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비켜간다, 자판기형 편의점 등장

김웅진 | 기사입력 2018/08/21 [12:03]

최저임금 비켜간다, 자판기형 편의점 등장

김웅진 | 입력 : 2018/08/21 [12:03]

 

세븐일레븐 200개 품목 서비스

이마트24는 하이브리드 매장 운영

자정 이후엔 일반 매장만 문 닫아

CU 등 무인 결제 시스템 도입 확산

중앙일보

고속열차 모양의 조형물에 설치된 세븐일레븐의 자판기형 편의점 ‘세븐일레븐 익스프레스’. 음료·스낵·푸드·가공식품·비식품 등 약 200개의 제품을 점원 없이 자판기만으로 판매한다. [사진 코리아세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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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10.8m, 높이 2.5m의 고속열차 모양 조형물 안에 자판기 5대가 놓여 있다. 자판기에는 음료·스낵·푸드·가공식품·비식품 등 약 200개의 상품이 들었다. 제품을 구매하려면 상품의 일련번호를 입력하고 신용카드나 교통카드로 결제하면 된다. 자판기 옆에는 전자레인지와 온수기, 빨대, 티슈, 나무젓가락 등 자판기에서 산 식품을 먹을 수 있는 도구들이 준비돼 있다.

세븐일레븐은 자판기형 편의점 ‘세븐일레븐 익스프레스’ 시범 운영을 시작한다고 20일 밝혔다. 운영 장소는 본사 내 2곳 등 총 4곳이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 가맹점들의 보조 점포 기능을 하도록 개발했다”고 말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5월 일반 편의점 전체를 무인화한 ‘시그니처’ 매장을 내기도 했다. 시그니처에는 세계 최초로 ‘핸드 페이(손바닥 정맥을 인식해 결제)’ 등의 최첨단 기술을 적용했다. 20일 현재 3개의 시그니처 매장이 영업 중이다.

편의점 업계에 무인화 흐름이 가속화하고 있다. 인력을 줄여 그만큼 인건비를 절약하고, 점포 접근성과 구매의 신속성 등을 높여 매출을 늘리겠다는 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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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1시부터 오전 6시까지 무인으로 영업하는 이마트24 무인 매장. [이마트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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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24는 이날 현재 전국에서 9곳의 무인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 7곳은 영업시간 내내 무인으로 운영하고, 나머지 2곳은 특정 시간만 무인으로 운영한다. 또 이마트24는 2곳의 하이브리드형 점포를 시범 운영하고 있는데, 일반 매장 내 한 쪽에 자판기형 점포를 함께 운영하는 식이다. 회사 관계자는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 일반 매장과 자판기형 점포를 동시에 운영한 뒤 자정 이후에는 자판기형만 운영한다”고 밝혔다.

CU는 3개의 무인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결제 시스템을 도입한 게 특징이다. CU 관계자는 “물건의 바코드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스캔하면 자동으로 ‘CU바이셀프’ 앱에 결제할 상품 목록이 생성된다”며 “이후 미리 연동해놓은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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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가 운영하는 ‘육우 스마트 자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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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뿐만 아니라 백화점 등 다른 유통 채널도 무인화 흐름에 합류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이날 글로벌 유통기업 아마존과 손잡고 ‘미래형 유통매장’ 연구에 나선다고 밝혔다. 2020년 하반기 오픈 예정인 ‘현대백화점 여의도점(가칭)’에 아마존의 첨단 기술을 대거 적용할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아마존 고(Amazon GO)’의 ‘저스트 워크 아웃(Just walk out·소비자가 쇼핑을 한 뒤 그대로 걸어 나오면 자동으로 결제되는 기술)’을 활용한 무인 수퍼마켓, 무인 안내 시스템 구축 등이 연구 대상”이라고 말했다.

패스트푸드점이나 일반 식당 등 외식 업계에서도 무인화 추세가 뚜렷하다. 국내 대표적 무인주문기 업체인 트로스시스템즈는 올해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2배 늘어난 60억원대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로는 계속되는 경기 침체가 꼽힌다. 장사가 안되니 인건비라도 줄여 이익을 늘리려 한다는 이야기다. 최근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정책과 치솟는 임대료 등이 무인화 추세에 기름을 부었다고 분석했다.

최근 소비자들의 소비 트렌드를 만족하기 위해 무인화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영혁 코리아세븐 기획담당 상무는 “무인화 점포는 젊은이들의 ‘언택트 트렌드(종업원과 접촉을 꺼리는 경향)’ 등에 부합한다. 점포의 확장성이 커 소비자가 접근하기 편리하고, 결제 과정이 신속하다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오세조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무인화가 반드시 정답은 아니다”라며 “각 점포마다 무인화가 필요한지 면밀히 따져보고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종업원의 친절함, 상품 추천 등의 서비스를 원하는 소비자들도 있을 수 있고, 한국어를 못하는 외국인의 경우 무인 자판기 사용이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신보 기자 김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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