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백신, 수입산이 더 좋다?…“국산과 차이 없습니다”

김웅진 | 기사입력 2018/10/18 [09:45]

독감백신, 수입산이 더 좋다?…“국산과 차이 없습니다”

김웅진 | 입력 : 2018/10/18 [09:45]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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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기간 맞아 효능 논란 가열

일부 소비자, 4가·수입산 백신 선호

3가·4가 독감 예방범위 차이일뿐

백신 생산, 균주·제조공정 동일

질본 “세계보건기구도 접종만 권고…

어느 백신 더 낫다고 할 수 없어”

#. 주부 김모(45) 씨는 주부 회원이 많은 한 커뮤니티에서 생활 속 정보를 많이 얻는다. 그런데 최근 독감 백신에 대한 글이 올라왔다. ‘3가보다는 4가가, 국산보다는 수입산이 효능이 좋으니 자녀에게 4가 수입산 백신을 맞히라’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댓글도 이에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마침 초등학생 자녀의 독감 백신 접종을 생각하던 김 씨는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4가 수입산 백신을 맞히기로 마음을 먹었다.

본격적인 독감(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시즌을 맞아 독감 백신을 맞으려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독감 백신에 대한 일부 잘못된 정보가 유통되면서 불필요한 비용 지출 등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국산 백신과 수입산 백신에 효능 차이가 있다는 일부 정보는 근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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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본부, 3가 백신 무료 접종으로 지원=17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2일부터 인플루엔자 무료예방 접종을 본격 실시하고 있다. 이에 어린이는 12세(2006년 1월 1일∼2018년 8월 31일 출생아)까지, 어르신은 만 75세 이상(1943년 12월 31일 이전 출생자)을 대상으로 무료접종을 실시 중이다. 다만 아직 만 6개월이 되지 않은 영아에게는 백신을 맞히면 안 된다.

질병관리본부는 “인플루엔자 유행이 주로 12월에 시작되고 접종 2주 후부터 예방효과가 나타나 평균 6개월 정도 지속되는 것을 고려해 11월까지 접종을 완료해달라”고 권고하고 있다. 접종 대상자라면 주소지와 관계없이 가까운 보건소 또는 지정의료기관에서 무료접종이 가능하다. 독감 백신은 3가와 4가로 나뉜다. 독감 바이러스는 A형과 B형이 각각 2개씩 총 4가지가 있다. 3가 백신은 2종류의 A형 바이러스에 올해 유행이 예상되는 B형 바이러스 1개를 추가한 것이다. 4가 백신은 B형 바이러스 2종류 모두를 포함한다. 때문에 3가보다는 4가 백신이 예방 범위가 넓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3가보다 4가 백신이 더 우월하다고 볼 수는 없다.

업계 관계자는 “4가에는 4가지 모든 바이러스가 들어갔기 때문에 독감에 대한 예방 범위가 3가보다는 조금 넓을 수 있다고는 할 수 있다”며 “하지만 이것이 효능이 더 뛰어나다고 표현하는 것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런데 현재 정부에서 무료로 지원하는 독감 백신은 3가 백신이다. 4가 백신을 맞기 위해서는 접종자가 비용을 직접 지불해야 한다. 병의원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접종비는 대략 3만~4만원 정도다.

때문에 일부 소비자는 3가 백신은 효능이 떨어져 정부가 무료로 지원하는 것이 아닌지 하는 의심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3가 백신만을 무료로 지원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 4가 보다는 안정적인 백신 물량 공급이 가능하고 3가 백신이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NIP)의 타당성 조사를 통해 비용-효과 측면을 만족시켰기 때문이다. 현재 질병관리본부는 4가 백신에 대한 비용-효과 분석 및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무료 접종 지원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 중이다.

▶국산보다 수입산이 낫다?…동일한 균주 사용해 같은 품질=한편 국산과 수입산 백신이 효능에 차이가 있다는 일부 정보도 잘못된 것으로 나타났다.

독감 백신은 매년 유행할 바이러스를 가지고 전 세계에서 동일한 균주로 백신을 제조하게 된다. 특별한 첨가제 등이 들어가지 않는다면 모든 백신이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즉 제조사에 따른 효능의 차이는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 수입산 백신의 경우 ‘프랑스 수입 완제품 4가 독감백신’과 같은 홍보 문구를 사용하고 있다. 수입산이 국산에 비해 우월하다는 함의를 갖고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셈이다.

이는 국산보다는 수입산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왜곡된 시각이 백신에도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특히 의약품은 오리지널 대부분은 글로벌제약사가 제조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국산보다는 수입산에 대한 선호가 더 높은 편”이라며 “하지만 독감 백신의 경우 서로 동일한 균주와 제조 공정에 따라 생산하기 때문에 어느 것이 더 좋다고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정부도 이에 대해서는 동의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WHO(세계보건기구)에서는 독감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만 있지 3가를 맞으라, 4가를 맞으라고 하지는 않는다”며 “또한 국산과 수입산 백신에 대한 효능 차이를 분석한 연구 등은 없는 것으로 안다. 제조 국적에 따른 효능 차이가 있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다”고 했다.

한편 제약사 입장에서는 어떤 백신이 많이 접종되는 것이 이득일까. 접종비를 내야 하는 4가 백신이 더 유리할 거라는 추측이 있지만 실제로는 어느 백신이 더 많이 소비된다고 해도 회사 이득에는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고 한다.

3가는 무료 접종 대상이기에 많은 물량을 공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 4가는 소비자가 접종시 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높다. 3가와 4가 백신 모두를 제조하는 한 제약사 관계자는 “3가는 단가가 낮더라도 국가예방사업 때문에 많은 물량을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이, 4가는 기업에게 바로 수익이 돌아온다는 점에서 좋다”며 “다만 이런 차이 때문에 어느 백신이 더 많이 나가느냐가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했다.

연합신보 기자 김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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