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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생전 화해 못한 한진家 형제...그룹 경영권 위기에 나설까
 
김용진   기사입력  2019/04/15 [08:57]

 

삼촌(조정호 회장)이 조카(조원태 사장) 백기사 나설까

시련의 한진가 조양호 회장 조남호·정호 등과 수차례 소송전

2세 승계 과정서 급격히 갈라서,'상속세 탈루' 줄줄이 檢 조사도

유산분쟁 後 '해운 파산' 등 쇼크, 믿을 곳은 조정호회장의 메리츠 뿐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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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진 한진그룹 형제들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별세하며 살아생전에는 끝내 화해하지 못했다. 13일 고 조 회장의 장례식장인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는 13일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 오후 조문후 2시간 가량 머물다 돌아갔고 앞서 오전에는 조남호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이 조문했다. 두 형제 모두 기자들의 질문에는 대답 없이 침묵했다. 큰 형의 별세 이후 경영권을 위협받고 있는 조카인 조원태 사장 등에게 아직 건재한 조정호 회장이 화해를 하고 백기사가 될 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로부터 시작된 범(汎)한진그룹은 한때 대한민국의 하늘과 땅, 바다의 물류를 책임지던 국내 최대 물류운송 기업이었다. 하지만 지난 2002년 조 창업주가 타계한 후 급격하게 분열됐다. 2세 승계 과정에서 부친이 남겨둔 유산을 둘러싸고 한진가(家)의 형제들은 사분오열했다. ‘육·해·공’에서 긴밀하게 협력했던 한진그룹의 최대 장점은 사라졌다.

한진가 형제들의 분열은 20여년 전으로 거슬러간다. 2005년 12월 조남호 회장과 조정호 회장이 맏형인 조양호 회장을 상대로 법정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창업주는 장남에게는 항공과 육상 운송을, 차남에게는 중공업과 건설, 3남에게는 해운, 막내에게는 동양화재(현 메리츠화재) 등 금융계열사를 남겨줬다. 겉으로는 문제가 없는 듯 보였지만 형제들에게는 불만이었다. 유언장에 없었던 현금 1,000억원과 정석기업 주식 7만주가 등장하면서 형제 간 갈등은 소송으로 격화됐다. 정석기업 주식과 관련한 손해배상 소송, 유언장 진위 소송, 면세품 납품업체 브릭트레이딩 관련 소송, 창업주 사가인 부암장 건립과 관련한 소송 등 네 차례에 걸친 소송을 주고받았다. 소송 과정에서 대한항공은 2003년 말 동양화재와의 운송보험을 해지했고 한진해운도 일부 보험을 국내 다른 보험사에 맡겼다. 조남호 회장 소유의 골프장에서 대한항공 광고가 철거됐다는 소리도 이때쯤 나왔다.

이후 지루한 법정 싸움이 지속됐고 2011년 법원의 화해 권고가 받아들여지며 유산분쟁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들 형제의 관계는 ‘남’보다 못할 정도까지 악화됐다. 올해도 조양호 회장은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문사로 메리츠종금증권이 아닌 삼성증권을 선정하면서 여전히 관계가 개선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소송전은 마무리됐지만 유산분쟁은 최근까지도 형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해에는 창업주가 남긴 유산에 대해 상속세를 탈루했다는 혐의로 줄줄이 검찰 조사를 받았다. 형제들 간 분쟁이 시작된 지 15년이 지나서도 여전히 ‘상속’은 이들에게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유산분쟁이 아직도 범한진그룹 2세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조금씩만 양보했더라면 한진그룹이 이렇게 분열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산분쟁 이후 범한진 계열사들은 끊임없는 부침을 겪었다. 한진해운은 조수호 회장 별세 후 부인인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이 맡아 운영했지만 해운업황이 악화되면서 파산 위기에 몰렸다. 조양호 회장이 한진해운 대표를 맡으며 한진해운을 살리기 위해 그룹 차원의 지원을 했지만 결국 2017년 파산을 맞았다. 한진그룹은 한진해운에 2조원이 넘는 자금을 지원했고 이는 지금껏 한진그룹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차남이 맡았던 한진중공업도 궁지에 몰려 있다. 2조원을 들여 필리핀 수빅만에 지은 조선소가 조선업 불황과 맞물려 적자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1월에는 현지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으며 모회사인 한진중공업은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KDB산업은행은 한진중공업에 6,874억원에 달하는 출자전환을 확정하고 조남호 회장은 사내이사직 연임에 실패하며 경영에서 배제됐다.

대한항공은 상대적으로 위기상황을 잘 극복해왔다. 널뛰는 국제유가 속에서도 다양한 경영쇄신 작업을 통해 지난해에는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조양호 회장 일가의 잇따른 일탈 행위로 국민의 신뢰를 크게 잃게 됐으며 이는 토종 행동주의 사모펀드인 KCGI에 경영권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반면 한진가 형제들의 시련 속에서도 메리츠금융지주를 이끌고 있는 막내 조정호 회장만은 꾸준히 사업을 키워나가고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 4,339억원의 순이익을 내면서 삼성이나 미래에셋과 같은 대형 증권사보다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증권사의 전통적인 수익원인 리테일이나 수수료에 의존한 사업 모델을 지양하고 대체투자 등 투자금융 분야로의 사업 다각화를 통해 ‘알짜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재계에서는 조양호 회장의 별세로 한진가의 화해가 성사될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분쟁의 당사자들이 대부분 일선에서 물러나거나 타계한 만큼 유일한 2세 경영인인 조정호 회장의 심경 변화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금융제공을 하는 증권사, 사고보험을 책임지는 보험사, 배를 만드는 중공업, 이를 실어나르는 해운사와 항공사, 육운회사 등이 뭉친 것이 한진그룹”이라며 “당장은 아니더라도 화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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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4/15 [08:57]  최종편집: ⓒ 정책평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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