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 최고경영자들, MWC 2019서 ‘파랑새’ 볼까

우상현기자 | 기사입력 2019/02/26 [10:14]

이동통신사 최고경영자들, MWC 2019서 ‘파랑새’ 볼까

우상현기자 | 입력 : 2019/02/26 [10:14]

 겉으로는 ‘최초 상용화 알리기’ 주력 모습

속내는 쓸만한 서비스·콘텐츠 발굴 안간힘

이통사들, 5G 가입자 늘려 사업성 높일

서비스·콘텐츠 발굴 못해 속으로 발 동동

2월이 다가도록 설비투자 계획도 못잡아



한겨레

 


“우리가 3월 새 이동통신(5G) 서비스를 가장 먼저 상용화해 생태계를 선도한다. 우리와 손잡자.”

25일(이하 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그란비아에서 개막된 세계 최대 이동통신 기기·서비스·콘텐츠 전문 컨퍼런스 겸 전시회 ‘엠더블유시(MWC) 2019’에선,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이동통신사 최고경영자들이 ‘티 나게’ 바쁜 움직임을 보여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와 엘지(LG)전자 등 제조사들이 언팩(신제품 공개) 행사 뒤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는 것과 대비된다.

지난 24일 바르셀로나에 도착한 유영민 장관은 전시회 개막 첫날에 국내 제조사와 이통사들의 전시관을 다 돌아보고, 전시장을 찾은 각 나라 통신정책 수장들과 잇따라 만남을 갖는 일정을 이어가고 있다. 유 장관의 전시장 관람 일정과 현장 발언은 국내 취재진에게 실시간으로 통보되고, 26일에는 국내 취재진과 간담회도 한다. 이통 3사 최고경영자들도 전시회 개막 첫날 일제히 기자간담회를 했다. 이통 3사 최고경영자가 하루에 이뤄지기는 처음이다.

한결같이 우리나라 이통사들이 오는 3월 세계 최초로 새 이동통신 서비스 상용화에 나서고, 우리나라 정부와 이통사들이 선도적인 새 이동통신 생태계 구축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기 위해 애쓴다. 유영민 장관의 전시장 관람, 황창규 케이티(KT) 회장의 전시회 개막 기조연설과 잇단 해외 이통사 최고경영자 미팅, 박정호 에스케이텔레콤(SKT) 사장의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이사회 멤버 회의 참석, 하현회 엘지유플러스(LGU+) 부회장의 해외 이통사 최고경영자 미팅의 발언 모두 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겨레

 


하지만 이통 3사 최고경영자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진짜 목적은 새 이동통신 서비스를 신성장 동력으로 만드는데 도움이 될 서비스와 콘텐츠 확보에 있다. 최고경영자를 따라 전시장을 찾은 한 이통사 임원은 “국내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왜 비싼 비용을 쓰며 해외 전시장을 찾아 바쁜 행보를 보이겠냐. 글로벌 흐름 파악도 있지만, 진짜 목적은 여기에 참가한 국외 업체들을 대상으로 ‘우리는 이런 기술과 상용화 일정을 갖고 있으니 함께 할 생각이 있느냐’고 타진하거나, 국내에서 먹힐 것으로 보이는 서비스나 콘텐츠를 가진 사업자가 있으면 서둘러 손잡기 위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통 3사 최고경영자 모두 새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자 확보에 날개를 달아줄 서비스나 콘텐츠를 갖고 있는 업체를 발굴해 공동 사업화 계약을 맺는 게 주 목적이라는 것이다. 적어도 동행한 이통사 경영진과 임직원들은 이런 지시를 받고 움직이고 있다고 한다. 이통 3사 모두 전시회 현장에서 ‘글로벌 업체와 새 이동통신 사업협력 논의’ 내용의 발표를 붕어빵 찍어내듯 내놓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라고 볼 수 있다.

앞서 유영민 장관은 지난 20일 케이티 과천사옥을 방문해 새 이동통신 서비스 준비상황을 점검하는 자리에서 “새 이동통신 시대의 성패를 좌우하는 관건은 공감하고 체감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와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다. 혁신적인 서비스 및 콘텐츠 발굴에 집중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겨레

 


이통사 최고경영자들의 절박함은 “세계 최초 상용화”를 외치면서도 2월이 다 지나가기까지 올해 설비투자(CAPEX) 가이던스를 내놓지 못하는 것에서도 보여진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통 3사 모두 전년도 실적을 발표할 때 설비투자 가이던스를 밝혔으나 올해는 한결같이 “시장 상황이 불확실해 밝히기 어렵다. 새 이동통신 단말기와 콘텐츠 등의 출시 상황을 보고 결정하겠다”며 발표를 미뤘다. 에스케이텔레콤 관계자는 “최근 공개된 새 이동통신 스마트폰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을 보고, 6월 이후에나 제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입만 열면 새 이동통신 생태계 선도를 외치는 것과 달리, 실제로는 새 이동통신 서비스의 사업전망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해 통신망 구축 투자를 주저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 행사장서 만난 이통업계 관계자는 개인적인 의견을 전제로 “알다시피 이동통신 요금을 내려 가계통신비 부담을 줄여달라는 문재인 정부와 국민들의 요구에 ‘새 이동통신 투자 때문에 요금인하를 못하겠다’고 버틴데다 ‘세계 최초 상용화’를 앞세워 주파수를 싼 값에 일찍 할당받았으니 앞장서야 하는데, 상황이 그리 녹록치 않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다른 이통사 팀장은 “정부가 마치 빚 독촉하듯 이통사들에게 투자를 촉구하고 있는데, 아직도 새 이동통신 서비스의 사업전망조차 불확실하지 않냐. 이 정도면 새 이동통신 서비스가 먹힐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드는 서비스나 콘텐츠 한두개만 찾아도 좋으련만”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화웨이 퇴출 전략이 먹히지 않는 이유가 뭔줄 아냐. 화웨이 장비의 가성비가 높다. 이통사 쪽에서는 불확실성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화웨이 장비를 안찾을 수 없다. 화웨이도 이를 잘 알고 있기에 버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빠른 속도, 대용량 전송, 초저지연 등 새 이동통신 서비스의 특성에 맞춘 서비스나 콘텐츠를 준비해 엠더블유시를 찾은 업체들은 유영민 장관과 이통 3사 최고경영자의 세계 최초 상용화 발언에 혹할 수밖에 없다. 이른바 ‘필드 테스트’를 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 이통사들도 한국 이통사들이 새 이동통신 서비스 사업을 위해 어떤 전략과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해한다. 누구나 우리나라 이통사들의 만남 제안에 흔쾌히 응하고, 이통 3사 최고경영자들이 바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이통사 최고경영자들은 이번 엠더블유시 출장에서 원하는 성과를 얻어 돌아갈 수 있을까. 귀국해서 웃는 표정으로 설비투자 가이던스를 내놓는 쪽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는 새 이동통신 가입자 확보용 서비스나 콘텐츠를 확보한 것이고, 그러지 못하는 쪽은 여전히 헤매고 있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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