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송금한 돈, 어떻게 돌려받나요?

권오성 | 기사입력 2018/09/26 [08:52]

잘못 송금한 돈, 어떻게 돌려받나요?

권오성 | 입력 : 2018/09/26 [08:52]

 이충윤 변호사의 금융소비자를 지키는 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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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이야기. 김씨는 명절에 오히려 더 심란해졌다. 아버지께 안부 전화를 드렸다가 어머니께서 지병으로 입원하셨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경황이 없는 가운데 김씨의 손가락이 사고를 쳤다. 부랴부랴 마련한 병원비 2000만원을 아버지께 이체하다가 생판 남인 박씨의 계좌로 잘못 송금한 것이다. 아뿔싸, 게다가 박씨의 계좌는 휴면계좌였다. 결국 이씨는 일단 급한 불을 끄고자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 이야기. 이씨는 어느 날 통장 잔고를 확인하다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자신의 은행 통장에 자그마치 4억원이 입금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씨는 대학의 근로장학생으로 월 40만원씩을 받고 있었는데, 입금 담당자가 실수로 금액을 잘못 입력한 것이다. 통장에 들어온 거액을 본 이씨는 명품을 마구잡이로 쇼핑하고, 클럽에서 호화파티를 하는 등 럭셔리한 생활을 하며 착오로 송금된 금액을 탕진했다.

2017년 기준, 5년간 미반환된 착오송금 건수는 19만건이 넘고 총 금액은 900억원에 육박한다. 착오송금, 어떻게 돌려받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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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오송금의 법적 쟁점 : 민사상 부당이득+형사상 횡령

착오송금이 발생하면 송금인은 은행에 반환을 요청하고, 은행은 수취인에게 반환을 요청한다. 이 때 수취인이 반환에 동의하면 손쉽게 해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송금인이 수취인과의 사이에 매매·대여·임대차 등 계좌이체의 원인이 되는 기존의 거래관계 없이 수취인의 계좌에 금액을 입금한 경우, 수취인은 그 금액 상당의 예금채권을 취득한다. 이 경우 수취인은 송금인에게 그 입금액 상당을 민법상 부당이득으로서 반환할 의무를 부담한다(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7다51239 판결).

즉 법리적으로 착오송금이 완료된 이후, 송금인은 수취인에 대하여 위 금액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가질 뿐, 송금인의 요청에 따라 거래를 연결한 송금은행 또는 수취은행은 이익을 얻은 것이 없기 때문에 송금인은 은행에 대해 권리를 가지지 못한다.

결국 수취인이 은행의 연락을 받지 않거나 반환을 거부하는 경우, 송금인은 수취인에게 민사소송을 진행해야 하는 것이다. 이 때 은행은 개인정보를 우려하여 송금인에게 수취인의 휴대전화번호 등을 직접 알려주기 어렵다는 점도 송금인을 힘들게 하는 부분 중 하나다.

이 때 수취인이 착오로 송금된 돈을 인출하여 소비하면 어떻게 될까? 송금된 이후 송금인과 수취인 사이에는 기존의 거래관계가 없었더라도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른 보관관계가 성립하기 때문에, 수취인은 송금인의 돈을 보관하는 자가 된다(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891 판결). 따라서 수취인이 이를 임의로 인출·사용하는 경우, 형법상 횡령죄로 처벌될 것이다.

◇관련 법·제도: 전자금융거래법상 지연이체, 예금자보호법상 채권매입제도

이러한 금융소비자의 어려움을 줄이기 위한 제도의 일환으로 전자금융거래법상 ‘지연이체제도’가 이미 존재한다. 이는 계좌이체 시점으로부터 일정시간 후 지급효력이 발생하는 것으로서, 개별 은행에서 지연이체서비스를 신청하는 사람에 한하여 제공된다.

금융위원회도 내년 예금자보호법령 개정으로 도입될 새로운 ‘채권매입제도’를 발표했다. 수취인의 거부로 착오송금이 반환되지 않은 경우, 송금인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 등 착오송금 관련 채권을 예금보험공사가 송금인으로부터 ‘송금액의 80%’의 가격(예정)으로 매입하는 것이다. 매입대상 채권은 '착오 송금일로부터 1년 이내의 채권'이어야 하고, 송금액은 최소 5만원, 최대 1000만원(예정)이다.

상세한 내용은 국회 입법과정에서 다소 변동될 수 있겠으나, ‘채권매입제도’가 시행되어 송금인이 이를 이용하는 경우, 단기간에 송금액의 상당부분을 보전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착오송금 관련 채권은 예금보험공사에 양도되기 때문에, 송금액 전액을 반환받을 수 있는 제도는 아니라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최근 코인(암호화폐)을 잘못 보내는 사례 또한 매우 빈번하다. 코인은 통상 전자지갑(계좌에 대응)에 보관되며, 공개주소(계좌번호에 대응)와 비밀키(비밀번호에 대응)를 통해 거래되는데, 기존의 비밀번호보다 복잡하고 어려워 실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데 코인을 다루는 법령, 코인의 법적 성질 등이 완전히 정립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이를 반환받기 위해서는 한층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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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윤 변호사는 서울대 물리학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로스쿨을 졸업했다. 현재 법무법인(유한) 주원에서 IT/블록체인 TF의 공동팀장을 맡아 핀테크, 정보보호 등의 사건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 NH투자증권, SK주식회사, AIP 특허법인·법률사무소에서 일한 경력도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이충윤 변호사(법무법인 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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