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시간 넘어 151초간 연소… 발사체 액체엔진 독자기술 확보

이은경 | 기사입력 2018/11/29 [10:25]

목표시간 넘어 151초간 연소… 발사체 액체엔진 독자기술 확보

이은경 | 입력 : 2018/11/29 [10:25]

 “엔진 정지 확인.”

28일 오후 4시 2분 31초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관제센터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한국이 2021년 발사를 목표로 개발 중인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핵심인 ‘75t급 엔진’의 시험발사가 사실상 성공했다. 한국이 우주 발사체에 사용될 75t급 이상 액체엔진을 자력으로 개발해 쏘아올린 세계 일곱 번째 나라가 되는 순간이었다.

액체엔진은 원하는 때에 엔진을 켜고 끌 수 있고 세밀한 통제가 가능해 우주 강국들이 선호한다. 75t 이상의 액체엔진을 개발해 비행까지 성공한 나라는 미국과 유럽, 러시아, 중국, 일본, 인도 정도에 불과하다.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발사 직후 “엔진이 목표로 한 140초를 넘어 151초 동안 안정적으로 연소했고, 발사 319초 후 최대 고도 209km를 찍고 약 429km 떨어진 제주-오키나와 사이 공해에 떨어졌다”며 “목표로 한 시험발사의 전 과정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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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성공으로 한국은 엔진 기술을 독자적으로 확보했다는 성과를 얻었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1초에 수백 kg의 산화제와 연료를 일정한 속도로 넣어 고르게 섞고, 이때 발생하는 열 등을 제어하며 추력으로 바꾸는 기술은 ‘극한기술’로 분류된다”며 “이 과정을 지상에 이어 실제 비행에서 확인한 것은 큰 성과”라고 말했다. 이진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 역시 “발사체의 핵심 기술이자 개발 난도가 가장 높았던 75t급 엔진이 오늘 발사를 통해 검증됐다”고 평했다.

이번 발사로 향후 누리호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한 것도 값진 성과다. 옥호남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단장은 “개발 단계에서는 발사체의 비행 환경을 예측해 시험발사를 준비했는데, 실제 비행을 통해 이런 예측이 맞았는지 알 수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비행환경 예측이 옳았는지 확인하고 누리호 발사를 최적화하기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우주산업의 교두보가 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노태성 인하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우주산업 시장은 굉장히 큰 시장인데 한국이 여태껏 진입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발사체 기술 확보가 관건이었는데 이번에 그 과제를 해결했다”고 말했다. 류장수 AP위성 대표는 “위성을 적시에 쏠 수 있는 우주 주권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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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발사체는 성공했지만, 아직 한국형 발사체의 ‘최종 완성’까지는 여러 과정이 남아 있다. 가장 중요한 고비는 1단 완성에 필수인 엔진 ‘클러스터링’이다. 진승보 항우연 발사체기획조정팀장은 “이번에 성능을 확인한 75t 엔진 4기를 묶어 300t의 추력을 내게 하는 게 다음 목표”라고 말했다. 클러스터링은 강력한 4기의 발사체 엔진을 하나하나 통제해 발사체가 목표한 대로 움직이게 하는 까다로운 작업이다. 비유하자면 극도로 다루기 어려운 야생마 네 마리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한 몸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도록 모는 것과 같다. 고 본부장은 “지상 시험으로 오차를 최대한 줄이고, 미세한 오차는 자세 제어를 통해 극복하는 기술을 내년부터 연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이번 시험발사의 큰 성과는 우주공학자들이 얻은 자신감이다. 옥 단장은 “이번 성공으로 75t 엔진에 대한 확신을 갖고 누리호 완성에 나설 수 있게 됐다”며 “주어진 일정에 따라 차질 없이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누리호는 한국이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첫 우주발사체로 지구 저궤도에 1.5t급 실용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3단형 발사체다. 2010년부터 2022년까지 총 1조9572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개발 중이다. 누리호의 1차 발사는 2021년 2월, 2차 발사는 2021년 10월로 예정돼 있다. 누리호를 완성하면 한국은 1993년 과학로켓인 KSR-1을 시작으로 KSR-2(1998년), KSR-3(2002년), 나로호(2013년), 엔진 시험발사체(2018년)를 거쳐 약 30년 만에 중대형 발사체를 갖게 된다.

정도를 걷는 얼론인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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