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큐레이션 카카오 카풀 논란,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권오성 | 기사입력 2018/12/12 [09:52]

IT큐레이션 카카오 카풀 논란,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권오성 | 입력 : 2018/12/12 [09:52]

 

모르쇠로 일관하다 화들짝 놀란 정치인, 그리고 부화뇌동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카카오 모빌리티의 카풀 서비스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 정부의 규제 개혁 기조에 힘입어 최근 카풀 상용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한편, 카카오 T 카풀의 베타 테스트 단행으로 본격 시동을 걸었으나 10일 한 택시기사의 죽음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17일로 예정된 카풀 본 서비스 출시일을 두고 고민하기 시작했으며, 택시업계는 20일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고 있다.

택시기사의 죽음으로 카풀 논란이 변곡점을 맞이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짚어내야 서로가 납득할 수 있는 타협점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코노믹리뷰

택시업계의 집회가 보인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카카오 카풀 시동...그리고 안타까운 죽음

카카오 모빌리티는 지난 7일 카카오 T 카풀 베타 테스트에 돌입하는 한편, 디데이를 17일로 명시했다. 카카오 T 카풀은 카카오 T 앱에서 이용할 수 있다. 카카오 T를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 하고, 카카오T 를 실행해 첫 화면 세번째에 있는 ‘카풀’ 탭을 선택하면 베타테스트 대상 이용자에게만 목적지 입력 화면이 나타난다.

카풀 크루는 카카오T 카풀 크루용 앱을 실행해 목적지를 입력한 후 자신의 출퇴근 경로와 비슷한 목적지를 가진 호출 정보를 확인하고 수락하면 된다. 운행 시간 제한은 없으나 카풀 운행 횟수는 하루 2회로 제한했다. 크루가 운행 횟수를 초과할 수 없도록 배차를 제한해 엄격하게 운영할 예정이다. 일부 제약을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시동을 걸었다는 평가다.

카카오모빌리티 정주환 대표는 “국토부 및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TF, 택시 업계 등과 카풀 서비스를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카카오 T 카풀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것” 이라며 “베타테스트 기간에도 기존 산업과 상생하기 위한 협의를 지속하겠다" 고 밝혔다.

이코노믹리뷰

카카오 T 카풀 화면이 보인다. 출처=카카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카카오 카풀이 베타 테스트로 진행되던 10일, 국회 앞에서는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카카오 카풀에 반대하던 택시기사 최 모씨가 분신해 사망한 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택시 4단체는 즉각 성명을 내고 “우리 100만 택시가족은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울분을 느낀다”면서 “운송질서를 문란케하고 교통 생태계를 파괴하는 거대기업의 카풀 중계행위와 사익추구를 위해 택시 서민들의 생존권을 말살하는 행위를 근절하여 줄 것을 강력히 촉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국회는 이를 방치해왔다. 오히려 공유경제 육성이란 미명하에 불법을 합법화시키려 하며 택시 죽이기에 나섰고, 이에 힘입어 카풀 업체는 지난 12월 7일 카풀 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불법 카풀앱 출시를 본격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택시4단체는 “자가용 불법 카풀 영업의 금지ㆍ중단ㆍ철회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강행할 경우, 전국 100만 택시가족 일동은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며,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정부여당과 카풀앱 플랫폼 업체들에 있음을 천명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논란이 이성적인 범주에서 벌어졌다면, 10일 최 모씨의 분신으로 현안은 단숨에 감성적인 범주로 옮겨갔다. 한 사람의 죽음이 가지는 무게는 무겁고, 이는 철두철미한 계산으로는 재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코노믹리뷰

카카오 모빌리티의 카풀이 최대위기에 직면했다. 출처=카카오


결국 카카오 모빌리티는 한 발 물러났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11일 "안타까운 소식에 대해 깊은 애도를 표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며 "아울러 유가족께도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고 말했다. 이어 "베타 서비스를 통해 카풀이 택시 승차난 해소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 그리고 기존 택시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히 검토하고 있습니다"라며 "정식서비스 개시 일정 등 카풀 서비스를 둘러싼 현안에 대해 열린 입장으로 정부와 국회 등 관계 기관, 택시 업계와 함께 적극적으로 논의를 진행하겠습니다"고 말했다.

예정된 17일 본 서비스 일정을 사실상 조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카카오 카풀 상용화에 대한 끈은 놓지 않았지만, 최 모씨의 죽음으로 촉발된 여론의 감정을 헤아리려는 포석도 깔렸다는 평가다.

카카오 모빌리티가 한 발 물러난 가운데 택시업계는 강공모드를 이어갔다. 이들은 11일 오후 제7차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열어 오는 20일 끝장집회를 예고했다.

