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개편 변수에 각 당 셈법 복잡…'330일' 험로 시작

서정태 기자 | 기사입력 2019/04/24 [08:06]

정계개편 변수에 각 당 셈법 복잡…'330일' 험로 시작

서정태 기자 | 입력 : 2019/04/24 [08:06]

 

25일 정개·사개특위에 안건 제출 / 재적 위원 5분의 3 이상 찬성 땐 지정 / 바른미래 일부 반대로 결과 장담 못해 / 상임위 통과해도 한국당 반발 등 / 난제 최종투표 때 이탈표 가능성도 무시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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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이 23일 각각 의원총회를 열고 선거제 개편안 등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법안 지정)에 상정해 처리하기로 합의했지만, 관문도 많은 데다가 향후 정개 개편 가능성과 각 당의 셈범도 복잡해 험로가 예상된다. 무엇보다 역대 어느 국회도 여야 합의 없이 선거제를 개편한 사례가 없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수당의 날치기와 소수당의 육탄 방어가 잦았던 ‘선진화법 이전 동물국회’ 시절에도 경기의 규칙인 선거법만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에서 만장일치로 처리돼 왔다. 상임위 - 법사위 - 본회의 일정을 감안하면 최장 330일이 걸리는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선거구가 사라질 의원들의 반발과 ‘헤쳐 모여’가 미칠 영향도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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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4당 원내대표들이 22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처리 방안 등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윤소하, 민주평화당 장병완,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국회법에 따르면 선거제 개편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 여야 4당의 합의안을 패스트트랙에 상정하려면 전체 국회의원(300명)의 5분의 3(180명) 이상 또는 각 안건 소관위원회 위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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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 절차 시작을 앞두고 23일 오후 선거제 개혁법안 논의를 위해 열린 국회 정치개혁특위 간사회의 도중 자유한국당 장제원 간사(오른쪽)가 회의실을 나와 의사일정에 합의할 수 없다는 한국당의 입장을 기자들에게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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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 절차 시작을 앞두고 23일 오후 선거제 개혁법안 논의를 위해 열린 국회 정치개혁특위 간사회의 도중 자유한국당 장제원 간사가 회의실을 떠나 바른미래당 김성식 간사(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간사,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이 남아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


여야 4당은 오는 25일 국회 정개특위에 선거제 개편안을,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에 공수처 설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각각 올리기로 했다. 각 특위에 신속처리안건을 올리려면 재적 위원 과반수가 서명한 ‘신속처리 지정 동의’를 소관 상임위원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위원장이 이를 무기명투표에 부쳐 재적 위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해당 법안이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다. 정개특위는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사개특위는 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어 회의를 여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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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천리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앞줄 오른쪽)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정개특위와 사개특위는 각각 18명으로 구성돼 5분의 3인 11명이 안건에 동의해야 한다. 정개특위는 패스트트랙 합의안을 추인한 여야 4당 소속 의원이 12명이라 별다른 변수가 없는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수처법을 다루는 사개특위는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사개특위 소속 바른미래당 의원은 오신환·권은희 의원으로, 이들은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대 의사를 밝혀왔다. 민주당 8명과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 1명을 더하면 9명으로 오·권 의원 중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패스트트랙 지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공수처법이 무산되면 민주당 내 반발이 커져 선거제 개편도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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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홍 확산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왼쪽)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손 대표 뒤로 바른정당계 유승민 전 대표(왼쪽 두번째).


바른미래당은 이날 의총에 참석한 23명 중 찬성 12, 반대 11명으로 가까스로 합의안을 추인했지만, 당론의 구성요건인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지 못해 두 의원이 당 입장과 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오신환 의원이 공수처안과 관련해 수사권과 기소권을 완전 분리하는 걸 주장해왔지만 오 의원도 오늘 추인된 안을 충분히 고려해서 사개특위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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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센 반발 황교안 대표(앞줄 오른쪽) 등 자유한국당 지도부와 의원들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여야 4당의 선거제 개편안 패스트트랙 지정 합의를 비판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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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격앙 황교안 대표(앞줄 오른쪽)를 비롯한 자유한국당 지도부 및 의원들이 23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선거제 개편안 패스트트랙 지정 합의를 비판하고 있다.


각 상임위를 통과하더라도 험로는 이어진다. 법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면 상임위 180일, 법제사법위 90일, 본회의 60일 등 최장 330일이 걸리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상임위별 안건조정 제도, 본회의 부의시간 단축 등을 통해 기간을 줄여도 180∼270일이 걸린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기본적으로 선거제는 합의에 의한 것이 지금까지의 관행이고 앞으로도 그렇게 되는 것이 최선”이라며 “패스트트랙 중에도 완전한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국회의장이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 길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총력을 다해 막겠다고 선언한 자유한국당의 반발도 만만치 않지만, 본회의에 안건이 상정되더라도 정작 투표 때 여야 4당 내부의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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