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시험지 받자마자 외운 정답 썼다" 쌍둥이 "채점할 때 적은 것"

정철호 | 기사입력 2018/11/13 [10:01]

경찰 "시험지 받자마자 외운 정답 썼다" 쌍둥이 "채점할 때 적은 것"

정철호 | 입력 : 2018/11/13 [10:01]

 경찰, 숙명여고 前교무부장과 두 딸 기소… "작년부터 문제 유출"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에 다니는 쌍둥이 딸들(17)에게 시험 문제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A(51)씨 사건에 대해 경찰이 "논란이 된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이외에 다른 시험 문제가 유출된 정황도 드러났다"고 12일 밝혔다. 그러면서 학생들의 메모장, 시험지 등을 '정황 증거'라며 공개했다. 이에 대해 A씨 측은 "경찰이 구체적 물증 없이 유죄로 몰고 있다"고 했다.

애초 이 사건은 서울 강남구 숙명여고 2학년에 재학 중인 쌍둥이 자매가 지난 6월 치러진 2학년 1학기 기말고사에서 성적이 급상승해 문과와 이과 1등을 하면서 시작됐다. 자매의 아버지가 학교 교무부장이고, 자매가 입시 학원에서는 중하위 수준이라는 글이 7월 인터넷에 퍼지자 서울시교육청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교육청 의뢰를 받은 지 73일 만인 이날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2학년 1학기 기말고사의 경우 12개 전(全) 과목 정답이 모두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제시한 각종 정황 증거도 2학년 1학기 기말고사에 집중됐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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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동생이 암기용 메모장에 써놓은 정답을 핵심 증거로 꼽았다. 경찰이 공개한 손바닥 크기의 암기장에는 총 10과목의 정답이, 암기장에 붙어 있던 포스트잇에는 2과목의 정답이 손 글씨로 적혀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마지막 2개 칸 비우고' 등 답을 연상하기 쉽게 적어 놓은 구절이 있는 것으로 볼 때 정답을 외우기 위해 사전에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경찰은 암기장 메모가 시험 전에 쓴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지만 작성 시점은 확인하지 못했다. 다만 동생 휴대전화 메모 프로그램에서 시험 3일 전 작성된 영어 서술형 문제 정답 하나를 찾았다.

이에 대해 A씨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오현'의 최영 변호사는 "정황 증거일 뿐"이라고 했다. 최 변호사는 "암기장의 경우 (자매 중 동생이) 반장이 (시험을 마치고) 답을 불러 줄 때 받아 적은 것"이라며 "문제 유출 증거라면 일찌감치 폐기하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휴대전화 메모에 대해서는 "학교가 지정한 영어 문제집에 나온 지문을 옮겨 적은 것"이라는 입장이다.

경찰은 이날 쌍둥이 자매가 시험을 치른 후 집에 보관하고 있던 시험 문제지 일부도 공개했다. 작년 6월 1학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올 7월 2학년 1학기 기말고사까지다. 문제지에는 객관식 정답을 가로·세로 2㎝ 크기 안에 적어 놓은 경우도 있었다. 경찰은 자매가 사전에 정답을 외운 후 시험지를 받자마자 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작은 글씨로 적은 것도 시험 감독관의 눈을 피하려는 것으로 해석했다. 최 변호사는 이에 대해 "반장이 시험 종료 후 불러준 정답을 적거나, 시험 시간이 남아 본인이 쓴 답을 적어둔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물리 등 계산이 필요한 문제인데도 시험지에 계산한 흔적이 없다는 점도 문제 유출 정황으로 제시했다. 2학년 1학기 중간고사 화학 시험의 경우, 담당 교사가 원래 제출했던 답안을 시험 이후 수정했는데, 이과생 가운데 유일하게 쌍둥이 동생만 정정 전(前) 답을 쓴 것도 증거로 제시됐다.

자매가 내신 성적이 오르는 동안 모의고사 점수는 떨어졌다. 쌍둥이 언니의 경우 1학년 1학기 국어 내신 성적이 전교 107등에서 2학년 1학기 1등으로 올랐는데, 같은 기간 모의고사 국어 성적은 68등에서 459등으로 떨어졌다. A씨 측은 "모의고사는 따로 준비하지 않고, 일부 과목은 시험을 치다 포기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이날 A씨(구속)와 쌍둥이 딸들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공의공도 정의와 평화세상을 위하여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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