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침팬지와 왜 다른가... "뉴런, 느리지만 지속적 성장"

권오성 | 기사입력 2019/02/19 [08:04]

인간, 침팬지와 왜 다른가... "뉴런, 느리지만 지속적 성장"

권오성 | 입력 : 2019/02/19 [08:04]

 인간과 다른 유인원의 DNA는 얼마나 유사할까. 2012년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가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아프리카의 ‘평화주의자’인 보노보는 인간과 유전자의 약 98.7%를 공유한다. 침팬지의 경우는 이 비율이 약 98.8%로, 사람과 가장 가까운 유인원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런 유전적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인간과 다른 유인원은 행동과 인지 능력 면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인간이 어째서 유인원 중 침팬지 등과 다른 고유의 ‘인간성(humanness)’을 보이는지 그 생물학적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

중앙일보

인간과 보노보, 침팬지의 뇌 속 뉴런 형성을 비교 연구한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소크 연구소와 UC샌디에고 공동연구진의 성과다. 사진은 이 연구에서 묘사된 침팬지의 전뇌 신경 생성 세포의 정형화된 현미경 이미지. 연구진은 이 연구를 통해 향후 영장류 뇌의 진화 계통을 그리고자 한다. [사진 eLife]

 



보노보-침팬지-인간 ‘뉴런 씨앗’ 쥐 뇌에 이식...침팬지 뉴런, 2주 만에 인간보다 76% 더 멀리 이동



그런데 미국 소크 연구소(Salk Institute for Biological Studies)와 UC샌디에고(UCSD) 연구진이 이에 대한 해답에 한 발짝 다가섰다. 사람과 보노보, 침팬지의 뇌 속 ‘뉴런’의 발달 양상을 비교 연구한 것이다. 뉴런은 신경계를 이루는 구조적·기능적 기본단위로, 다른 뉴런과 연결되는 곳에서 신경전달물질을 보내 정보를 전달하고 처리한다. 해당 연구결과는 7일(현지시각) 국제학술지 ‘이라이프(eLife)’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뇌 발달에 있어 가장 중요한 두 가지 과정이 뉴런의 성장과 확산이다”며 “뉴런이 성장한다는 것은 뉴런끼리 연결성이 늘어나고 서로 간의 소통 역시 증가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뉴런은 뇌의 다른 부분으로 위치를 옮겨 확산해가기도 하는데, 연구진은 이 같은 뉴런의 성장과 확산의 차이가 여타 유인원와 인간의 차이를 이해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고 봤다.

중앙일보

침팬지 보노보-인간의 뉴런 성장을 비교하기 위해, 연구진은 신경계 전구세포를 채취해 쥐의 뇌에 이식했다. 이후 19주 동안 세 종의 뉴런의 성장 양태를 비교했더니 그림 C, D에서 보는 것과 같이 침팬지의 뉴런이 빠른 시간 내에 더 멀리 확산했다. [그래픽제공=eLife]

 

연구진은 먼저 뉴런의 확산 양상을 비교연구하기 위해 인간, 침팬지, 보노보의 ‘신경계 전구세포(neural progenitor cell)’를 채취, 쥐의 뇌에 이식했다. 신경계 전구세포는 신경계의 여러 가지 세포를 생산할 수 있는 ‘씨앗’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연구진은 약 19주 동안 3종의 뉴런이 어떻게 성장하고 확산하는지 유전자 발현(gene expression)’ 상의 차이를 비교했다.

뉴런의 이동 거리, 형태, 크기 차이가 종합적으로 관찰한 결과, 침팬지와 보노보의 뉴런은 짧은 기간 내에 빠르게 확산한 반면, 인간의 뉴런은 상대적으로 느리게 퍼져나갔다는 것이 발견됐다. 실험이 진행된 지 2주 만에 침팬지의 뉴런은 더 먼 거리를 이동해 인간의 뉴런보다 약 76% 넓은 영역으로 확산했다.

중앙일보

침팬지 보노보-인간뉴런 발달 비교한 그래프. 그래프 E를 보면, 인간의 뉴런은 느리지만 더 오랜 시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성장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검은색 그래프가 인간, 붉은색이 침팬지, 파란색이 보노보. [그래픽제공=eLife]

 

인간 뉴런 지속적 성장, 영장류와 차이 가져왔을까...연구진, “영장류 뇌 진화 계보 만들 것”



그러나 보노보·침팬지의 뉴런이 빠른 시간에 성장하고 멈춘 것에 비해, 인간의 뉴런은 느리지만 더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연구진은 “뉴런의 느리지만 지속적인 성장 패턴 때문에, 인간이 여타 유인원과 다른 고유의 행동·인지능력을 가지게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또 뉴런의 이동과 관련된 유전자가 총 52개 라는 것도 밝혀냈다.

연구를 진행한 러스티 게이지 소크 연구소 소장은 “이 연구는 인간과 기타 유인원의 비교 분석을 위한 기초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의 공동저자인 캐롤 마체토 소크 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인간의 진화를 연구하기 위해 새로운 전략을 사용한 것”이라며 “향후 수 년간 뇌의 진화에 관한 새로운 발견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구진은 향후 유도만능 줄기세포를 여러 유인원에 적용해, 뇌 진화에 관한 ‘진화 계보(evolutionary tree)’를 만들 계획이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