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내후년까지 3.4% 올릴듯…'금리 역전' 최소 4년 지속된다

김웅진 | 기사입력 2018/09/28 [09:11]

美 내후년까지 3.4% 올릴듯…'금리 역전' 최소 4년 지속된다

김웅진 | 입력 : 2018/09/28 [09:11]

 

점점 벌어지는 한·미 금리 격차

연준, 기준금리 2.00~2.25%로 인상

내년에는 3.00~3.25%까지 올릴듯

한은 2.00% 이상 올리기는 힘들어

한·미 '금리 역전기' 최소 4년 전망

격차 1.00%P 이상 땐 자금유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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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야말로 ‘가보지 않은 길’이다. 미국의 긴축 기조에 최소 4년 이상 역대 최장 기간 한·미 금리 역전이 불가피해졌다. 현재 0.75%포인트 격차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관측이다.

물론 우리 경제도 기초체력 자체가 과거와 달라졌다. 금리 차이만 갖고 투자 자금이 빠져나갈 정도의 일개 약소국은 아니다. 하지만 1.00%포인트 이상 벌어지는 상황이 장기간 이어진다면 ‘서든 스톱(sudden stop·예상치 못한 요인으로 인한 급격한 외자 유출)’ 가능성이 점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미 금리 차 역대 최대 찍을 수도

27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금융시장 등에 따르면 연준은 점도표상 내년 기준금리 중간값을 3.1%로 제시했다. 올해 2.4%에서 세 차례 정도 인상을 감안한 수치다. 연준은 간밤 기준금리를 2.00~2.25%로 0.25%포인트 올렸고, 올해 12월 다시 2.25~2.50%로 인상할 게 유력하다. 내년에는 3.00~3.25%까지 올릴 수 있다는 게 연준의 계획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내후년(2020년) 금리 중간값은 3.4%. 2020년에도 한두차례 금리를 올린 뒤 인상 사이클을 마무리 짓겠다는 의지다. 올해 3.1%에 달하는 경제성장률로 초호황을 누린 뒤, 내년(2.5%) 이후 성장세가 차츰 누그러질 것이라는 자체 전망에 맞춘 긴축 속도다. 연준은 6월 당시 경제 전망치보다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각각 0.3%포인트, 0.1%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실업률은 올해 3.7%에서 내년과 내후년 각각 3.5%로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사실상 완전 고용이 계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연준은 성명서를 통해 “경제 활동이 강한 속도(strong rate)로 확장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선은 한·미 금리 차에 모인다. 현재 국내 기준금리는 1.50%. 그 격차는 0.75%포인트다. 2000년대 초반과 2000년대 중반 이미 경험해봤던 숫자다. 이날 국내 경제계와 금융시장이 무슨 일 있었냐는 듯 잠잠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시장 인사들의 관측이다. 당장 내년부터는 1.00%포인트 이상 격차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경기 여건 등을 고려하면 한국은행이 금리를 2.00% 이상 올리기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2020년부터는 역대 최대인 1.5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 기간도 전례가 없을 전망이다. 올해 3월부터 역전이 현실화 했으니, 최소 4년 이상은 국내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낮은 상황이 지속될 게 유력하다. 과거 1차 역전기(1999년 7월~2001년 2월)와 2차 역전기(2005년 8월~2007년 9월) 때보다 훨씬 길다.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대외 리스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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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체력 좋지만…문제는 서든 스톱

당장 우려되는 게 자본 유출 가능성이다. 요즘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을 과거와 비교하기는 어렵다. 국제금융에 밝은 한 당국자는 “해외로 회의를 다녀보면 국내 거시경제 상황은 모범적으로 평가 받는다”고 했다. 77개월째 이어진 경상수지 흑자와 4000억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이 대표적이다.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도 30% 안팎 수준으로 안정적이다.

문제는 유출 압력이 커지는 점까지 부정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 차가 벌어지면 평소 별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다가 투자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확률이 높아지게 마련”이라고 했다. 이른바 서든 스톱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금융 불균형’을 유독 강조했다. 그는 “거시경제 상황과 금융 불균형의 축적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완화의 정도를 줄여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고 그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 앞으로 일상화 될 금리 역전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처할 지가 정책당국의 주요 숙제로 부상한 것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한은이 적절한 속도로 연준을 따라가는 게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경기가 통화정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맞지만, 그에 못지 않게 미국 통화정책도 중요하다는 의미다. 소규모 개방경제가 직면한 엄연한 현실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한은의 ‘11월 인상론’이 부상하고 있다. 미국이 12월 금리를 추가로 올리기 한 달 전이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금리 차가 더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은 한은의 인상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채권시장도 그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 국고채 3년물 금리(2.006%)는 이날 장 막판 갑작스러운 이탈리아 리스크에 하락 마감했지만, 오전만 해도 큰 폭 상승한채 거래됐다.

연합신보 기자 김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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