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 근로 사업체 60% '동결' 외쳤지만…'최저임금 1만원의 함정'

김웅진 | 기사입력 2018/08/21 [12:02]

저임금 근로 사업체 60% '동결' 외쳤지만…'최저임금 1만원의 함정'

김웅진 | 입력 : 2018/08/21 [12:02]

 노동계 표심 위한 대표 공약…인건비 상승, 고용절벽 불러
실업자 수 7개월째 100만명 웃돌아…정부는 경영계 의견 무시·정책 고집  

 

최저임금 인상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가운데 핵심 정책이다. 정부는 이달 초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0.9% 인상한 8350원으로 확정했다. 경영계의 반발이 커지고, 고용 상황이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정부는 양극화 해소와 저임금 근로자 보호를 위해 이러한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며 밀어붙였다. 문 대통령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한다는 목표가 어려워졌다며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된 점을 사과하기도 했다.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은 노동계의 숙원이기도 하다. 지난해 대선 당시 문 대통령 후보뿐만 아니라 여야 후보들이 노동계 표심을 얻기 위해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최근 고용 쇼크 등 경제 전반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이 결과는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다. 최저임금위가 지난 6월 발표한 '최저임금 적용 효과에 관한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최저임금 적정 인상 수준으로 가장 많은 응답은 '동결(59.36%)'이었고, '3% 미만으로 인상하자'는 의견이 17.24%, '3~6% 미만으로 인상하자' 9.79% 순이었다. 업종별로는 숙박ㆍ음식업점에서 '동결'을 원하는 응답이 72.73%로 가장 높았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으로 고용이 감소했다는 응답도 숙박ㆍ음식점업(34.49%)에서 가장 많았다.

예년에 비해서도 올해 최저임금에 대한 부담이 컸다. 지난해 최저임금(6470원) 수준에 대해선 과반인 사업주(58.02%)가 '보통'이라고 답한 반면 올해 최저임금(7530원) 수준이 '높은 수준'이라고 답한 사업주가 전체의 68.75%에 달했다. 특히 숙박ㆍ음식점업(46.29%), 상용근로자수 100~299인의 중소기업(40%)에서 '매우 높은 수준'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저임금 근로자가 주로 포진된 도소매ㆍ숙박음식업 취업자 수가 8개월 연속 감소하며 최악의 고용 성적표를 받게 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최근 단시간 근로자들이 부쩍 늘어난 것도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풀이된다. 통계청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주 36시간 이상 일한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55만1000명 감소했다.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임금도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소득 감소뿐만이 아니라 일자리를 아예 잃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실업자 수는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7개월 연속 100만명을 웃돌고 있다.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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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최근 고용 쇼크가 최저임금에 따른 것이 아니라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2022년 최저임금 1만원' 목표를 선회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하고 있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20일 경제단체 관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기존 입장만 되뇌었다. 경영계 측은 최근 입법예고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 업종별 차등적용 필요성, 최저임금위원회 공정성 문제 등을 제기했지만 김 장관은 "최저임금 적용 노동자가 보호 필요성이 높은 계층이라는 점에서 차별을 받아선 안 된다"며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을 반대했다.

전문가들은 '2022년 1만원'이라는 목표를 정하는 것 자체가 문제의 시작이라고 지적했다. 매년 노동시장 상황과 기업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저임금을 객관적으로 정해야 하는데 정부가 미리 목표치를 설정해두면 노동시장 전반을 왜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숫자로 정책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만 펼친다면 예상치 못한 위기를 맞는 경우가 많다. 김영삼 정부 당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위해 국민소득을 인위적으로 올리는 정책을 펼치다 결국 외환위기를 맞은 것이 대표적이다.

앞으로 최저임금을 준수하지 못해 범법자ㆍ폐업자가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저임금 역시 사업주 입장에서는 비용의 일부인데 정부가 인위적으로 시장에 개입해서 비용을 결정한다면 지금의 고용 쇼크보다 더 큰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정책 패러다임의 근본적 수정이 불가피하다"며 "기존의 '노동 존중' 패러다임을 '국민 경제' '일자리 존중' 패러다임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기업 투자를 유도하는 한편 내수를 위축시키는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규제 등의 노동정책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신보 기자 김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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