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혁신주도 논쟁 무의미”…유효수요 확장 추진해야

김웅진 | 기사입력 2018/12/14 [09:42]

“소득주도·혁신주도 논쟁 무의미”…유효수요 확장 추진해야

김웅진 | 입력 : 2018/12/14 [09:42]

 ‘한국경제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 토론회

낮은 국민소득에 ‘고투자 저소비’ 구도 지속

인구구조 변동으로 구조적 침체 가능성도

“노동·금융·재정을 통한 소득주도성장 추진

국가채무 비율 50~60%까지 늘려 확장재정 해야”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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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고용 부진 등 경기 하강이 본격화한 가운데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주도성장의 대립적 논쟁은 무의미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공급 측면의 혁신만을 강조하는 것만으로 경기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소득주도성장 정책 추진으로 유효 수요를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13일 서울 서초구 제이더블유(JW)메리어트 호텔에서 국민경제자문회의 주관으로 열린 한국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 토론회에서 ‘소득주도성장의 주요 경로 : 노동·금융·재정’ 발표에 나선 주상영 건국대 교수(경제학)는 한국 경제를 ‘저소비 고투자’ 국가로 정의 내리고 투자 확대보다 만성적인 내수부족에 대한 대응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문을 보면, 2017년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투자지출 비율은 31.1%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22.7%)를 크게 상회하는 최상위권이다. 반면 국내총생산 대비 민간과 정부의 소비지출 합계 비율은 63.4%에 그쳐 오이시디 평균치(73.0%)에 미치지 못했다. 제조업 중심으로 구성된 산업 구조를 고려하더라도, 소비 수준이 지나치게 낮다는 진단이다. 주 교수는 만성적 내수부족의 원인으로 가계의 시장소득이 낮은 점을 꼽았다. 국민총소득 가운데 가계의 시장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이 199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해 7%포인트 정도 낮아졌는데, 전체 국민총소득(2017년 기준 1730조원 남짓)을 감안하면 국민 몫으로 돌아가는 소득이 130조 정도 줄어든 셈이라는 것이다. 주 교수는 “생산가능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서는 인구구조의 변동까지 생각하면 내수 위축은 불가피한 결과”라고 짚었다.

그는 이런 진단 아래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이 유효 수요를 확대하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방법론으로 평가했다. 주 교수는 특히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장려금(EITC) 확대 등으로 대표되는 노동 측면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그간 주로 추진됐다며 금융과 재정 측면에서의 소득주도성장 정책 추진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저 금융 측면에서 기업의 부가가치가 부동산·자사주 매입 등 자본시장으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비업무용 부동산에 대한 보유세와 단기자본이익에 대한 과세 강화를 제안했다. 또 재정 측면에서도 여성·청년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끌어올려 잠재성장률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과 보육서비스 제공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구구조의 변화, 자영업·제조업 등 한계기업의 구조조정 등 구조적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경제 구조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며 “이를 감당하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정부부채 비율을 50~60% 정도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40% 초반대인 정부부채 비율을 확대해 재정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이다.

주 교수의 발표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모두 제기됐다. 토론에 나선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미국, 일본 등 내수 경제의 규모가 담보되는 나라와 한국의 경제 구조를 동일하게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기업의 경쟁적 혁신을 통해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인 경제성장론”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소득주도성장이 주시하는 소득분배 완화와 사회안전망 강화는 그 자체로 중요한 과제이지만, 이는 경제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조건에 불과하다”고도 말했다.

이에 대해 이우진 고려대 교수(경제학)는 “공급 결정론을 종교적으로 추종하는 경제학계의 신화를 깨야 한다”며 “수요와 공급은 함께 작용한다는 것이 상식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기술 혁신을 강조한 미국의 경제학자 슘페터 역시 기술 뿐만 아니라, 수요 측면의 혁신을 함께 강조했다”며 “공유 경제라는 욕망을 자극해 시장을 만들어 낸 우버의 사례처럼 수요 측면의 혁신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최근 청와대에 사의를 밝힌 것으로 알려진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개회사 및 축사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그는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아이디어를 잘 집행할 수 있는 하부구조가 마련되지 않으면 성과를 내기 어렵다”며 사람에 대한 투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제갈공명이 아무리 좋은 전술, 전략을 갖고 있어도 관우, 장비, 조자룡이 없었으면 그 전략이 성공할 수 있겠느냐”며 “기업, 금융 등 경제 현장에서 직접 뛰시는 분들이 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갖추게 되면 우리의 지혜가 보다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의장은 사의 표명에 대한 청와대의 반응을 묻는 질문에 “아직 없다.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의 표명의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공부하고 책을 쓰고 싶어서”라며 말을 아꼈다.

연합신보 기자 김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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