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포세대의눈물…⑥알바생은 배제된 감정노동법

권오성 | 기사입력 2018/09/14 [08:08]

N포세대의눈물…⑥알바생은 배제된 감정노동법

권오성 | 입력 : 2018/09/14 [08:08]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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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사는 김예원(23) 씨는 얼마 전 아르바이트를 하다 모멸감을 느꼈다. 직접 카운터 앞에서 주문해야 하는 곳임에도 한 50대 노부부는 테이블에 와서 주문을 받으라고 했다. 그다음엔 아이스크림을 가져오라며 반말을 했다. 고객이 직접 가져가야 한다고 말을 하자 노부부는 욕설을 퍼부었다. 김씨는 “어처구니가 없고 당황스러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며 “인간적인 모멸감을 느꼈다”고 언급했다.

감정노동자의 고통을 낮추기 위해 마련된 ‘감정노동자 보호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오는 10월부터 시행된다. 하지만 비정규직인 알바생들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알바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20대의 소외감은 더욱 확산하고 있다.

이성종 감정노동네트워크 실장은 “감정노동법에서 원청회사의 하청노동자는 적용의무가 없는 것으로 돼 있어 이런 부분에서도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알바생 92.7% “감정 표출 못 하고 숨겨”

감정노동은 근로자가 업무 과정에서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고 직무를 행하는 것으로 주로 서비스직의 피해가 크다. 감정노동이 심각해지면 정신적 스트레스 등으로 건강장해 등의 피해가 발생한다.

장태원 한양대 의과대학 직업환경의학교실 교수는 “콜센터라던지 판매직, 서비스업 대부분이 감정노동에 많이 노출되고 있다”며 “이 감정노동은 정신건강에 상당한 영향을 미쳐 우울증, 불안장애, 수면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서비스산업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아르바이트생들의 ‘감정노동’ 고충이 커졌다. 취업포털 알바몬에서 지난 3월 아르바이트생 151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아르바이트생 75.7%가 “나는 감정노동자”라고 답했다.

지난 2016년 12월 같은 주제로 진행한 설문에서 감정노동자라고 응답한 64.3%와 비교해 3개월 새 11% 포인트나 상승했다. 근무 중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지 못하고 숨긴 경험이 있는 아르바이트생은 92.7%에 달했다.

감정노동법은 고객의 폭언으로 발생하는 건강장해 예방조치를 의무화하고 이러한 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면 업무를 중단하도록 규정했다. 무엇보다 근로자를 부당해고할 수 없도록 했고 사업주는 이를 위반할 시 과태료를 내야 한다.

이미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5조에 사업자는 근로자의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줄일 수 있는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하고 근로조건을 개선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에서도 처벌 사례와 판례가 미미해 청년들은 이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인천에 사는 대학생 김동철(26) 씨는 “20대가 구하기 쉬운 알바 직종은 서비스업이고 우리가 하는 아르바이트는 거의 비정규직”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사업장에서 나이가 어리다고 쉽게 욕을 하거나 홀대받기 일쑤”라며 “현행법에 이미 명시돼 있어도 체감하지 못했는데 앞으로 사업장에서 실행될지도 의문”이라고 언급했다.

이성종 실장은 “청년들이 아르바이트하는 사업장은 보통 한 명 또는 두 명 정도가 근무한다”며 “근로자의 감정노동 등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법률안에 명시된 것처럼 업무를 일시적으로 중단하거나 피할 수 있어야 하지만 대체인력이 없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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