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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국·평화·고려사·문명 화해 ‘햇살’…강화도를 비추다
 
이은경   기사입력  2018/11/29 [10:30]

 

헤럴드경제

좁은 바닷물길을 사이에 두고 동, 서, 북으로 각각 황해도 개풍, 연안, 배천에 감싸여 있는 강화는 전등사, 마니산 참성단, 보문사 등 볼거리 즐비한 문화재 백화점이다. 사진은 강화평화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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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국결기 가득한 전등사·초지진의 ‘미스터션샤인’

황해도 개풍·연안·배천에 감싸인 ‘평화’의 상징

고려사 재조명 주역 등장… ‘건국 1100주년’ 행사

‘문명 화해’ 바라는 성베드로성당과 보리수도…

‘장포수’ 장승구의 아버지는 신미양요때 강화도에서 자기가 맡은 진지를 죽을 때까지 지키다 전사했다. 어린 장승구는 “아부지, 피하면 살수 있다고요”라고 다그쳤지만 그는 목숨 바쳐 그곳을 사수했다.

인천광역시 강화군 향토사학자들은 “당시 미군이 자신들의 인명피해가 몇 십명 되지 않음에도 퇴각했던 것은 조선 강화도의 수군과 의병 단 한 사람이라도 죽는 순간까지 자기가 지키던 곳을 내어주지 않자, ‘이런 나라는 도저히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해 사기가 저하됐기 때문이고, 결국 초지진과 광성보를 다시 조선 수군에게 뺏기면서 물러났다”고 전했다. 장포수(최무성 분)는 나중에 고애신(김태리) 등 숱한 의병들을 키워내고, 조국의 독립을 견인한다. 실화에 근거한 드라마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강화 교동도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북한 연백(현재 연안군, 배천군) 출신 사람들은 남과 북이 함께 어울려 살던 시절 연백시장 모습 대로 교동도에 대룡시장을 만들었다. ‘평화의 햇살’을 쬐는 요즘 교동시장 사람들은 3㎞ 물건너 고향마을과 왕래하는 꿈을 키우고 있다. 최근 마을을 지키는 화개산 방향 시장 골목에 붉은 카페트를 깔았다. 강화가 고향인 연백 사람들을 맞기 위함일까.

강화군 최북단 강화평화전망대가 있는 양사면에는 바다건너 개성공단 인근 개풍군에 사돈댁, 친척, 옛 이웃사촌을 둔 주민들이 적지 않다. 불과 1.8㎞ 떨어진 해장포 사람들과 재회하는 희망에 부풀어 있다.

강화는 개성과 더불어 또 하나의 고려 수도이다. 고려개국 1100년을 맞아 고려궁지, 삼별초항쟁 유적에 관광객이 몰리며 그간 우리가 제대로 알지 못했던 고려사를 재조명하고 있다.

▶미스터 션샤인=이처럼 강화에 여러 갈래 햇살이 비춘다. 바이칼호 주변에 이르는 고조선제국의 연방 황제인 단군의 직계 후손 3명은 강화도에 삼랑성을 쌓았다. 그 아래 전등사가 있다. 고구려 소수림왕이 세운 후, 고려 충렬왕의 비 정화궁주가 옥등을 선물하고 호국의 대장경을 봉안토록 했던 전등사 대웅전 불상옆 기둥과 윗벽에는 먹 글씨가 빼곡하다. 이는 바로 병인양요와 신미양요 때 강화를 지키던 병사들이 남긴 기도문과 이름들이다. 호국 결기 가득찬 흔적이다. 전등사는 전란때 마다 수군과 주민의병들의 헤드쿼터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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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침을 방어하던 강화도 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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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등사에서 동쪽 바닷가쪽으로 4㎞ 떨어진 초지진은 방어 뿐 만 아니라 왜란 호란 이후 효종 때 반전을 도모할 북벌의 교두보라는 의미가 더해진다. 초지진에는 아직도 총포가 전시돼 남아있는 후손들의 가슴을 울린다.

초지진 북쪽 3㎞지점의 광성보는 안으로는 국방강화 밖으로는 유연한 외교행보를 보인 광해군이 만들었다. 강화해협 중 가장 좁은 이곳에 용두돈을 두어, 배 한 척 손쉽게 지나지 못할 정도로 철통 요새를 만들었다. 두번의 양요때 강포수의 아버지 같은 선조들이 지켜낸 광성보는 총포전에서 백병전까지 가장 치열한 전투를 벌인 곳이다.

▶평화의 션샤인=강화는 좁은 바닷물길을 사이에 두고 동, 서, 북으로 각각 황해도 개풍, 연안, 배천에 감싸여 있다. 즉 분단이전 이들 세 고을은 강화와 한 마을이나 다름 없었다. 마치 목포-신안, 통영-거제 같은 관계였다. 서쪽 건너 연백시장을 모방해 만들었다는 대룡시장의 시계는 1970년대로 멈춰있다. 바꾸기를 싫어하는 주민의 마음은 연백시장에 대한 추억 때문일 것이다.

