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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김정은의 ‘죄수의 딜레마’와 文대통령의 승부수
 
서정태 기자   기사입력  2018/09/14 [07:46]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미간 비핵화 후속협상 교착상태 지속

北 ‘체제보장 요구’ vs 美 ‘비핵화 이행’ 도돌이표…文대통령 역할론 부상

文대통령 평양행 북미중재 분수령…김정은 ‘통큰 양보’ 설득할 수 있을까?

평양정상회담→유엔총회 한미정상회담→10월 북미정상회담→연내 종전선언

이데일리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안전보장을 제공하기로 약속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약속을 재확인했다.”(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 中)

모두가 깜짝 놀란 세기의 이벤트였습니다. 1953년 한국전쟁 휴전 이후 65년간 적대적인 군사대치를 이어왔던 북미정상이 마주 앉았습니다. 불가능이 현실이 됐습니다. 합의문은 단순 명쾌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안전보장 약속은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거쳐 북미수교에 나서겠다는 의지였습니다. 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 약속은 핵개발을 멈추고 국제사회에 정상국가로 인정받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남은 건 상호실천이었습니다. 북미관계는 곧 천지개벽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건 모든 게 그대로입니다.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 이후 세 달이 흘렀지만 달라진 건은 없습니다. 체제보장과 비핵화의 맞교환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북미간 후속협상은 난항의 연속이었습니다. 미국은 북한이 나중에 비핵화를 파기하면 ‘어쩌나’, 북한은 미국이 체제을 보장하지 않으면 ‘어쩌나’라는 걱정뿐이었습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 무산 이후 상황은 더 악화됐습니다. 상대방에게 선(先)종전선언과 선(先)비핵화의 이행을 촉구하는 무한반복의 연속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가 절실합니다. 돌파구는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입니다. 또 한 번의 기적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요?

◇북미협상 핵심은 비핵화와 체제보장…2% 부족한 신뢰에 ‘죄수의 딜레마’ 지속

북미관계의 해법은 간단합니다. 역사에 답이 있습니다. 실패로 끝났지만 과거 1·2차 북핵위기 해법을 벤치마킹하면 됩니다. 핵포기 대가로 체제보장과 관계정상화를 교환하는 것입니다. 실제 1994년 북미 제네바합의 주요 내용은 △북한의 NPT 잔류와 핵개발 포기 △북미수교 △북한 측에 에너지 공급 등입니다. 2005년 9.19 공동성명도 △북한의 핵무기 파기와 NPT 복귀 △한반도 비핵화 이행, 미국의 북한 불가침 확인 △북미·북일관계 정상화 △북한에 에너지원 공급 등의 내용입니다. 6.12 북미정상회담 합의도 비슷합니다. 비핵화와 체제보장만 동시에 실천하면 ‘게임오버’입니다. 그러나 2% 부족한 신뢰가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북미 양측은 ‘죄수의 딜레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꼴입니다. 북한은 비핵화시 리비아 모델의 우려로,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파기했다는 점이 늘 의심스럽습니다.

북미간 불신의 근본 원인은 ‘북핵’에 대한 인식 차이 때문입니다.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 교수의 내재적 접근법으로 본다면 북한의 핵무기는 자위권적 방어수단입니다. 현실 사회주의 몰락, 남북한 체제경쟁 패배에 이어 ‘고난의 행군’으로 상징되는 경제적 곤궁 이후 핵개발은 체제보장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지라는 인식입니다. 어설프게 비핵화에 나섰다가 리비아의 카다피 대통령처럼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체제보장 없는 비핵화에는 군부 강경파가 반발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뒤집어 보면 미국의 체제보장이 담보되면 핵무기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논리가 성립됩니다.

정반대의 시각도 있습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주한미군 철수 이후를 내다본 대남 적화통일 전략이라는 것입니다. 핵무기를 지렛대로 북미대화를 진전시켜 종전선언에 이은 평화협정 체결 이후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한 뒤 비대칭 전력의 우위를 바탕으로 무력통일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섣불리 체제보장에 나섰다가는 북한의 ‘벼랑끝 전술’에 이용만 당할 수 있다는 경계가 적지 않습니다. 역으로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북한이 보다 분명하고 진전된 비핵화 조치를 이행하면 종전선언에 이어 제재 해제와 경제적 보상에 나설 수 있는 길이 더 쉬워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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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실패하면 남는 건 전쟁’…‘기호지세’ 트럼프·김정은 ‘돌아갈 다리를 불태웠다’

북미간 후속협상 난항에도 상황은 낙관적입니다. 문 대통령은 13일 남북정상회담 원로자문단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충분히 접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지 않습니다”라며 “비록 실무적인 회담은 부진한 면이 있지만 북미 정상은 끊임없이 친서를 보내면서 서로 간에 신뢰를 거듭 확인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문 대통령의 말대로 북미정상은 서로를 향한 비난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대북특사단과의 면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김정은 위원장에게 감사하다. 우리는 함께 해낼 것”이라고 화답했습니다. 또하나의 상징적인 장면은 북한의 9.9절 열병식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등장하지 않은 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성의에 “쌩큐 김정은”을 외쳤습니다. 이러한 장면은 지난해 여름 북미간 말폭탄 대치정국에서 나타났던 두 사람의 거친 언사와는 매우 대비되는 대목입니다.

