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안희정 무죄’ 항소…쟁점은 ‘그루밍’

고종만 | 기사입력 2018/08/21 [11:29]

검찰 ‘안희정 무죄’ 항소…쟁점은 ‘그루밍’

고종만 | 입력 : 2018/08/21 [11:29]

 

헤럴드경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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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서 피해자 심리상태 고려 안돼

-‘항소장’ 제출한 검찰, 이부분 강조  

서울 서부지방검찰청 여성아동범죄 조사부는 지난 20일 안희정(53) 전 충남도지사의 비서 성폭행 혐의 무죄판결에 항소했다. 향후 2심에서의 쟁점은 피해자의 심리상태에 대한 판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서부지검 등에 따르면 항소장에는 법리 오해, 사실 오인, 심리 미진 등이 이유로 적시됐다. 법리 오해는 기존 판례와 이번 1심 판결의 비교, 사실 오인은 증거 채택과 관련된 내용, 심리 미진은 피해자인 전 비서 김지은 씨의 심리상태에 관련된 내용이다.

실제 1심 판결문에서는 성범죄 피해자들이 겪게 되는 심리적 부조화 상태들이 “받아들여질 수 없다”며 외면됐다. 피해자 측이 제출한 증거물들이 대부분 외면됐는데, 여기에는 당시 김 씨의 호소를 들었던 증인들의 설명이나, 김 씨의 심리상태에 대한 의견들도 포함됐다.

이는 안 전 지사 성폭행 혐의에 결정적인 단서로 언급돼온 만큼 검찰은 사실 오인과 심리 미진 등을 주장하며, 준비됐던 증거물들의 채택을 적극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김 씨의 심리상태는 향후 재판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심 재판부는 ‘그루밍(Groomingㆍ길들이기)’, ‘학습된 무기력(혐오적 상황에서 현실에 순응하고 무기력해지는 현상)’, ‘해리(정신적 외상에 대한 방어로 기헉이 손상되는 현상)’, ‘긴장성 부동화(불안감을 느낌에도 회피하지 못함)와 심리적으로 얼어붙음’, ‘피해자로서의 방어기재(피해가 없던 것처럼 행동하고 일상생활에 적응하는 것)’ 등 심리적인 현상들을 “참작되기 어렵다”거나 “단정하기 어렵다”는 표현으로 배격했다.

특히 그루밍은 검사 측이 전문심리위원을 초빙해 증거로 제시한 내용이었다. 이는 피해자가 가해자에 의해 성적으로 길들여지는 상태를 의미한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관심사와 취약성 등을 충족시켜주며 성적인 학대를 할 경우, 피해자가 여기에 길들여지는 현상을 말한다.

검사측 전문 심리위원은 재판장에서 “피해자 경력에 맞지 않은 수행비서로 고용한 점, 특별 대접을 한 점 등을 볼 때 김씨가 그루밍에 빠져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피해자의 관심사가 무엇인지도 잘 몰랐고, 피해자를 길들이거나 압박하는 행위를 볼 수 없으며, 피해자가 고학력에 성년을 훨씬 지나고 사회경력도 상당한 사람”이라며 그루밍 주장을 일축했다.

이에 서부지검 관계자는 ”피해자로 보일 만한 행동이 아니라는 이유로 피해자의 진술을 배척한 것들이 많이 있었다“면서 ”공정성 갖춘 사람들을 심리위원으로 선정해 재판에 참여케 했는데도 심리가 제대로 안 된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심리 상태들은 피해자 김 씨의 증언이 일부 일치하지 않는 상황을 설명해줄 수 있는 수단이다. 1심 재판부는 “김 씨의 증언에 신빙성이 없다”면서 김 씨의 증언 상당수를 배격했는데, 피해자의 심리상태가 고려될 경우 일부 김 씨의 진술이 불일치하는 경우에 대해서 설명이 가능해진다.

한편 검찰이 제시한 대법원 판례 등도 주목해볼 점으로 여겨진다. 수차례 대법원 판계에서는 위계가 작용한 성폭력에 대해서 엄격한 법의 잣대를 적용했다. 안 전 지사 비서 성폭행 혐의보다 성폭력으로 보기 어려운 사안도 대법원은 명시적으로 유죄를 판결했다.

검찰 관계자는 “지법에서 무죄 판결을 내린 것은 (사건에서) 위력의 적용 여부를 너무 좁게 해석한 거 아닌가 싶다”면서 이부분을 2심에서 강조할 의사를 내비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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