택시4단체는 "국회에서 카풀앱 관련 법률 개정이 논의되기 시작한 상황에서 아무런 협의도 없이 7일 카카오가 기습적으로 카풀 시범서비스를 시작하였다"면서 "이에 따라 택시종사자들의 분노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최우기 열사의 분신사건으로 택시업계의 분위기는 격앙되어 있는 상황에서 제3차 결의대회는 앞선 2차례의 집회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12일부터 국회 앞에서 카풀 척결을 위한 철야 천막농성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천막농성장에는 최우기 열사 분향소를 설치하여 열사의 명복을 빌고 불법 카풀앱 척결의 뜻을 기리기로 하였으며,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는 택시 4개 단체가 돌아가며 철야농성을 진행하기로 하였다"면서 "카카오가 카풀 시범서비스를 개시한 이래 불법행위 제보가 잇따름에 따라 카카오에 대한 고소ㆍ고발을 추진키로 하고 법률자문을 비롯하여 증거수집에 나서기로 하였다"고 말했다.

이코노믹리뷰

김현미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이성이 아닌 감성의 영역...합의점 찾아야

카카오 모빌리티는 카풀 서비스를 준비하며 택시업계와 상생의 방안을 찾겠다는 뜻을 여러차례 피력했다. 전체 모빌리티 영역에서 카풀이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보다 낮으며, 택시업계가 우려하는 수준의 파괴적 후폭풍 가능성은 낮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양측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으나, 택시업계는 초반 4차 산업혁명 위원회의 해커톤에 불참하는 한편 연이은 토론회도 파행으로 몰며 강대강 대치를 자처했다. 대신 장외투쟁을 통해 여론전에 몰두하는 분위기를 보였다.

택시업계가 '무조건 카풀은 곤란해'라고 외치며 홀로투쟁에만 몰두하자 여론은 자연스럽게 카풀 찬성으로 흘러갔다. 택시업계가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승차거부 등을 여전히 버리지 못하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번 최모씨의 분신으로 분위기가 돌변했다. 지금까지 양측이 제도와 법률적 규범이라는 틀 안에서 논의를 했다면, 한 택시기사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현안은 느닷없이 감성의 영역으로만 이동했다.

이 논란의 진짜 핵심을 짚어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카풀은 모빌리티의 일부며, 글로벌 모빌리티 업계가 재편되는 가운데 우리만 이동의 플랫폼과 ICT를 연결하지 못하는 것은 엄청난 패착"이라면서 "택시기사의 죽음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왜 기사가 사망했는지, 지금 우리의 문제가 무엇인지 잘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카풀을 둘러싼 강대강 대치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각자의 이해관계를 풀어봐야 한다.

특히 택시업계가 중요하다. 대형 택시회사들은 높은 사납금과 약탈적인 업무환경으로 택시기사들을 낭떠러지로 몰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택시기사들은 최소한의 임금을 보전하기 위해 승차거부 등 악습의 연결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만약 택시회사들이 약탈적인 사납금 등의 악습을 개선하고 승차 서비스에 더욱 집중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카카오 카풀이 등장했을 때 높아진 서비스 수준으로 정면승부를 고려할 여지도 있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택시기사들이 요금 인상을 두고 '우리는 별로 달라질 것이 없을 것'이라고 자조하는 대목이 중요하다. 택시기사들은 택시회사를 상대로 문제를 제기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전형적인 정보의 비대칭이다. 서울 시내에서 택시를 운행하는 한 기사는 "택시기사들은 택시회사에서 주는 정보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경향이 많다"면서 "카카오 카풀이 들어오면 택시회사는 물론, 기사들도 모조리 죽는다는 공포가 모두를 지배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정부 부처와 정치권의 대응에도 미흡한 점이 많다는 평가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택시기사 최모씨가 목숨을 끊자 1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 출석해 "반대한다는 말씀을 분명히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장관과 국토부는 냉정하게 말해 카카오 카풀을 100% 반대한 적은 없다. 당장 11월22일 김 장관은 국회 국토위에서 "교통수요에 택시가 지금 정확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면서 카풀 서비스 허용 의사가 있음을 간접적으로 내비쳤기 때문이다. 김 장관은 11일 국회에서 "택시는 택시대로 처우개선을 하고, 카풀은 지금 정도로 하자, 이렇게 이야기한 건데 이게 잘못 전달됐다"고 말했으나, 일각에서는 '무책임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카풀 논란을 냉정하게, 그리고 확실하게 풀어내려면 사안을 감성이 아닌 이성의 영역으로 가져와 실익을 따져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택시회사의 기사에 대한 처우개선과 ICT 융합의 가능성을 살리는 한편, 카카오라는 대기업이 카풀을 약탈적 온디맨드 플랫폼으로만 키우려는 장면에 제동을 걸며 국민의 이동 서비스 발전을 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