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청학련 피해자 “양승태 시절 ‘6개월 시효소멸’ 시정하라” 재심 청구

김석순 | 기사입력 2019/03/13 [08:48]

민청학련 피해자 “양승태 시절 ‘6개월 시효소멸’ 시정하라” 재심 청구

김석순 | 입력 : 2019/03/13 [08:48]

 과거사 사건 ‘6개월 손해배상 시효’ 때문에

1·2심 이기고도 대법원에서 배상 못 받아

“양승태 사법농단으로 피해… 소멸시효 시정돼야”



한겨레

 


‘민청학련 사건’ 피해자들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과거사 사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멸 시효를 6개월로 결정한 것은 무효”라며 민사소송 재심을 청구했다.

12일 민청학련동지회와 민청학련재심추진위 등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청학련 관계자 70여명에 적용한 6개월의 손해배상 시효를 시정하기 위한 재심 서류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민청학련 동지회는 “양승태 사법농단 사태를 접하면서 수많은 민청학련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알게 됐고, 재심 추진 위원회를 만들어 재심을 청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3년 12월 대법원은 손해배상 소멸시효 기간을 형사보상 확정일로부터 6개월이라 본 판결을 내놨다. 재심 무죄 판결이 확정된 뒤 6개월 안에 형사 보상 청구를 하고, 형사보상 결정이 확정된 날로부터 6개월 안에 소송을 내지 않으면 청구 권한이 없어진다는 취지다. 이 판결로 국가에 소송을 진행 중이던 과거사 피해자들이 잇따라 패소했고, 민청학련 사건 당사자 중에도 1·2심에서 모두 승소했음에도 양 전 원장 시절 대법원에서 소멸시효를 이유로 패소한 사례가 속출했다.

그러나 지난해 사법농단 사태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양승태 전 원장 시절, 대법원이 과거사 사건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시효를 3년에서 6개월로 줄였다는 점을 ‘국정운영 협력사례’로 제시한 문건이 발견됐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양 전 원장은 2015년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한 자리에서 대법원이 과거사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판결을 내놔 1조8천억 이상의 국가재정을 아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민청학련 사건으로 옥고를 치렀던 피해자 이상우(67)씨는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지난 45년 동안 너무나 억울한 삶을 살았다. 양승태 사법농단을 바로 잡는 이 시점에 희망을 갖게 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손해배상청구 소송 시효가 6개월 42일 지났다는 이유로 함께 소송에 참여한 피해자 가운데 홀로 패소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판결로 이미 확정이 난 사건의 재심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헌법재판소는 대법원이 좁혀놓은 국가 손해배상 청구 활로를 다시 넓힌 바 있다. 헌재는 “민법이 정한 소멸시효를 민간인 집단희생 사건이나 간첩조작 등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에 동일 적용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며 국가배상 청구 소멸시효를 관련 사실을 안 날로부터 3년 이내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심 소송을 대리하는 이명춘 변호사는 “법원은 반성적 차원에서 과거사 문제의 손해배상 청구를 인정해왔다. 6개월 시효가 위헌이란 판결도 나왔기에 다시 싸워나가면서 재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민청학련 재심추진위 위원 김형기씨도 “이번 재심으로 사법부는 양승태 전 원장이 뭉갠 과거사 배상 사건을 원상회복시켜야 한다. 사법농단에 의해 발생한 피해를 보상해줄 수 있어야 할 것”이라 말했다.

민청학련 사건은 1974년 박정희 정권이 유신체제에 반대하는 학생 운동을 ‘반체제운동’으로 조작하면서 180명을 구속기소한 사건이다. 이중 ‘인혁당재건위’ 관련자 8명은 사형을 선고받고 20시간 만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2005년 국가정보원 산하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는 이 사건을 ‘대한민국 최대의 학생운동 탄압사건’으로 규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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