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쇼기 사태 제재 움직임에… 사우디 "원유 무기화" 위협

노종관 | 기사입력 2018/10/16 [10:36]

카쇼기 사태 제재 움직임에… 사우디 "원유 무기화" 위협

노종관 | 입력 : 2018/10/16 [10:36]

 

트럼프 "사우디에 가혹한 처벌" 기업들, 투자회의 연쇄 보이콧

사우디측 "유가 200달러 간다"… "정부입장 아니다" 곧바로 진화

조선일보

사우디아라비아의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쇼기〈 사진

암살 의혹 사건이 국제 정치와 세계경제를 뒤흔들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확대되고 있다.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중동 질서 구축을 시도해온 미국의 구상이 차질을 빚을 위기에 처했고, 사우디가 국제 사회의 제재에 맞서기 위해 석유를 무기로 삼을 경우 세계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14일(현지 시각) 국제사회의 빗발치는 비난에 맞서 사건 12일 만에 침묵을 깨고 반격에 나섰다. 이날 외교장관 성명을 통해 "사우디는 어떤 경제·군사적 위협도, 계속되는 허위 의혹을 단호히 배격한다"며 "사우디는 일체의 공격을 받을 경우 더 큰 공격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영 언론 알아라비아의 투르키 알다크힐 사장은 "배럴당 유가가 100달러, 200달러로 치솟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가 원유를 무기화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원유 무기화는 세계경제에 초강력 '폭탄'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주미 사우디 대사관 측은 알다크힐 사장의 논평에 대해 "사우디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고 수위 조절을 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 CBS 인터뷰에서 "카쇼기 암살 사건을 속속들이 파헤칠 것이며 (의혹이 사실이라면 사우디에) 가혹한 처벌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의회의 마르코 루비오, 제프 플레이크, 버니 샌더스 의원 등 여야 주요 인사는 "미국이 세계에 도덕적 권위를 보여야 한다"면서 사우디에 대한 무기 수출 중단과 경제 제재 등을 담은 초당적 결의안을 준비 중이다. 영국·독일·프랑스 정부도 14일 공동 성명을 통해 사우디에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국제 사회의 제재 움직임에 사우디 경제는 즉각 반응했다. 트럼프의 '처벌' 발언 다음 날인 14일 사우디 증시는 장중 한때 7% 급락했다. 무함마드 빈살만(33) 왕세자의 야심 찬 경제 개혁 프로젝트도 엉망이 되고 있다. 오는 23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열릴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FII)' 콘퍼런스에 참여하려던 미 JP모건·포드차·우버와 영국 버진그룹 등이 참석을 줄줄이 취소했다. CNN과 뉴욕타임스, 영국 이코노미스트·파이낸셜타임스 등 유력 언론도 FII 보도 보이콧에 나섰다.

그러나 제재의 키를 쥔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고 포린폴리시(FP) 등 미 언론은 전한다. 사우디가 미국의 중동 정책에 협력하는 대가로 미국은 이미 사우디 내 인권 문제나 사우디의 주변국 탄압을 눈감아왔다. 사우디는 영국·프랑스산 무기의 최대 큰손이기도 하다. 이는 세계 외교가에서 '사우디는 석유로 침묵을 산다'는 불문율로 통한다.

특히 트럼프 정부의 중동 정책에서 사우디 의존도는 더 커졌다. 미국의 이스라엘 비호를 위한 '수도 예루살렘' 인정, 이란 핵협정 파기 및 제재 강화 등 일련의 조치 속에서 사우디의 협력과 동의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도 "사우디를 처벌할 수 있다"면서도 미국이 사우디와 맺은 1100억달러의 무기 수출 계약은 파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양국 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가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트럼프는 "계약을 파기하면 사우디가 러시아나 중국에서 무기를 살 것"이라며 "이는 미 국민을 처벌하는 것"이라고 했다.

사우디와 미국, 터키는 겉으론 살벌한 정보전과 설전을 이어가고 있지만 물밑에선 사태를 진정시키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13일 사우디 왕실 핵심 관계자가 터키를 방문한 데 이어, 14일엔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이 통화해 카쇼기 암살 공동 수사팀을 꾸리기로 했다. 사우디는 15일 카쇼기가 실종된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 대한 조사를 허용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글을 올려 사우디 국왕과의 통화 사실을 밝히면서 "사우디 국왕과 면담을 위해 즉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보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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