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갔다올게" 집을 나선 아빠는 이 줄에 섰다

김용진 | 기사입력 2019/02/15 [11:35]

"회사 갔다올게" 집을 나선 아빠는 이 줄에 섰다

김용진 | 입력 : 2019/02/15 [11:35]

 "아빠 실직했다는 말을 차마 못했습니다. 가족들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서요."

13일 오전 서울 구로구 관악고용복지플러스센터 2층 실업급여(구직급여) 창구 앞 대기 의자에 앉아 있던 임모(56)씨는 "출근한다고 나와서 여기로 왔다"고 했다. 중견기업 임원 차량을 운전하다 지난달 해고됐다는 임씨는 실업급여로 월 140만원 남짓 받는다고 했다. 그는 "가족들 생활비로 쓰기에도 부족하다"면서 "딸 학자금 대출도 갚아 주겠다고 약속했는데…"라고 했다. 대기 의자에는 이미 20여 명이 줄지어 앉아 있었다. 

지난 11~13일 사흘간 본지 기자들이 둘러본 서울·경기 지역 고용지원센터 8곳은 실업급여를 신청하거나, 받으러 온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20대에서 60대까지 대부분 점퍼 차림인 실직자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이 어느 곳이나 같았다. 한 30대 실직자는 "언제쯤 이곳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갑갑하고 답답하다"고 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1월 실업급여를 신규 신청한 사람은 17만1000명으로 2013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았다. 실업급여 지급액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1월 한 달간 전국에서 46만6000명이 6256억원을 받아갔다.



조선비즈



고용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1월 실업자가 122만명을 넘어 19년 만에 최대로 치솟았다. 통계청이 13일 발표한 1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자는 1년 전보다 20만4000명 증가한 122만4000명에 달했다. 1월 기준으로 외환 위기 당시인 2000년 1월(123만2000명) 이후 최대다. 실업률도 4.5%까지 올라 1월 기준으로는 2010년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았다. 일자리가 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취업자 수는 2623만2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고작 1만9000명 늘었다. 같은 기간 15세 이상 인구가 24만6000명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새 일자리가 15만개는 생겨야 고용률(65.9%)이 현상 유지라도 할 수 있는데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다. 정부가 세금으로 만드는 보건업·사회복지 서비스업과 정보통신업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업종에서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특히 전체 고용의 4분의 1을 담당하는 제조업과 건설업에서도 일자리 감소가 나타나면서 일자리의 근간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는 "고용지원센터에 늘어선 실업급여 신청자 행렬은 지금 고용 시장이 얼마나 최악의 상황인지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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