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부도의 날' 유아인·조우진, 실제 모델 있다?

최윤옥 | 기사입력 2018/12/11 [11:30]

'국가부도의 날' 유아인·조우진, 실제 모델 있다?

최윤옥 | 입력 : 2018/12/1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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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국가부도의 날'(감독 최국희, 제작사 영화사 집)이 박스오피스 정상을 질주하며 흥행 중인 가운데 영화 속 인물에 대한 관객의 호기심도 높아지고 있다.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사태의 뒷이야기를 다룬 영화인 만큼 극 중 캐릭터의 실제 인물 찾기도 재미 삼아 이뤄지고 있는 모양새다.

'국가부도의 날'은 "IMF 사태 당시 비공개 정책팀이 실제로 운영됐다"는 신문기사 한 줄에서 출발한 영화다. 실제 사건에 작가(엄성민)의 상상력을 더한 팩션 영화인 셈이다.

영화에는 이름이 있는 캐릭터와 없는 캐릭터가 공존한다. 세 줄기의 핵심 플롯 중에서 위기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메인 캐릭터인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김혜수)이 있고, 서민을 대표하는 작은 공장 운영자 갑수(허준호),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금융회사를 박차고 나온 젊은 회사원 윤정학(유아인)이 있다.

반면 재정국 차관(조우진)과 IMF 총재(뱅상 카셀), 전 경제수석(엄효섭), 새 경제수석(김홍파) 등 IMF를 반대하는 한시현과 대척점에 선 인물들은 하나같이 이름이 없다. 실제 인물을 특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에 캐릭터에 이름을 부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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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대부분의 관객은 메인 캐릭터인 한시현의 시선을 따라가고 가장 많은 감정을 이입한다. 윤정학의 포지션은 다소 애매하다. 위기를 기회 삼아 배를 채운 인물이지만, 중반부 각성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각성은 순간일 뿐, 성공한 사업가만 남았다는 찝찝함도 안긴다. 한편으론 그 시대에 있었을 법한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로 여겨지기도 한다.

'국가부도의 날'이 롤모델 삼은 영화는 미국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다룬 '빅쇼트'(2016)일 것이다. 이 영화에도 윤정학 같은 인물이 등장한다. 바로 크리스찬 베일이 연기한 '마이클 버리'다. 2008년 미국 주택시장 붕괴를 미리 예측하여 대규모 숏 포지션(Short Position: 공매도) 전략을 통해 기하학적 투자 수익률을 올렸던 인물이다.

문제적 인물 윤정학을 연기한 유아인은 실제 모델이 존재했냐는 질문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롤모델이 있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IMF 당시 정학처럼 위기를 기회로 삼아 호의호식하던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다. 그들은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어떤 내면의 흐름을 가지고 있을까. 그런 걸 상상하며 연기했다."라고 밝혔다.

윤정학이라는 인물을 탐구하고 창조할 때는 당시 신문기사나 TV 뉴스들을 찾아보며 관련 상황을 이해해 나갔다고 했다.

위기를 기회 삼아 성공한 인물은 여러 케이스로 존재했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이다. 박현주는 1987년 동원증권에 입사해 4년 만에 지점장 타이틀을 달았고, 외환 위기 6개월 전인 1997년 6월 퇴사해 자본금 100억 원으로 미래에셋캐피탈을 창업했다. 이듬해 출시한 국내 최초 뮤추얼 펀드 '박현주 1호'가 대박 나면서 신화를 쓴 인물이다.

투자회사 에이티넘 인베스트먼트의 이민주 회장도 거론된다. 경제 위기 당시 헐값에 유동성 위기에 빠진 케이블 채널을 무더기로 인수해 C&M(현 딜라이브)로 통합해 몇 년 후 1조 4천 억 원에 매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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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코리아 펀드'의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의 사례도 윤정학의 성공 신화와 맞먹는다고 거론되고 있다. 1996년 1월 현대증권 부사장으로 부임하면서 증권가에 첫발을 디딘 이 회장은 IMF 진입으로 98년 초 금리가 30%대를 넘어서자 '지금은 채권을 사야 할 때'라며 매입을 독려해 큰 수익을 챙겼다.

재정국 차관(조우진)은 강만수 당시 재경경제원 차관으로 추정된다. 강만수는 오랫동안 IMF 사태를 초래한 경제정책 당사자 중 한 명으로 지목돼 왔으나 이명박의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컴백해 화제를 모은 인물이다.

그는 2005년에 쓴 책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30년'에서 "1997년 외환위기를 숨겨진 축복이라고 보는 외국 언론도 있었다. 한국이 스스로 해결하지 못했던 금융구조개혁, 기업경영구조개혁, 노동시장 유연성의 제고 등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로 보았기 때문이다."라고 적은 바 있다.

물론 거론된 인물이 영화와 직접적 연관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가부도의 날'이 IMF 사태라는 현대사의 재앙과 같은 비극을 다루고 있지만, 영화 시작부터 대부분의 캐릭터는 가공된 인물임을 명시했다.

역사가 스포일러인 이 영화는 실패의 서사다. 그럼에도 흥미진진하게 다가오는 것은 동시대를 치열하게 살았던 혹은 현재의 경제 불황과 맞서 싸우고 있는 20~30대 관객들에게 미처 몰랐던 사실에 영화적 허구를 더해 보여주는 재미 때문일 것이다.

극 중 한시현의 대사처럼 위기는 반복될까.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는, 어떤 유형의 인간일까. '국가부도의 날'이 남기는 묵직한 질문이다.

하늘은 슷로 돕는자를 돕는다 지성이면 감천 민심이 천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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