북미대화를 성공적으로 전망할 수밖에 없는 또하나의 이유는 두 사람이 이미 호랑이 등에 올라탄 기호지세(騎虎之勢)의 형국입니다. 내릴 수도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모두 외교적 실패를 자인하게 되는 꼴이기 때문입니다. 설령 호랑이 등에서 내린다고 해도 돌아갈 수 있는 다리 또한 이미 불타고 없습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면 두 사람 모두에게 최고 치적이 됩니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 때문에 판을 깰 수 없습니다. 현직 대통령의 무덤인 중간선거 승리를 위해 오히려 북미대화 성과가 더 절실합니다. 김 위원장도 안정적인 권력 유지를 위해 경제문제 해결이 절실합니다. 핵포기에 따른 제재해제와 경제보상 없이는 ‘빵의 문제’ 해결은 불가능합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과 김위원장이 상대방의 무성의에 북미대화 무용론을 외치며 대화 이전 국면으로 회귀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기회비용이 너무 큽니다. 정상간 만남이라는 최고위급 외교채널이 실패하면 단순한 냉각기가 아니라 최악의 상황입니다. 외교적 해법이 물거품이 되면 남는 건 또다시 전쟁의 공포입니다.

◇정치적 궁지에 몰린 트럼프, 김정은 위원장 통큰 양보 나오나?

북미정상회담 이후 석 달간의 교착국면은 지루한 샅바싸움의 연속입니다. 북미 어느 한쪽이 양보해야 돌파구가 열립니다. 북미 양국의 내부정세를 고려하면 이번에는 김 위원장의 통큰 양보가 절실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매우 어려운 처지입니다. 더구나 1차 북미정상회담 성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통 큰 수용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으로서는 갚아야 할 빚이 있습니다. 북한은 그동안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엔진실험장 폐쇄, 유해송환을 실천하며 미국에 상응 조치를 요구해왔습니다. 다만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만나준 것과 한미군사훈련 중단 자체가 엄청난 선물이라면서 보다 분명한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최소한 핵무기·시설·프로그램 신고와 비핵화 시간표 정도는 제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북미중재는 문 대통령의 몫입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예측불허의 지도자 2명을 설득한 사람도, 지난 5월 취소 위기에 처했던 북미정상회담의 불씨를 되살린 것도 문 대통령이었습니다. 이달초 대북특사단 방북 이후 훈풍이 불고 있습니다. 특사단 성과는 ‘만루홈런’에 가깝습니다. 대북특사단장이었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방북 이후 청와대 춘추관 기자회견에서 밝혔던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은 매우 의미심장합니다. 특히 북한 최고지도자 최초로 ‘트럼프 대통령 임기내’라며 비핵화 시간표까지 제시했습니다.

“비핵화 의지가 분명하다. 국제사회 일부의 의문 제기에 답답하다. 북한의 선제적 비핵화 조치를 선의로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 풍계리는 갱도에 3분의 2가 완전히 붕괴해서 핵실험이 영구적으로 불가능하게 됐다. 동창리 미사일엔진실험장도 북한의 유일한 실험장일 뿐만 아니라 이것은 향후 장거리 탄도미사일 실험을 완전히 중지하겠다는 것이다. 종전선언을 하면 한미동맹이 약화된다 또는 주한미군을 철수해야 된다는 것들은 전혀 상관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는 변함이 없다. 참모는 물론이고 그 누구에게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내에 북미간 70년간의 적대역사를 청산하고, 북미관계를 개선해 나가면서 비핵화를 실현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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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의 북미중재 자신감…평양→북미→한미→종전선언 시나리오 현실화?

북한의 요구는 여러 선제 조치에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하면 비핵화를 위한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입니다. 문 대통령의 평양행이 주목될 수밖에 없습니다. 김 위원장과의 만남에서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를 견인해내고 이를 토대로 종전선언을 미국에 설득할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입니다. 경우에 따라 평양 남북정상회담 → 유엔총회 계기 한미정상회담 →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방북 → 11월 6일 美 중간선거 이전 백악관서 2차 북미정상회담 성사 → 연내 종전선언 실현이라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지난 봄 한반도에 평화의 씨앗을 뿌렸던 문 대통령이 가을을 맞아 열매를 수확할 수 있을까요?

평양행을 불과 닷새 앞둔 13일.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원로자문단 오찬에서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문 대통령은 “북미대화도 교착상태에 빠진 게 아니냐고 하지만 만 충분히 접점을 찾을 수 있다.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지 않는다”며 “실무회담 부진에도 북미 정상은 끊임없이 친서를 보내면서 서로 신뢰를 거듭 확인하고 있다. 북한은 비핵화를 하겠다는 것이고 미국도 북미 간의 적대 관계를 종식하고 체제를 보장하는 조치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북한은 앞으로 핵과 미사일을 더 고도화해 나가는 능력을 포기했다”며 “더 한 걸음 나아가야 할 일은 미래 핵뿐만 아니라 북한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핵물질·핵시설·핵프로그램을 폐기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문 대통령의 설득에 김 위원장은 죄수의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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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9/14 [07:46]  최종편집: ⓒ 정책평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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