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사장, 상속세 2000억원 어쩌나…한진그룹 운명은

김용진 | 기사입력 2019/04/18 [10:59]

조원태 사장, 상속세 2000억원 어쩌나…한진그룹 운명은

김용진 | 입력 : 2019/04/18 [10:59]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례절차가 지난 16일 마무리되면서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확보 문제가 수면 위로 올랐다. 20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 재원 마련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한진그룹 경영권의 향배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진그룹은 한진칼→대한항공·한진 등 자회사→손자회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조양호 회장은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 17.45%(보통주)를 가지고 있다. 세 자녀인 조원태(2.34%) 대한항공 사장, 조현아(2.31%)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2.30%) 전 대한항공 전무 등은 보유 지분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조선비즈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17일 재계에 따르면 조양호 회장의 한진칼 지분 가치는 4390억원(16일 주가 4만1600원 기준) 규모다. 상속세율을 50%로 단순 적용하면 상속세는 2200억원 수준이다. 그러나 주식에 대한 상속세는 고인 사망 전후 두 달간 평균 주식 가치를 기준으로 계산하기에 향후 두 달 간 한진칼 주가 추이에 따라 상속세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그룹 승계가 유력한 조원태 사장은 고인이 사망한 달로부터 6개월 이내인 오는 10월까지 상속세를 신고하고 1차 상속세액을 납부해야 한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을 상속할 경우 할증률 20%가 붙기 때문에 상속세 규모는 2000억원을 훌쩍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문제는 상속세 부담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것이다. 조 회장이 갑작스럽게 별세한 이후 한진칼 주식은 급등했다. 한진칼 주가는 지난 5일 주당 2만5200원에서 지난 16일 4만1600원으로 65%나 올랐다. 조 회장 사망 이후 그룹 경영권을 두고 지분 경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주가가 계속 오르고 있다.

조 사장은 지난해 LG그룹 경영권을 승계한 구광모 회장보다 경영권 사수가 어려운 상황이다. 구광모 회장은 ㈜LG 지분을 상속 받기 전부터 지분 6.2%를 보유하고 있었고, 고 구본무 회장으로부터 지분율 8.8%(1512만2169주)를 상속받으면서 최대주주가 됐다. 과거 구 회장은 지주사 지분을 꾸준히 늘려왔다. 반면 조양호 회장은 지난해까지 왕성한 활동을 했기 때문에 상속 관련 준비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그룹 승계가 이뤄진 세아그룹과도 상황이 다르다. 세아그룹 3세인 이태성 세아홀딩스 대표이사 부사장은 부친인 고 이운형 세아그룹 회장이 2013년 해외 출장 도중 사망하면서 3800억원에 달하는 주식을 상속 받았다. 세아그룹은 형제 경영을 해왔기 때문에 이운형 회장의 동생 이순형 회장이 그룹 총괄을 맡으면서 이태성 부사장이 경영 수업을 받을 시간을 벌었다. 이태성 부사장은 지난해 1500억원으로 추산되는 상속세를 모두 납부했다.

조원태 사장은 작은 아버지 조남호 전 한진중공업 회장이나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의 도움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양호 회장 생전 조남호 전 회장, 조정호 회장은 고 조중훈 창업주 유산 상속 과정에서 갈등을 빚은 뒤 끝내 화해하지 않았다. 최근 조정호 회장은 "한진칼 지분을 인수할 계획이 없다"며 철저히 중립을 지키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문제는 한진그룹이 LG, 세아와 달리 경영권 위협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한진칼 2대 주주인 행동주의 펀드 KCGI(일명 강성부펀드)는 지난해 경영 참여를 선언하고 지분을 확대하고 있다. KCGI는 지난 4일에도 한진칼 지분을 12.68%에서 13.47%로 0.79%포인트 늘렸다고 공시했다. 추가 지분 매입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대한항공 2019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표를 던진 국민연금도 한진칼 지분 5.36%를 보유하고 있다. KCGI와 국민연금이 지분을 합치면 18.83%에 달한다. 조양호 회장 일가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은 28.95%지만 조원태 사장이 상속 과정에서 일부 지분을 매각하면 경영권 사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

내년 3월 한진칼 정기 주총에서 조 사장 등 오너 일가와 KCGI의 표 대결이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 사장은 내년 3월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된다. 올해 주총에서는 조 회장의 오른팔인 석태수 대표이사가 연임에 성공, 한진그룹이 KCGI에 압승을 거뒀다. 하지만 조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와 상속 과정에서 지분 변동이 생길 경우 승리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진칼 지분을 최대한 지키면서 재원을 마련하는 방법으로는 주식담보대출, 배당 확대, 부동산 및 비핵심계열사 매각 등이 거론되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지난 16일 ‘상속세’ 정책 토론회에서 "조 회장 일가의 상속세 재원 마련이 마땅치 않아 상속받은 지분 일부를 매각하게 되면 자칫 최대주주의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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