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은 총보다 강했다

김지현 | 기사입력 2018/12/06 [10:21]

춤은 총보다 강했다

김지현 | 입력 : 2018/12/06 [10:21]

 

조선일보

6·25전쟁 중 포로가 된 북한군 로기수는 ‘미제 자본주의의 춤’인 탭댄스를 접하고는 밤이고 낮이고 춤 생각만 한다.

 


노련하고 치밀한 계산이란 이런 것이다. 영화는 얼핏 매끈하거나 세련돼 보이진 않지만 익숙한 문법과 양극단 요소들을 버무려 불붙은 폭약으로 키워낸다. 남한과 북한,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서로를 죽여야만 생존이 가능한 전시(戰時) 상황과 손발과 심장박동을 맞춰야만 하는 군무(群舞) 같은 요소를 주먹밥처럼 뭉쳐낸다.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닿으면 불꽃을 일으키듯 이야기도 뜨겁게 증폭한다. 수용소라는 닫힌 공간이 춤이라는 격렬한 움직임을 통해 열린 공간으로 확장되는 마법이 그렇게 빚어진다.

한국 관객이 웃을 수밖에 없는 장면과 울 수밖에 없는 순간들을 흙밭 아래 지뢰를 깔아놓듯 포석해놓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전쟁통에 온 가족을 부양하게 된 처녀, 잃어버린 아내를 찾아 헤매다 포로가 된 남자, 전쟁만 아니었으면 천재 안무가가 됐을 중국인, 빨갱이만 아니었다면 미국 카네기홀에 섰을 청년, 그리고 친구라곤 이들밖에 없는 흑인인 저"라는 잭슨의 대사는 이 영화가 무엇을 겨냥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그려낸다. 반동분자와 빨갱이, 흑인과 양공주 같은 소수자들의 몸짓은 그 자체로 솟구치는 눈물샘을 예비한 것이나 다름없다. 여기에 한국인을 울리는 가족 이야기가 더해지면서 영화는 활화산이 된다. "공산주의건 자본주의건 미국이나 소련 지네들 좋자고 만든 것이지 그것들과 우리가 대체 뭔 상관이여!" 같은 대사 앞에선 세대와 정치색을 막론하고 무너질 수밖에 없다. 자칫 무게감에 비틀거릴 수 있지만, 감독은 노래와 춤을 적재적소에 집어넣어 이 모든 이야기를 가뿐하고 쫄깃하게 뽑아냈다. 대중이 극장에서 얻고 싶은 거의 모든 것을 한꺼번에 담아냈지만, 올드하거나 느끼하지 않다. 상업영화로서의 모든 전략이 너무나 잘 짜인 탓에 살짝 거부감이 든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배우 도경수는 이 영화를 통해 다른 아이돌 출신 배우들과 전혀 다른 길로 갈 수 있음을 입증했다. 머리칼을 깎아낸 밤톨 같은 머리통과 애써 힘주지 않아도 새파란 빛을 뿜는 눈동자로 그는 관객을 서럽게도 했다가 솟구치게도 한다. 12세 관람가.

ㅋㅋ~뭐있나요?
내가정을 잘 꾸려나가려고
노력하는사람중한명에속할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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