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실업이 일상이 되는 세상?

김웅진 | 기사입력 2018/11/26 [09:54]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실업이 일상이 되는 세상?

김웅진 | 입력 : 2018/11/26 [09:54]

 

소득불평등 논란…저소득층 취업자 감소 통계로 확인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 목표 중 하나가 양극화 해소지만, 최근 이와 반대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어 서민층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저소득층 취업자가 줄어들고, 고용의 질이 악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반면 고소득층은 정규직(상용직)이 늘어나고 임금도 상승했습니다.

실제 가구소득 격차를 크게 벌린 것은 근로소득이었습니다. 1분위 근로소득은 22.6% 줄었는데 5분위는 11.3% 늘었습니다.

저소득층 근로소득 감소에는 내수 부진이 심각해진 상황에서 최저임금 급격한 상승, 주 52시간제 시행 등의 정책적 변수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25일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반이 지났지만 경제 성장동력 강화 및 소득 양극화 해결에 부족함이 많기에 비판을 받고 있다"며 "이 분야 전문가는 아니나 가슴 아프게 받아들인다"고 말했습니다.

조 수석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문재인 정부는 2019년, 경제 성장동력 강화 및 소득 양극화 해결을 위한 가시적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물론 소득 격차 문제는 범정부 차원의 노력을 기울인다고 해도 단시간 내에 바로 해결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은 아닙니다.

다만 현 정부 '소득주도성장' 위주의 정책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습니다. 정책의 궤도를 수정할 수 없다면 속도를 조절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융통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경기상황이 나빠지면 고용 부진으로 이어집니다. 이렇게 되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이들은 저소득층입니다.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 더욱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연간 성장률이 2.3%까지 내려갈 것이라는 암울한 예측도 있습니다.

이는 경기 하락세가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시장 친화적 방법으로 각종 규제를 풀고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경기 악화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건 다름 아닌 저소득층이라는 것을 '서민을 위한 정부'를 지향했던 당국은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세계일보


우리나라의 극심한 소득 양극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는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고용상황이 악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고용 침체 배경으로는 구조적인 측면, 경기 요인과 함께 최저임금 인상 등 정책적 요인도 거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저소득층 고용이나 근로·사업소득에 주요 정책이 미치는 영향을 재검토해 보완해나갈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있다.

이달 22일 발표된 올해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소득 하위 20% 계층(1분위)의 명목 소득은 작년 3분기보다 7.0% 줄었다. 3분기 연속 감소세다.

이에 따라 3분기 기준 소득분배 지표인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았던 2007년 수준으로 악화했다.

주된 원인으로는 고용상황 악화가 첫 손에 꼽힌다. 올해 1∼10월 취업자 증가 폭은 9만7000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32만8000명)의 3분의 1도 안 된다. 특히 저소득층이 많은 취약 근로 부문의 고용지표가 좋지 않았다.

7∼9월 상용직 취업자는 매월 20만∼30만명 증가했지만, 임시직과 일용직은 각각 10만명대 수준의 감소를 보였다. 산업별로는 도소매·숙박음식업 취업자가 많이 줄었다.

저소득층의 취업자 감소는 이번 발표에서도 확인됐다. 3분기 1분위 가구의 평균 취업자는 0.69명으로 1년 전(0.83명)보다 16.8% 감소한 반면, 5분위(소득 상위 20%)는 2.07명으로 3.4% 증가했다.

가구원 중 취업자 수가 차지하는 비중 변화를 보면 1분위는 작년 3분기 33.6%에서 올해 3분기 28.8%로 하락했지만, 같은 기간 5분위는 57.8%에서 59.5%로소폭 상승했다.

통계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취업자 중 상용직 비중은 1분위는 17.6%였고, 5분위는 75.3%였다. 취업자 중 임시직과 일용직은 1분위가 33.6%, 16.9%로 5분위(2.9%, 0.8%)와는 큰 차이를 나타냈다.

◆극심한 소득양극화…투자심리 위축, 고용상황 악화

전체 고용 상황과 분위별 취업자 비중 변화에 비춰보면, 저소득층이 고용 상황 악화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1분위 근로소득을 전년 동기와 비교해보면 작년 4분기에는 20.7% 늘었으나 올해 들어 △1분기 13.3% △2분기 15.9% △3분기 22.6% 줄었다.

통계청은 "1분위 가구의 취업자 수가 감소하고 상용 취업 비중이 줄며 고용의 질도 악화했지만 5분위는 반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소득 분배 격차 문제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못하면서 최저임금 인상 등을 포함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선 최저임금 16.4%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영향으로 임시직·일용직을 중심으로 고용 상황이 악화했고, 이는 저소득 가구의 소득 감소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저소득층의 일자리를 줄인 동시에 영세 자영업자의 경영 상황도 악화시켜 저소득층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의 동반 감소를 유발했다는 분석도 있다.