고향이 연백 호동인 노(老)이발사의 교동이발관, 동산약방, 쌍화차로 유명한 교동다방, 교복 코스프레 프로그램을 추가한 교동사진관 등 정겨운 간판들이 줄지어 있다. 교동사진관에서 외국인 여성이 교복 입고 사진찍은 모습이 이채롭다. 이곳에 좀 달라진 게 있다면 시장 곳곳을 강냉이 ‘펑’ 튀는 모습이 담긴 그림 등 벽화를 그려놓았다는 점과 뚱이호떡 집을 지나 좌회전하는 골목에 붉은 카페트를 깔아 놓았다는 점이다. 관광객들을 배려해 카페트를 피해 좁은 틈으로 걷는 할머니, 강화도의 건강 김치 ‘순무 석박지’를 먹어보라고 한 접시 내어주는 아주머니의 모습에서 인정이 느껴진다.

카페트를 즈려밟고 지나가 화개산(259m)에 오르면 바다건너 연백평야의 모습이 훤히 보인다. 또 남서쪽으론 석모도, 미법도, 아차도, 말도, 불음도 등 다도해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불음도에선 최근 홍수 때문에 남과 북으로 갈라진 부부 은행나무의 상봉식이 주민들의 야외 점심식사 기부, 한국문화재재단 춤꾼들의 춤사위, 팝핀현준의 부인 국악인 박애리 진행으로 열렸다.

수군 훈련장 남산포구, 교동읍성, 한옥으로 지어진 교동교회 등 1시간도 안걸리는 교동도 둘레 도로 드라이브를 하다보면 모종의 느꺼움이 희망으로 변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인증샷을 찍으면 교동-연백 가상의 평화다리를 만드는 이벤트, 순무 김치 담그기 체험에 참여할 수 있는 주민공동체 교양공간 제비집은 곧 제비가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 속에 아기자기한 문화예술 꾸러미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양사면의 강화평화전망대에선 황해도 개풍군 유정동과 탄동 마을, 해장포의 생활상과 빼어난 산세로 ‘경기 5악’이라고 불리는 송악의 모습이 육안으로 보인다. 양사면 주민들은 머지않아 해장포 주민과 교류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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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고려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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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가 고려사에 비추는 션샤인=고려는 원나라가 득세하기 전까지, 송나라, 거란과 함께 동아시아를 3분하던 패권국가 중 하나였다. 하지만 조선 중심의 역사 기술과정에서 고려는 제대로 조명되지 못했다.

고려 건국 1100주년을 맞아 39년간 고려의 수도였던 강화도가 고려사를 재조명하는 주역으로 등장했다. 강화에는 고려산, 강화산성, 고려궁지, 이규보의 묘, 목은 이색이 독서를 하던 교동화개사, 고종릉(홍릉), 회종릉(석릉), 강종 비의 능(곤릉), 원종 비의 능(가릉), 선원사지, 삼별초 항몽비 등 고려유적이 참 많다.

강화에서만 진행되던 고려 건국 기념행사가 국립중앙박물관이 주도하는 행사로 커졌다. 오는 12월 4일부터 2019년 3월 3일까지 ‘대고려 918~2018 : 그 찬란한 도전’이 열린다. 지난 10일 경기도 연천 고려 종묘에 모셔진 태조 왕건이 해인사에 모셔진 스승 희랑대사와 만나게 하는 의식이 사전행사로 진행됐다.

고려궁지는 청년몰이 있는 강화플랫폼에서 출발하면 걸어서 10분 정도 걸린다. 원나라가 된 몽골군 침입에 대항하기 위해 1232~1270년 이곳에 터잡았다. 지금 이곳엔 개경의 산과 같은 이름, 송악이 지키는 가운데, 외규장각과 강화 동헌 건물이 있고, 드넓은 터에 수목과 잔디밭이 여행자들의 휴식터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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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으로 지은 성공회 강화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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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 화해, 성베드로 성당과 보리수=강화에는 ‘성베드로 성바오로 성당’도 있다. 청년몰에서 고려궁지 가는 길에 만나는 이 성당은 1900년 11월 15일에 지어진 한옥성당이다. 내부는 로마의 바실리카 양식으로 꾸몄는데, 성당 어귀에 아름드리 보리수 나무가 있어 이채롭다. 알고보니 영국 신부가 토착신앙 불교와의 화해를 꿈꾸며 심어놓은 나무였다.

성당 아래쪽엔 철종이 살던 용흥궁이 있다. 원래는 작은 초가집이었으나, 즉위 후 기와집으로 복원했다. 이곳의 큰 단풍나무를 정성껏 만지면 ‘왕이 된다’는 얘기는 과장이 심하지만, ‘로또’ 같은 철종의 생을 돌아보면 이해 가는 측면도 있다. 강화는 고인돌 유적, 마니산 참성단, 보문사, 팔만대장경을 판각했던 선원사, 대구섬유단지에 전수한 방직기술의 본산 소창체험관 등도 갖춘 문화재 백화점이다.

정도를 걷는 얼론인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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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11/29 [10:30]  최종편집: ⓒ 정책평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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