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은 집값 주간통계 안 내…“월 단위 공표 일원화를”

김웅진 | 기사입력 2018/10/10 [08:34]

선진국은 집값 주간통계 안 내…“월 단위 공표 일원화를”

김웅진 | 입력 : 2018/10/10 [08:34]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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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영국 등 주요 선진국들은 집값 통계를 낼 때 조사 주기가 다소 길어지더라도 실거래가격이나 금융기관의 감정가격을 기반으로 한다. 그러지 않을 경우, 불가피하게 호가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신뢰도 논란이 불거질 소지가 크다. 한국감정원이 매주 발표하는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이 도마에 오른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정책 당국이 주택가격 통계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감정원, 허겁지겁 조사 매주 발표
유사거래 사례·호가 반영 ‘부정확’
“실거래 정보 얻으려면 시간 필요
월 단위 발표로 나무 대신 숲 봐야”


한쪽선 “실거래 신고기한 더 단축을”

미·영은 주기 길어지더라도
실거래가·금융기관 감정가가 기반


주택가격 통계의 신뢰도를 좌우하는 것은 조사 표본과 공표 방식이다. 한국감정원은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을 작성하기 위해 실거래가 등을 활용한다고 하지만, 7400개 표본주택 중 한 주 동안 거래되는 집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또 설사 거래가 됐더라도 실거래가는 계약 체결 이후 60일 이내에 신고하게 돼 있어 사실상 활용이 불가능하다. 결국 부동산 공인중개사를 통해 조사한 인근 주택의 유사 거래나 호가 정보를 활용해 가격을 정할 수밖에 없다. 매주 조사·공표를 하는 탓에 조사원당 하루 평균 조사량은 35단지(시외 지역은 28단지)다. 제대로 된 가격 검증이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다.

영국에선 토지등기소와 통계청이 각각 등기 주택의 실거래가와 모기지 회사를 통해 수집한 거래가격을 활용해 월 단위의 가격지수를 만든다. 또 미국 연방주택금융청도 모기지 회사를 통해 수집한 실거래가를 기반으로 주택가격 통계를 월간과 분기별로 낸다. 공표주기는 최소 월 단위로 하도록 돼 있으며, 두달 정도의 시차가 생긴다.

우리나라는 거의 모든 주택 거래가 전산화된 기록으로 취합되기 때문에 세계 어느 나라보다 통계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하지만 주간 동향은 매주 속보로 발표되고 언론에 보도자료도 배포되기 때문에 주목도가 큰 반면, 실거래가를 활용해 생산되는 월간 실거래가 지수는 거래된 달로부터 두달가량 뒤에 한국감정원과 국가통계포털(통계청)을 통해 고시되기 때문에 외려 활용도가 떨어진다. 박원갑 케이비(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9·13 대책 때 신고기한을 30일 이내로 단축하기로 했는데 앞으로 15일이나 7일 등으로 더 당겨서 실거래 기반 데이터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감정원의 주간 동향은 매주 월∼화요일에 이틀간 조사해 목요일에 발표한다. 이런 속보성 동향 파악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보는 전문가 일부는 실거래 신고 제도를 개편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부동산대학원)는 “부동산 공인중개사에게 계약 체결 즉시 가신고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방법도 검토해볼 수 있다. 업계에서 반발할 가능성이 높은데 그에 상응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전자계약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국토부가 구축한 부동산 전자계약 시스템을 이용해 거래가 체결될 경우 자동적으로 거래신고까지 이뤄져 실시간으로 데이터 수집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는 주간 단위로 공표하는 속보성 통계의 부작용이 크기 때문에 공표 주기를 월 단위로 늘리자는 쪽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주택 시장은 중장기적 흐름이 중요한데, 단기적인 시세 변동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정부도 여기에 대응해 대책을 내놓는 등 나무만 보고 숲은 못 보게 하는 경향이 생긴다”며 “주간 단위 조사가 꼭 필요한 건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임재만 세종대 교수(부동산학)는 “정책 참고지표가 필요하면 이미 민간에서 생산되고 있는 가격 동향을 활용하고, 자체적으로 모니터링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감정원은 물론 민간에서도 주간 단위 조사에 대한 피로감과 부담감이 크다. 없애고 싶어도 하던 걸 없애면 비판받는 게 두려워 서로 상대가 먼저 그만하길 바라면서 관성적으로 계속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 역시 “민간에서 하는데 정부에서 안 한다고 할 경우 큰 비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연합신보 기자 김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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