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로 군사훈련·AI가 지휘… ‘스마트軍’ 안보지형 바꾼다 [軍 '4차 산업혁명' 도입 속도전]

국민정책평가신문 | 기사입력 2019/03/30 [18:26]

VR로 군사훈련·AI가 지휘… ‘스마트軍’ 안보지형 바꾼다 [軍 '4차 산업혁명' 도입 속도전]

국민정책평가신문 | 입력 : 2019/03/30 [18:26]

 

해병대, 레펠낙하 등 현장 적용 계획 / 인력 의존한 식별→판단→전파 과정 / 인공지능 사용 땐 시간 단축 효과 커 / 3D 프린팅 등 적용 분야 ‘무궁무진’ / 軍, 민간에 뒤처진 기술 개발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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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장병이 지난해 8월30일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기반 전투훈련체계 시연행사에서 ‘가상현실 기반 정밀사격훈련 시뮬레이터’로 사격훈련을 하는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육군 제공


어느샌가 11m 높이의 해병대 헬기 레펠 훈련장에 올라서 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TV에서 훈련장면을 보며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아찔하다. 지상에서는 빨간 모자를 쓴 조교 3명이 무심한 표정으로 올려다보고 있다. 곧이어 로프를 타고 무서운 속도로 떨어지다 바닥에 다다를 때쯤 제동을 했다. 실제 중력가속도가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군사훈련의 백미로 꼽히는 레펠훈련을 간접 체험하기에는 충분했다.

해병대는 지난 21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KINTEX)에서 열린 ‘2019 전역예정 장병 취업박람회’에서 설한지훈련, 상륙기습훈련, 공수훈련 등 해병대가 실시하는 훈련을 관람객들이 체험할 수 있는 가상현실(VR) 장비를 선보였다. 올해 창설 70주년을 맞아 국민들이 해병대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만든 콘텐츠다. 이벤트용으로 만들어졌지만 앞으로 장병들에게도 훈련 사전 체험 등에 쓰일 수 있다. 해병대 관계자는 “좀 더 세밀하게 만든다면 대원들의 사전 훈련용 장비로도 활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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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지형 뒤바꿀 4차 산업혁명 기술은

우리 사회와 경제 전반에 걸쳐 혁신적인 변화를 만들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파도가 국방 분야에도 몰아치고 있다. 인력 위주의 재래식 군 구조를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모바일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융합해 국방 분야를 혁신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국방기술품질원이 2017년 말 발간한 ‘4차 산업혁명과 연계한 미래 국방기술’ 자료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 기술로 개발이 가능한 미래 신(新)개념 무기체계는 40개에 이른다.

우선 인공지능을 이용해 적의 움직임을 일선 부대에 신속히 전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기존에는 식별→판단→전파에 이르는 과정을 인력에 의해 진행했지만, 인공지능을 사용하면 적 도발징후를 알리는 데 걸리는 시간이 크게 줄어든다. 군 지휘관의 능력을 점검하는 지휘소 훈련(CPX)을 인공지능으로 수행하면 실제 상황과 매우 흡사한 훈련이 가능하다. 초 단위로 벌어지는 사이버 전쟁에서는 자기학습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 지휘통제체계를 적용, 사람의 개입 없이 사이버 공격과 방어의 실시간 진행이 가능하다.

해조류나 병사들이 먹고 남은 음식물 찌꺼기를 연료로 변환해 함정의 항해에 사용하는 신재생에너지 기술도 주목을 받고 있다. 연료 생산에 필요한 해조류나 음식물 찌꺼기의 양이 적어 연료생산효율을 높이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나, 연료제조기술이 발전하면 핵추진잠수함처럼 외부의 보급 없이도 오랜 시간 항해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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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들이 필요로 하는 물자를 수송하는 자율군수지원시스템도 각광받고 있다. 일선 부대의 물자 수송요청을 받은 물류관리 담당 로봇이 창고에서 해당 물자를 자율주행 트럭 또는 드론에 적재, 전선으로 옮기는 체계다.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무기체계에 탑재되는 핵심 부품을 신속하게 제작하거나 전투 중 부상해 피부가 손상된 장병들에게 인공피부를 제공하는 기술도 개발 필요성이 높아지는 추세다. 적의 눈에 띄지 않은 채 전차를 숨길 수 있는 투명 스텔스 전차도 선진국을 중심으로 원천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민간보다 뒤처진 軍 4차 산업혁명…갈 길 멀어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민간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각광받으면서 군 당국도 관련 기술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 정부가 추진 중인 국방개혁 2.0에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국방’을 구현할 수 있는 미래 군의 청사진을 그리는 작업이 한창이다.

국방부는 지난 15일 정경두 장관 주관으로 ‘4차 산업혁명 스마트 국방혁신 추진단’ 전체회의를 열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합하는 국방혁신 방안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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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직속으로 지난 1월 설치된 추진단은 국방 분야 4차 산업혁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한다. 국방운영, 기술·기반, 전력체계 혁신팀으로 구성된 추진단은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방위사업청, 정부출연 연구기관 국·과장급 3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추진단은 4차 산업혁명 기술 활용에 필요한 세부 종합계획을 수립, 추진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날 회의에서는 각 군에서 진행하던 4차 산업혁명 관련 연구과제를 국방부 차원에서 포괄적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민간의 경험을 적극 활용하고 실현 가능한 사업을 선택해 역량을 집중하며, 기술성숙도 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구체적으로는 가상현실(VR)·증강현실(AR)을 활용한 과학화 훈련체계 구축과 초연결 네트워크를 통한 인프라 조성, 인공지능·빅데이터를 활용한 사이버 위협 대비 등이 추진 과제에 포함됐다.

하지만 우리 군이나 방위산업계의 4차 산업혁명 기술 적용은 선진국은 물론 민간 제조업에 비교해도 뒤처진 상태다. 한국산업연구원(KIET)이 2017년 말 발간한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방위산업의 경쟁력 강화 전략’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방위산업과 민간 제조업에 얼마나 활용되고 있는가를 비교했을 때 방위산업은 평균 1.9점으로 제조업 평균 4.5점보다 뒤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은 “(방위산업 분야에서) 일부 가시적인 성과가 있으나 선진국 및 민간 제조업에 비하면 초기 단계로 평가되며, 인공지능을 비롯한 4차 산업혁명 기술의 국방 분야 적용은 크게 저조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기술 발전을 위한 세부 이행방안을 포함한 종합 추진계획을 다음 달까지 마련해 추진할 예정”이라며 “관련 예산으로 2019~2023 국방중기계획에 8410억원이 반영됐으며, 추가 소요는 현재 작성 중인 2020~2024 국방중기계획에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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