세계일보


문재인 정부의 경제 민주화 정책 방향은 이해하지만, 최저임금 인상 등 일부에 집중된 탓에 아직 반전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필요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하청업자 등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배려하는 정책이 다소 부족했다는 것이다.

경제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목표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쉽지 않은 만큼 재정 역할을 더 확대해 사회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가처분소득 둔화, 소비지출 여력 감소…文 정부 소득주도성장 추진동력 약화되나?

가처분소득의 둔화가 더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가처분소득 둔화는 가계의 소비지출 여력이 줄어들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며 "소득분배가 악화된 상황에 가처분소득마저 줄어들게 되면 정부 소득주도성장도 추진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처분소득 둔화는 소득이 늘었지만 세금이나 은행이자와 같이 고정적으로 나가는 비소비지출도 급증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올 3분기 비소비지출은 106만5000원으로 전년동분기 86만4000원보다 20만1000원(23.3%) 증가했다. 비소비지출이 100만원을 넘어선 것은 2003년 통계 집계 이후 처음이다. 비소비지출 증가율도 역대 최고다.

세계일보


비소비지출 항목별로 보면 경조사비나 가족간 용돈 같은 가구간이전지출(35.7%)을 제외하면 세금 지출 증가율이 34.2%로 가장 크게 늘었다. 이어 이자비용이 30.9%로 뒤를 이었으며 사회보험과 연금지출도 각각 13.5%, 12.6%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소득분위별로는 하위 10%(1분위)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이 1년새 16.4%(-12만2000원)나 줄어들며 저소득가구의 소비여력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위 20%(2분위) 역시 같은 기간 처분가능소득이 6.7%(10만1000원) 감소했다. 저소득 가구는 없는 살림에 소비에 쓸 돈 마저 줄어들며 실질적으로 소득이 감소한 셈이다.

반면 상위 10%(10분위)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은 전년동분기 대비 24만원 늘어나 저소득 가구와 대조를 이뤘다.

◆은퇴 후 자영업 뛰어든 60대 소득 감소

60세 이상 가구주 사업소득이 올해 들어 낙폭을 키우고 있다.

내수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6.25전쟁 이후 지난 1955년부터 1963년까지 출생한 세대인 ‘베이비부머 세대’까지 가세한 과당 경쟁으로 수익성이 더 악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60세 이상 가구주의 사업소득은 60만1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만8000원(15.3%) 감소했다.

60세 이상 사업소득이 10만원 넘게 감소한 것은 가계동향 조사가 시작된 2003년 이후 처음이다. 감소율 기준으로도 최대 폭이다.

세계일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서 한 노인이 폐지 수레를 끌고 있다


60세 이상 가구주에는 직장에서 정년을 마치고 자영업 등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은퇴 세대가 상당수 포함돼있다.

60세 이상 가구주 전체 소득에서 사업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연령대 가구주보다 더 높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올해 1·2분기 내리 감소한 60세 이상 가구주 사업소득은 3분기에 감소 폭이 확대되면서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역대 가장 낮은 18.3%까지 떨어졌다.

이는 전체 가구의 사업소득 비중(19.5%)보다도 낮았다. 60세 이상 가구주 사업소득 비중이 전체 가구의 사업소득 비중보다 낮아진 것은 2007년 4분기 이후 약 11년 만에 처음이다.

◆온라인 소비 확산, 회식 문화 쇠퇴…자영업 전망 어두워

60세 이상 가구주의 사업소득 부진은 본격적으로 은퇴를 시작한 베이비붐 세대 창업 열풍이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베이비붐 세대가 치킨집·커피전문점 등 상대적으로 진입이 쉬운 음식점 사업에 뛰어들면서 출혈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는 것이 정부의 분석이다.

통계청의 전국사업체 조사 잠정결과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대표자가 60세 이상인 사업체는 87만5000여 개로 직전 1년간 5만2000개(6.3%)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사업체가 7만285개 늘어난 점에 비춰보면, 1년간 늘어난 사업체의 74%가 60세 이상 고령 대표자가 창업한 것이라는 뜻이다.

내수 침체뿐만 아니라 온라인 소비 확산, 회식 문화 쇠퇴 등 사회문화적 요인도 음식점업에 쏠린 고령 가구주의 사업소득 부진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숙박·음식점업 생산은 지난해 10월 이후 1년간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통계청은 60세 이상 가구의 사업소득은 가구주뿐만 아니라 배우자, 가구원 모두 줄면서 감소 폭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한 전문가는 "자영업의 위기 진단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며 "높은 자영업자 비중과 과당경쟁, 온라인 쇼핑의 득세, 프랜차이즈 수수료 부담 등 악재가 산적해있다"고 지적했다.

통계당국에 따르면 지난 7월 중 우리나라의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전체 소매 판매액 중 24.4%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1.4% 대비 3.0%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액수로 보면 전체 소매판매액은 2조7000억원 가량 늘었는데, 이 중 1조7000억원이 온라인 몫이었다. 설령 소비가 늘어나도 오프라인 매장으로 향하는 이들은 별로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연합신보 기자 김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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