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 울려 퍼진 '가습기살균제 哭소리'…애경·SK케미칼은 여전히 '묵묵부답'

노종관 | 기사입력 2018/12/14 [09:57]

7년간 울려 퍼진 '가습기살균제 哭소리'…애경·SK케미칼은 여전히 '묵묵부답'

노종관 | 입력 : 2018/12/14 [09:57]

 년간 이어진 피해자들의 곡소리에도 SK디스커버리(옛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지난달 27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모여 가습기메이트를 개발한 SK케미칼과 판매한 애경산업을 상대로 검찰에 재고발했다. 양사는 가습기살균제의 원료로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를 사용해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했다. 하지만 책임 인정과 사과를 요구하는 피해자를 외면한 채 일언 대꾸도 하지 않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인원은 역사적으로도 전무후무한 수치다. 가습기살균제를 쓰다 죽거나 다쳐 신고한 피해자는 6210명이다. 이 가운데 확인된 사망자만 1359명에 달한다. 현재까지 생존 환자는 4851명. 검찰은 참사의 원인이 밝혀진지 5년 만인 2016년에 들어서야 전담 수사팀을 꾸렸고, 현재까지 옥시레킷벤키저와 롯데마트, 세퓨 등 몇몇 업체의 일부 임원만 책임을 진 상태다.



가습기메이트는 200만병 이상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애경산업과 SK케미칼은 자사로 인한 피해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사과와 배상은 일절 없었다. SK케미칼은 정부가 인정한 특정 피해자들만 골라 비공식 배상을 제안하고 있는 실정이다. 피해자와 건강피해를 인정받지 못한 신청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피해구제 분담금'의 경우 애경산업에는 92억7200만원, SK케미칼에는 212억8100만원이 부과됐다. 애경산업은 지난해 분담금을 완납했고 SK케미칼은 내년 6월까지 모두 납부할 계획이다. 법적 책임이 따르는 분담금만 냈을 뿐 양사는 피해자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건네는 일에는 더없이 인색했다.



키뉴스

지난달 27일 가습기피해자연대가 애경산업과 SK케미칼을 검찰에 재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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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4년 세계 최초로 가습기 살균제 원료 물질을 개발한 SK케미칼은 살균제 원료의 인체 유독성 검증도 제대로 치르지 않았다. 애경산업도 독성이 든 원료로 제품을 만들어 유통했다. 피해자들은 양사의 전·현직 대표이사와 임원 들을 업무상과실과 중과실 치사상 혐의로 고발했다.



하지만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은 흡입독성시험이 보인 결과를 핑계로 책임을 무기한 연장하고 있었다. 지난 2011년 정부는 SK케미칼이 제조한 가습기 살균제 제품에 관해 흡입독성시험을 진행했다. 이때 CMIT와 MIT 성분을 흡입한 쥐들에게서 폐 섬유화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고, 이에 따라 가습기 메이트의 인체 유해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1994년 당시 치러진 이 시험에 쓰인 장비와 환경, 조건 등은 모두 실제 피해자들의 상황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호흡기가 약했던 아기와 임산부 등이 오랫동안 하루종일 독성 화학물질을 들이마셨다. 이들의 오랜 흡입기간은 시험에 반영되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와 검찰, 양사는 모두 이 시험 결과만을 맹신했다.



반면 지난해 8월과 올해 10월에 한국환경보건학회지에 각각 등재된 대구가톨릭대 GLP센터 논문들과 애경 제품을 쓴 쌍둥이자매 병증을 연구한 서울아산병원 연구팀이 지난 10월 발표한 논문이 양사의 주장을 반증한다. 또 2012년 영국 의학지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BMJ)과 2013년 의학지 콘텍트 더마티티스에 실린 연구결과, 2014년 영국 루이샴 병원 연구팀 논문 등이 CMIT/MIT의 유해성을 지적했다. 지난 2월 SK케미·애경산업 등에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과징금을 부과하고 고발 조치를 한 공정위 자료에서도 CMIT/MIT의 인체 유해성이 확인됐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가피모)은 지지난해 2월과 3월에 잇따라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의 임원들을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습기넷)은 지난 2016년 6월에 두 차례 기자회견을 열고 수사 촉구에 관한 진정서를 제출했으며 같은 해 8월 8일에도 고발한 바 있다. 하지만 검찰은 요지부동의 자세로 일관해, 가해기업들에는 면벌부를 주고 피해자들의 가슴에는 대못을 박았다.



양사에 대한 재고발 현장에는 피해가족인 이재용, 손수연, 피해 당사자 조순미, 김기태 가습기넷 공동운영위원장 등 다섯명이 함께 했다. 이재용은 지난 2006년 발병 3개월 만에 당시 만 2세의 나이로 사망한 여아 규은 양의 아버지다. 규은 양은 급성 호흡부전 증후군, 급성 간질 폐렴의증으로 사망진단을 받았고 애경 가습기메이트를 슨 1단계 피해자다. 손수연은 애경 가습기메이트 사용으로 인해 폐섬유화와 천식 진단을 받은 2단계 피해자, 만 13세 여야의 어머니다. 조순미는 지난 2008년부터 애경의 가습기메이트를 비롯해 이마트 PB제품과 옥시 제품들을 함께 쓰다 2009년부터 급발작성 중증 천식과 저감마글로불린혈증, 쿠싱병, 근무력증 등 각종 난치병을 앓고 있다. 산소 호흡기와 휠체어에 의지해 살아야 한다. 줄곧 4단계 피해자로 판정 받아 지원을 받지 못하다가 올해 들어서야 정부로부터 겨우 피해자로 인정 받았다.



지난 3일부터 7일까지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시민단체 임원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양사에 대한 검찰의 적극적 수사가 이뤄질 때까지 집중행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20대 국회 들어 첫 국정조사로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다루어졌다. 하지만 피해자들의 바람과 달리 가해기업들과 정부의 책임을 밝혀내는데 한계를 드러내다 결국 특위 연장이 무산됐다. 뒤늦게 시작한 진상 규명 작업도 멈춰섰습니다. SK케미칼·애경산업 등의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지난 정부 때 공정위는 2012년에는 무혐의 처분을 내렸고, 2016년에는 심의를 종료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올해 2월 공정위가 양사를 고발했지만, 검찰은 공소시효가 2016년 9월로 끝났다는 이유로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다. 그 사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과 시민들의 요구로 지난해 11월 24일, 사회적 참사 특별법이 입법되면서 세월호 참사와 함께 그 진상을 밝힐 특별조사위원회가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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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1인 시위 중인 전현희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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