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아래는 봄, 정상은 겨울…두바퀴로 누비는 알프스

오준 | 기사입력 2019/03/05 [10:44]

산 아래는 봄, 정상은 겨울…두바퀴로 누비는 알프스

오준 | 입력 : 2019/03/05 [10:44]

 

매일경제

스위스의 봄꽃 모습은 고도에 따라 달라진다. 호반과 공원엔 벚꽃과 사과꽃의 소박한 향연이, 알프스 산속 마을은 야생화와 들꽃 천지다. 크로커스나 아네모네는 고산지대에서 만날 수 있다. [사진 제공 = 스위스정부관광청]

 


스위스의 속살을 제대로 둘러보는 방법? 이맘때 기자에게 이 질문을 한다면 0.1초 만에 '자전거'라는 답을 들려준다. 파노라마 열차? 식상하다. 드라이브? 지겹다. 몸으로 지치고, 그 진동을 그대로 받는 이 자전거, 스위스 봄나들이엔 이게 묘한 매력이 있다. 스위스의 봄꽃은 고도에 따라 변신한다. 지금 호반과 공원은 벚꽃과 사과꽃의 소박한 향연이 한창이다. 호숫가 마을보다 한참 늦게 봄을 만나는 알프스 산 속 마을은 야생화와 들꽃 천지다. 고도가 높아지면 크로커스나 아네모네가 얼굴을 내민다. 스위스 관광청 김지인 소장에게 SOS를 쳤다. 지금 달려가면 감동 백배, 꽃의 향연을 볼 수 있는 라이딩 로드를 알려달라고.

1. 실트호른(Schilthorn)

오, 끝내준다. 이 코스 압권이다. 왜냐고? 내리막이다. 봄꽃 라이딩 코스는 이렇게 잡자. 실트호른행 케이블카가 있는 뮈렌에서 알멘트후벨까진 파노라마 풍경을 감상하며 유유자적 케이블카로 간다. 여기서 반전. 다시 뮈렌까지 이어지는 산악 자전거길을 이용해 내려오며 봄 들판을 감상하는 루트다. 딱 시속 30~40㎞로 구름 빠르기. 심호흡을 하며 이 일대 최고의 봄꽃 알펜로즈와 에델바이스를 감상할 수 있다. 특히 6월부터 9월까지가 골든 타임. 150종류가 넘는 알프스 야생화가 피어나 그 절정을 맞는다. 꽃길 포인트는 알멘트후벨 레스토랑. 그 옆이 꽃길 시작점이다. 당연히 걸어도 좋다. 30분 정도 트레킹에 웅장한 알프스 봉우리들을 죄다 눈에 담을 수 있다.

2. 클라이네 샤이데크(Kleine Scheidegg)

봄 크로커스는 4월에서 6월까지 해발고도 1000m부터 2500m까지의 산 경사면에 피어나는 고산 식물이다. 산의 눈이 녹으면 일제히 얼굴을 내미는 묘한 녀석. 산의 눈이 녹는 순간 개화해 알프스에 봄을 알리는 꽃이니 귀하디귀하다. 흰색과 보라색 크로커스의 샛노란 암술은 향신료인 샤프란으로 둔갑한다. 융프라우 일대인 클라이네 샤이데크. 알프스를 대표하는 꽃과 희소성이 있는 꽃들이 동시에 피어나 예부터 많은 식물학자들이 주목해온 지역이다. 이곳을 산악자전거로 질주하는 것도 신나는데, 봄꽃 중에서도 절경으로 꼽히는 봄 크로커스의 거대한 들판을 만나본다면. 볼 것 없다. 바로 고.

3. 체어마트(Zermatt)

제주 올레 6코스와 우정의 길로 맺어진 탓에 한국인 여행족에게도 익숙한 길 체어마트. 체어마트에는 블루멘베크라는 이름의 꽃길이 있다. 심지어 올레 6코스와 '우정의 길'로 맺어진 '체어마트 5개 호수길'의 시작인 블라우헤르트에서 출발하니 의미도 있다. 이곳에서 투프테른을 거쳐 수넥가로 돌아오는 이 길, 봄에는 꽃향기기 폴폴 솟는다. 형형색색 알프스 들꽃이 길동무를 해 주니 지루할 틈도 없다. 총길이가 약 4.3㎞며 길 난이도는 딱 중간 정도. 큰마음 먹고 페달을 밟으면 한달음에 감상할 수 있는 루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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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루체른(Luzern)

루체른 근교의 리기산은 야생화로 정평이 나 있다. 리기 정상에서 리기 칼트바트까지 이어지는 구간이나, 리기 칼트바트에서 벡기스까지 가는 길에선 과남풀을 비롯해 금매화 등 다양한 야생화를 만날 수 있다. 산 정상을 따라 하이킹 및 자전거 도로가 놓여 있어 로드 바이킹에 더 가까운 것도 매력. 코스 중간중간 운 좋으면 볼 수 있는 소떼도 고즈넉함을 더한다.

5. 레만호 지역

이 코스 끝내준다. 청초한 백색의 수선화가 알프스 봉우리 아래 초록 들판을 새하얗게 뒤덮는 목가적인 풍경을 볼 수 있다. 오죽하면 기자 자격으로 몽트뢰 근교 샹비에 있는 산장에 머물렀던 헤밍웨이가 나르시스 꽃밭의 화려한 풍경을 1922년 5월 아버지에게 쓴 편지에서 생생하게 묘사했을까. 레만호의 몽트뢰 언덕 위 일대는 수선화의 한 종류인 나르시스 들판이 그림같이 펼쳐진다. 4월 말에서 5월이면 새하얀 꽃이 한창 피어나 마치 설원과 같아서 '5월의 눈'이라고도 한다. 몽트뢰에서 골든패스 기차로 약 30분이 소요되는 레자방을 비롯해 샤토데, 오앵티아몽, 레플레야드에서도 꿈같은 나르시스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 자전거도 싫은 귀차니스트라면 = 꼭 이런 분들이 있다. 이렇게 멋진 라이딩 코스를 소개했는데도 꿈쩍 않는 귀차니스트 여행족. 괜찮다. 체질 자체가 노닥노닥 여행에 더 적합하다 해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왜냐. 널찍한 파노라마형 창문 너머로 끊임없이 변하는 꽃 풍경을 보여주는 '파노라마 기차'에 올라타면 되니까. 빙하특급(Glacier Express)과 베르니나 특급(Bernina Express)을 타고 그라우뷘덴주의 꽃 풍경과 알프스 가장 깊숙한 곳의 수줍은 꽃들을 만나볼 수 있다. 골든패스는 몽트뢰 주변의 나르시스 들판과 야생화 들판의 풍경을 선사한다

연합신보 사회부 국장으로 다소 활용과
파이낸셜신문 - e중앙뉴스 논설위원으로 많은 작품 기고 하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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