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하는 정상회담은 없다

김웅진 | 기사입력 2018/11/28 [09:28]

실패하는 정상회담은 없다

김웅진 | 입력 : 2018/11/28 [09:28]

 흔히 '실패하는 정상회담은 없다'는 말을 한다. 실무진이 만나는 회담은 얼마든지 실패할 수 있지만, 정상끼리 만난다는 것은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을 때 타격이 너무 크기 때문에 미리 어느정도 조율됐을 때만 추진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부분 정상회담은 이견을 조율하는 것이 아니라 영상(or 사진)을 남기겠다는 기획 의도 아래 진행된다.

(물론, 우리나라 투자자들이 이처럼 낙관했다가 큰코다친 사례도 있다. ex 2016년 9월 한·중 정상회담과 사드 보복) 

트럼프 대통령이 27일 오전(한국시각) 언론 인터뷰에서 "G20 정상회담에서 중국과 협상을 이루지 못할 경우 중국 수입품 2670억달러에 대해 추가 관세를 발효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내놓았음에도 증시가 상승한 것은 이런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투자자들은 모두 "에이, 트럼프가 또 기선제압하려는 거군"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반대로 얘기하면 정상회담에서는 양쪽 모두 윈윈하는 내용이 아닌 이상 아주 드라마틱한 결론은 나오지 않는다. 양쪽 모두가 판단하기에 '화끈한' 문서에 서명하는 것은 정치적으로도 리스크를 짊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최종 결과물은 뜨뜻미지근한 내용일 확률이 높다.

다수 이코노미스트가 이달 30일~다음달 1일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무역분쟁이 아예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뻔한 얘기만 하다가 끝나면, 잔뜩 높아진 기대치 때문에라도 증시는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4월 미·중 정상회담도 아무런 성과 없이 종료됐다는 점이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외신들에 따르면 이번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는 △천연가스와 농산물 수입 확대 △미국 기업들의 중국시장 접근성 강화 △중국 기업들의 지적재산권 침해 방지 △AI와 생명공학, 데이터 분석 등 주요 분야에 대한 성장기술 수출 재검토 △미국에 대한 해킹 근절 △중국 정부 주도 하의 항공기술 및 반도체 기술 도용 시정 △위안화 절상 등이 될 전망이다. 수입 확대 및 시장 개방은 중국도 얼마든지 개방할 의지가 있다. 하지만 나머지 사안은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아직 크게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김두언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이렇게 전망했다. "지적재산권이란 개념조차도 양국 간에 상이한데, 지금 시점에서 합의점을 찾는다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이번 정상회담 한번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 1월 1일부로 인상되는 25% 관세율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임동민 교보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부상에 대한 미국의 견제, 미국 견제에 대한 중국의 수용 여부는 장기적 협상을 요구하는 내용"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확전하진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그동안 보복 관세 부과 및 비관세 장벽을 높이는 쪽으로의 갈등이 더 확대되진 않을 것"이라며 "치킨게임 형태의 무역분쟁이 절충점을 찾으려는 진지한 의사를 확인하는 양상으로 전환했다"고 했다.  

 

 

연합신보 기자 김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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