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한파 직격탄 … 더 힘들어진 저소득층

김웅진 | 기사입력 2018/11/26 [09:58]

고용한파 직격탄 … 더 힘들어진 저소득층

김웅진 | 입력 : 2018/11/26 [09:58]

 

1분위 근로소득 1년전比 22.6% ↓ / 통계 작성 2003년 이후 최대 감소 / 1분위 취업자수도 16.8%나 줄어 / 근로시간 단축 등도 악영향 끼쳐 / 임시·일용직 중심 고용 악화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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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한 고용 악화가 저소득층의 소득기반을 잠식해가고 있다. 올해 들어 세 분기째 지속되고 있는 소득 양극화 심화는 구조적 측면과 경기 요인 외에 정책적 요인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시장에서 이탈하는 저소득층을 양산하며 1분위(소득 하위 20%) 소득에 직격탄을 날렸다는 분석이다.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동향조사(소득 부문) 결과’를 보면 분위별 근로소득은 극명한 차이를 드러냈다. 1분위 가구의 월평균 근로소득은 47만8900원으로, 1년 전보다 22.6% 줄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큰 감소다. 1분위 근로소득은 올해 1분기 13.3% 감소하며 마이너스로 전환한 뒤 매 분기 낙폭을 키우고 있다. 2분위 근로소득도 1년 전보다 3.2% 줄어들면서 전분기(-2.7%)보다 감소 폭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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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소득 감소는 고용 상황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올해 1∼10월 취업자 증가 폭은 9만7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2만8000명)의 3분의 1도 안 된다.

특히 저소득층이 많은 취약 근로 부문의 고용지표가 좋지 않다. 7∼9월 상용직 취업자는 매월 20만∼30만명 증가했지만, 임시직과 일용직은 각각 10만명대 수준의 감소세를 보였다. 산업별로는 도소매·숙박음식업 취업자가 많이 줄었다.

저소득층의 취업자 감소는 가구 평균 취업자 수에서도 알 수 있다. 1분위 가구의 3분기 평균 취업자는 0.69명으로, 1년 전(0.83명)보다 16.8%나 감소했다. 반면, 5분위는 2.07명으로 3.4% 늘었다. 다시 말해 고용 상황 악화가 저소득층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는 의미다.

통계청 관계자는 “소득분위별 근로소득을 보면 3∼5분위는 증가했지만, 저소득층인 1분위에서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며 “이는 무직 가구가 증가하는 등 고용 상황이 나빠지면서 저소득층의 소득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영세 자영업 부진도 저소득층 소득 감소에 영향을 끼쳤다. 사업소득의 경우 전년 대비로 1분위 가구 -13.4%, 2분위 가구 -1.5%, 3분위 가구 -11.9%를 기록했다.

처분가능소득의 차이도 벌어졌다. 처분가능소득은 소득에서 세금과 같이 반드시 지출되는 비용을 제외한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소득을 말한다. 모든 분위에서 처분가능소득이 늘었지만 1분위만 83만3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줄었다. 5분위 처분가능소득은 459만6700원으로 5.3% 늘었으며, 4분위(287만6000원)도 7.8%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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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세금과 대출 이자, 사회보험 등 비소비지출은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3분기 월평균 가구당 비소비지출은 106만5000원으로 처음으로 100만원을 넘겼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3.3%로 증가율도 역대 최대치였다.

소득 격차가 심화하면서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 16.4%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의 영향으로 임시·일용직을 중심으로 고용 상황이 악화했고 이는 저소득 가구의 소득 감소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이 단기적으로는 일자리를 줄이는 작용을 하게 된다”며 “특히 도소매 판매, 숙박·음식점업 등 저임금 일자리가 많이 줄어들면서 저소득층에게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저임금이 올라가는 경우 일자리를 지키는 사람은 좋지만, 일자리를 잃는 사람이 생기기 마련”이라며 “정부가 아닌 민간이 중심이 돼 일자리 개수를 늘리는 정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분배 악화가 지속하는 가운데서도 정부 정책 노력 등에 힘입어 악화세는 점차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기재부는 ‘악화세가 완화되고 있다’는 근거로 기초연금 인상 등으로 이전소득 증가율이 전분기보다 확대된 점 등을 들었다. 기재부는 기초·장애인연금 인상, 근로장려금(EITC) 개편 등으로 일자리·저소득층 지원 정책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 저소득 가구의 소득도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합신보 기자 김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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