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은 죽으라는 법" 연휴 고심 뒤 대국민 설득 나서는 검찰

김석순 | 기사입력 2019/05/06 [09:31]

"서민은 죽으라는 법" 연휴 고심 뒤 대국민 설득 나서는 검찰

김석순 | 입력 : 2019/05/06 [09:31]

 

중앙일보

문무일 검찰총장이 4일 오전 인천공항에 도착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어린이날 연휴 기간 고심에 빠졌다. 지난 4일 아침 당초 9일까지로 예정됐던 해외 출장 일정을 취소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뒤 문 총장은 대체 공휴일인 6일까지 공식 일정을 잡지 않았다. 대검 관계자는 "총장님이 집에 머무르며 직원들과 통화는 하는 걸로 알지만 공식·비공식적으로 회의 등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민은 죽으라는 법"…실생활 사례로 국민 설득 나서는 검찰
중앙일보

이낙연 국무총리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해 6월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행자부 장관의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 서명식을 지켜보고 있다.

 

문 총장은 4일 향후 계획을 묻는 취재진에게 "상세히 말씀드릴 기회를 갖겠다"고 밝혔다. 실제 검찰 내부에서는 7일 오전 간부 회의를 한 뒤, 기자간담회 등 일정 조율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미 국회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신속처리법안으로 지정한된 만큼 국민들에게 이 법안이 어떤 법안인지를 상세히 알려 문제점을 부각시킨다는 전략이다.

구체적으로는 언론을 통해서 수사권 조정으로 실생활이 어떻게 바뀔지 사례별로 제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내가 고소장을 내면 어떻게 되는지', '세간의 이목을 모은 '버닝썬 사건'은 앞으로 법이 바뀌면 어떻게 처리가 되는지' 등 일반 국민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내용을 내세우면서 국민들에게 다가갈 방법을 고민 중이다.

특히 경찰이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되면 생길 수 있는 변화에 초점을 둘 전망이다. 대검의 한 간부는 "앞으로는 경찰에서 사건이 종결되고 당사자가 이에 불복하면 경찰서장에게 직접 이의를 신청해야하고, 검찰에 재수사를 요청해야한다"며 "불기소사건이 연간 80만~100만건 이르는데 이 모든 사람들이 검사에게 가서 내 사건을 다시 봐달라고 해야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 모든 과정을 국민들이 상세히 알고 스스로 대처하거나 경찰·검찰·법원 단계에서 각각 변호사를 선임할 비용이 있는 사람만 자신의 권리를 지키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이런 우려는 문 총장이 "국민의 기본권에 빈틈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밝힌 것과 맥락이 닿아 있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문 총장 거취 촉각

문 총장의 향후 거취도 관심사다. 문 총장은 거취를 묻는 취재진에게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 "공무원으로 근무하며 자리를 탐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과거에도 검찰 개혁을 두고 갈등을 겪다 총장이 퇴진한 사례는 있었다. 2012년 이명박 정부에서 대검 중앙수사부폐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검찰 개혁안이 나왔고, 한상대 전 총장이 이를 추진하자 검찰 내부에서 극심한 반발이 이어져 한 전 총장이 퇴진했다. 2011년에는 검·경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논란에 반발한 김준규 전 검찰총장이 임기를 한 달여 앞두고 사표를 냈다.

하지만 이번 경우 문 총장이 바로 사의를 표명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이미 국회에 넘어간 상태에서 총장의 사퇴 카드가 검찰 조직으로서는 실익이 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문 총장의 임기가 7월로 얼마 남지 않았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이미 사표는 의미가 없다"며 "사표를 내는 순간 수사권 조정이 문제가 아니라 다음 총장이 누구냐로 초점이 바뀌기 때문에 사표보다는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설득해나가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검 관계자는 "검찰 내부에서도 문 총장이 이대로 그만두면 문제 해결에 어려움이 생기는 것 아닌가 하는 의견이 많다"며 "책임 있는 자리인 만큼 거취 결정은 가볍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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