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그린벨트 해제 불가”에…국토부, 직권 강행하나

김웅진 | 기사입력 2018/09/19 [09:00]

서울시 “그린벨트 해제 불가”에…국토부, 직권 강행하나

김웅진 | 입력 : 2018/09/19 [09:00]

 공급대책 핵심 ‘그린벨트 해제’

국토부-서울시 이견 아직 팽팽

국토부 “주택 공급 위해 필요

합의 안 되면 직권해제 검토”

서울시, 그린벨트 해제 안 하고

새 주택 6만2천채 공급안 제시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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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13일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대책’의 후속으로 오는 21일 내놓을 주택 공급 대책 중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두고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힘겨루기를 이어가고 있다. 국토부는 “집값 안정을 위해 그린벨트를 풀어야 한다”지만, 서울시는 “그린벨트는 최후의 녹지이며, 오히려 또다른 투기를 부를 수 있다”며 맞서고 있다.

정부·여당은 서울이나 서울 인접 지역에 대규모로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그린벨트 해제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현재의 집값 급등은 다주택자 투기 수요뿐만 아니라 앞으로 집을 사기 더 어려워질 것이란 불안감을 느끼는 무주택자나 1주택자들의 가수요가 더해진 영향이기 때문에, 신규 주택이 안정적으로 공급될 것이란 신호를 강하게 던져 가수요를 잠재우고 신규 주택 매수를 지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서울시는 그린벨트 해제에 ‘절대 불가’ 방침을 지키고 있다. 서울시의 한 고위 관계자는 18일 “그린벨트는 미래 세대를 위한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에 그린벨트 해제 요구에 동의할 수 없다”며 “이에 대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생각도 분명하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지난 11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연 환경포럼에서 “그린벨트는 미래를 위한 중요한 문제로 해제는 극도로 신중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시의 입장을 고려해 정부는 보존 가치가 낮은 3등급 이하 그린벨트를 풀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3등급 이하 그린벨트의 개발은 보존 상태가 좋은 1~2등급 지역까지 위협할 수 있다”며 부정적이다.

서울시가 그린벨트 해제에 동의하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그린벨트를 풀어 주택을 공급하더라도 서울 집값을 안정시키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서울시의 다른 관계자는 “박 시장이 최근 그린벨트 문제와 관련한 내부 회의에서 ‘그린벨트를 해제하면 집값이 잡힌다는 보장이 있는가? 그런 보장이 있다면 당장이라도 해제하겠다. 그린벨트를 해제하면 오히려 해당 지역의 투기 심리를 자극해 인근 집값 상승을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가 2012년 강남권 그린벨트를 풀어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했지만, 오히려 보금자리주택은 ‘로또 아파트’가 돼 최초 입주자의 배만 불린 사례가 있다.

한편에서는 이른바 ‘여의도·용산 통개발’ 발언으로 곤욕을 치른 박 시장이 이번만큼은 ‘물러설 수 없다’는 판단을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 집값 급등으로 “여의도·용산 종합개발계획 발표와 추진을 보류하겠다”고 밝힌 박 시장이 이번에 그린벨트 문제에서까지 국토부에 밀린다면 정치적 입지가 축소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박 시장의 참모들은 “이번에는 절대 물러나선 안 된다”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단체들도 그린벨트 해제에 매우 비판적이다.

다만, 서울시로선 집값 안정을 위해 뛰는 중앙정부와 무작정 대립각을 세울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그린벨트 해제 대신 도심 유휴지 활용 등을 통해 정부의 주택 공급 목표치를 충족할 수 있는 대안을 지난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토부와의 부동산 대책 협의에서 제시했다. 가락동 옛 성동구치소 부지 등 도심 유휴지를 활용하고 상업지역 주거 비율과 준주거지 용적률을 올려 2022년까지 서울 시내에 새 주택 6만2천호를 공급하겠다는 방안이다. 수도권에 공급할 전체 30만채 중 5만채를 서울 시내에 공급해야 한다는 정부의 의사를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국토부는 서울시와 끝내 합의가 되지 않는다면, 직권으로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30만㎡ 이하 규모의 그린벨트 지정·해제 권한은 2016년 광역시장·도지사에게 이양했지만, 공공주택 건설 등을 위해선 국토부 장관이 직권으로 풀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린벨트 보전이 절대적 가치는 아니다. 이 시점에서 주택시장 안정 역시 중요한 공공적 가치다. 그린벨트를 보전하면 좋겠지만, 그밖에 다른 방법이 없으면 해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신보 기자 김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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