할 것이다. 브뤼셀 곳곳 건물 외벽엔 스머프를 비롯해 우리에게 덜 알려졌지만 틴틴이라는 벨기에 만화 캐릭터 등이 그려져 있다. 길을 걷다 ‘랄랄라 랄랄라 랄라랄랄라’란 노래를 자연스레 흥얼거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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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헤 기차역에 내려 도시 중심인 마르크트 중앙광장까지 걸어가는 골목 곳곳에서 중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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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브뤼헤는 ‘다리’를 의미한다. 물의 도시로 수많은 다리로 연결돼 있다. 보트를 타고 구불구불한 운하와 수많은 다리 밑을 지나며 감상할 수 있어 서유럽의 베니스로 불린다.


벨기에에서 다른 도시로 가는 데는 기차가 유용하다. 겐트나 브뤼헤까지 1시간 정도면 도착한다. 브뤼헤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지정돼 있는 곳이다. 기차역에 내려 도시 중심인 마르크트 중앙광장까지 걸어가면 골목 곳곳에서 중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브뤼헤라는 도시의 이름은 현지어로 ‘다리’를 의미한다. 브뤼헤는 물의 도시로 수많은 다리로 연결돼 있다. 도시 전체가 문화유산이어서 이곳에서는 어느 특정 건축물을 찾아가기보다는 걸어다니며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옛 정취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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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헤에서 가장 높은 366개 계단이 있는 종탑.


브뤼헤는 서유럽의 베니스로 불린다. 브뤼헤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작은 보트를 타고 구불구불한 운하와 수많은 다리 밑을 지나며 감상하는 것이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다섯 곳의 정박지에서 보트를 탈 수 있다. 계단 오르는 데 자신이 있으면 브뤼헤에서 가장 높은 366개 계단이 있는 종탑에 올라도 좋다. 브뤼헤 시내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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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에선 다른 유럽 도시보다 많은 초콜릿 가게들을 볼 수 있다.


◆초콜릿, 와플… 단맛에 빠져들다

벨기에에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때 빼먹지 말아야 할 것이 먹거리다. 벨기에를 대표하는 먹거리는 와플과 홍합요리인 ‘믈(Moule)’, 초콜릿, 맥주다. 간단한 요깃거리들이어서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벨기에가 초콜릿으로 유명한 건 브뤼헤 덕분일 정도로 이 도시는 초콜릿 도시다. 브뤼헤는 중세 때부터 무역을 통해 코코아를 수입해 초콜릿을 만들었다. 브뤼헤에는 50개 이상의 초콜릿 제과점이 있다. 브뤼헤뿐 아니라 브뤼셀을 돌아다니면 다른 유럽 도시보다 많은 초콜릿 가게들을 찾을 수 있다. 입맛에 맞는 초콜릿을 고르려면 시식을 최대한 즐기는 것이 방법이다.

이 초콜릿을 얹어 먹는 와플도 빼놓을 수 없다. 유럽 많은 나라에서 와플을 판매하지만 벨기에 와플이 유명해진 것은 세계박람회를 통해서다. 1958년 브뤼셀 박람회에서 생크림을 얹은 와플이 인기를 얻었고, 1962년 시애틀 박람회를 통해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1964년 뉴욕에서 열린 박람회에서는 생크림과 딸기를 얹은 와플이 인기를 끌었다. 이를 통해 벨기에 와플이 유럽을 대표하게 됐다. 지금은 종류를 헤아릴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와플이 여행객의 침샘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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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의 대표적인 음식인 홍합요리 믈.


홍합요리도 유명하다. 우리에게 서비스 안주로 여겨지는 홍합탕을 비싼 돈을 주고 사먹는다는 것이 어색하긴 하다. 벨기에 홍합요리인 ‘믈’은 홍합탕과 비슷한데 물 대신 화이트와인을 넣는 것이 조금 다르다. 시원한 국물 맛을 기대하면 안 된다. 국물보단 탱탱하고 큰 홍합이 주다. 그랑플라스 인근 ‘쉐즈레온’ 식당이 유명하다. 광장 주변 식당 중 홍합요리를 팔지 않는 곳이 드문데, 너무 싼 곳을 가면 소금 국물을 마실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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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는 수제 맥주 종류만 무려 5000여종이 되고, 주조 방법도 1500여개다. 수도원과 가문에서 전해온 주조 전통을 인정받아 2016년 유네스코의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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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에 따라 잔도 다르다. 벨기에 기념품 가게에서 주로 판매하는 물품 중 하나가 맥주잔이다.


맥주는 유럽 어느 나라나 자기 것이 가장 좋다고 주장한다. 벨기에 맥주는 수도원과 가문에서 전해온 주조 전통을 인정받아 2016년 유네스코의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그중 브뤼셀과 브뤼헤 등 벨기에 북부지역을 일컫는 플랜더스 지역이 유명하다. 수제 맥주 종류만 무려 5000여종이 되고, 주조 방법도 1500여 가지다. 알코올 도수도 우리가 익숙한 4∼5%뿐 아니라 10%가 넘는 것도 많다. 맥주에 따라 잔도 다르다. 벨기에 기념품 가게에서 주로 판매하는 물품 중 하나가 맥주잔이다. 어둠이 내린 뒤 은은한 조명이 켜진 그랑플라스 광장에 앉아 일행과 맥주 한 잔을 즐기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 추억은 아마 유럽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장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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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8/10 [07:19]  최종편집: ⓒ 정책평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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